[병협 창립 65주년] 중소병원협회가 22대 국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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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창립 65주년] 중소병원협회가 22대 국회에 바란다
  • 병원신문
  • 승인 2024.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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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예손병원장)
보건의료체계의 허리 중소병원, 정책·제도적 지원 시급
(사진: 연합)
(사진: 연합)

4.10 총선이 막을 내리며 앞으로 4년간 국회를 이끌어 갈 제22대 국회 300명의 새 일꾼들이 선출됐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문제와 이로인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4개월 이상 지속되고 또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집단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 공백을 메우는 의료진과 환자들 역시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환자의 목숨과 생명이 달린 의료공백 사태에서 국민들은 이번에 새로 구성된 국회가 나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대란 속에서 중소병원은 가동병상 수 확대, 진료 시간 확대 등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필수의료 사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며, 환자 곁에서 최악의 의료 붕괴만은 막아내자는 심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위기가 더 장기화 된다면 중소병원이 대응할 여력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다.

중소병원은 지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의료서비스 니즈에 부합하는 의료서비스를 선도하고 있으며, 응급의료 전달체계에 있어서도 중소병원은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서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응급환자가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등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허리로서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병원의 대형화와 자본화를 바탕으로 깊어진 양극화 속에서 의료자원 및 환자의 쏠림현상 등으로 중소병원은 의원, 상급종합병원의 종별 기능과 무관하게 무한경쟁 속에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중소병원의 몰락은 의료체계 및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은 지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에, 전국 2,700여 중소병원을 대신하여,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 국민 건강평등권을 지키기 위해, 의료자원이 열악한 지역의 중소병원 육성을 위한 정책과 균형적 배치가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인구 및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에 대응하여 정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장기 요양시설 및 서비스 확충, 가정간호 제도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보건의료 인력의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상급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무분별한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 추진 등으로 병상을 늘리고 인력을 수급함에 따라 중소병원의 의료 인력 역시 이들 병원으로 이동하는, 의료자원의 도미노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의료 자원 부족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심화 되고 있으며, 지역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의료기관들이 폐쇄되고, 일부 병원들은 병동을 비워 놓은 채 입원 및 중환자실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국적 확대로 지역의 간호인력 유출이 심해지고 있어, 정작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의 노인 환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건강평등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많은 정책이 환자 안전이나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의료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추진되면서 수도권과 지역 병원 간 격차는 더욱 커져, 일부 지역의 의료 질 저하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역 의료의 붕괴 위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로 지역균형발전에 필수적 요소이다.

인구와 소득이 높은 수도권에 의료자원 집중은 균형적 국가발전을 만들기 어렵게 만든다.

의료자원의 균형적 배치를 위해서는 단순히 수를 늘리는 의료 인력 확대 정책으로는 현재의 의료자원 공급 불균형 해소를 개선하긴 어렵다. 

지역과 수도권간의 불균형 해소 방안에 초점을 둔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여러 각도에서 고려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병원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왜곡된 의료수가 개선책을 바로잡길 바란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인력, 시설비용이 다름을 인정해 1977년부터 의원 15%, 병원20%, 종합병원 25%, 상급종합병원 30%의 종별가산율을 적용하는 종별가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행된 환산지수 왜곡으로 인하여 종병 가산율을 적용해도 현재는 1차 의료기관의 수가가 3차 의료기관보다 높아지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고, 2차 의료기관인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시설 및 장비, 인력을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차 의료기관에 비하여 10% 이상 낮은 수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인 병의원 수가 역전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기관의 가산제도를 정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분야의 수가 불균형 조정을 위한 제3차 상대가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제3차 상대가치 개편에 따라 종별가산이 폐지되면 의원급의 경우 종별가산이 없어지더라도 가산율 15% 수준으로 상대가치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가에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중소병원의 경우 중소병원에서 비중이 높은 검체・영상검사에 대한 가산이 제외된 채 상대가치 점수를 반영하더라도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된다.

또한, 인하된 종별가산율로 인한 병원계의 손실을 소아수술 및 내시경 수술 등 빈도수가 적은 고난도・고위험 행위 등을 통해 보전하는 내용은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만 도움이 돼 오히려 중소병원에는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가 역전현상 해소를 위해서는 종별가산율 차감 등의 정책과 더불어 별도의 중소병원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소병원에는 더 필요한 정책이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단순 필수・중증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 보다는 설비 및 장비 등에 대한 기관별 보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의료전달체계 내 종별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환자의 대형병원과 수도권 쏠림에 대한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였다.

반면, 적절한 이용에는 한계를 보이게 되고, 3차로 나뉜 종별 체계는 유명무실해져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은 더욱 가속화 되어 오히려 환자들의 불편과 지역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초래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코로나19와 이번 의료 대란을 겪으면서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중소병원의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및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 마련으로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실현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에 명시된 표준 업무에 근거한 의료기관의 본 기능에 충실하도록 제도적인 모형이 설계돼 의료자원의 합리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에 맞는 의료행위를 재정립하고 각 종별에 맞는 의료를 집중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비용과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최선의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형(상급)병원의 무분별한 확장 제한을 위한 정부의 관리방안 검토가 시급하다.

넷째,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중소병원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중소병원이 동참하는 정책을 제안하길 바란다.

지난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도 중소병원은 병동 전체 또는 일부를 음압병동으로 전환하며 감염병 차단 및 확산에 크게 일조했다.

이번 의료 대란 속에서도 중소병원은 의료 공백을 메우면서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중소병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개원가와 대형병원의 지원정책에 반해 정작 중소병원은 보건의료 정책에서 중소병원의 역할은 부정당하고 소외받고 있는 느낌이다.

또한 의료전달체계내에서 2차 의료기관을 담당하는 중소병원에 제대로 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아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야 할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으로 쏠리면서 오히려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차 의료기관인 중소병원에 적정한 역할을 부여해 중소병원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함으로 의료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병원이 해야 할 역할을 정의하고,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국회와 정부는 중소병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대형병원, 대학병원을 비롯한 국립병원, 공공병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중소병원은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를 담당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중소병원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중소병원의 붕괴가 시작되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역시 붕괴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이러한 의료재앙을 마주하기 전에, 중소병원의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중소병원이 제 역할에 전념하고 나아가 지역의료, 중소병원이 자생(自生) 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책에서 중소병원의 역할 정립 및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를 발전시킬 수 있게 장기적인 지원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병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전문성 있는 현장 목소리 담아내는 입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된 미래 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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