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창립 65주년]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인문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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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창립 65주년]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인문학적 접근
  • 병원신문
  • 승인 2024.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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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병원경영전략③…송완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일본의 성공 및 실패 사례 연구해 한국 사회에 투영
‘고령사회연구’ 철학은 ‘숙연사회연구’로 전환 필요

‘고령사회연구’에 관심을 갖데 된 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10년간의 유학 생활 중 관찰한 일본서의 경험이 밑바탕에 있었을 것이다.

귀국 후 2011년 일본의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이른바 ‘3.11 동일본대지진’의 경험으로부터 한국 사회에 ‘재난과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소개하면서 ‘동아시아 안전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실천적인 경험이 역사가의 시야에서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실질적인 연구를 지향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는 정해진 미래 초고령사회 한국을 한 사람의 인문학자가 어떻게 접근하고, 나아가 전망하고 있는지를 간단하게나마 지금까지의 관련 활동을 떠올리면서 서술하고자 한다.

‘고령사회연구원’은 2022년 겨울에 발족하는데, 그 전에 이미 선제적으로 만들어져 활동하던 ‘고령사회연구센터’가 본교의 글로벌일본연구원 산하에 존재하고 있었다.

‘고령사회연구센터’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2020년 7월이었는데, 창설 초기 본인이 제시한 메모는 다음의 네 가지였다. 

먼저,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고령사회라는 먹구름을 한국의 장래와 접목하여 대학은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전제 아래, 방법론으로서 이미 초고령국가에 들어선 일본의 경험, 다시 말해 일본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잘 연구하여 한국 사회에 투영해 보면 어떨까? 

다음으로는 대학의 연구 제안을 가까운 행정에 먼저 시도하여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가능하다면 중앙정부의 과제와 연결하게 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그 결과 얻어진 학·관·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여기서 얻어진 제안은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인류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 등이었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의 테제를 내걸고 우선 매달린 것이 시니어 트렌드와 관련하는 도서의 집필이었다.

저자는 학내의 구성원보다는 외부 전문가를 우선하였는데, 당시의 인력은 지금도 ‘고령사회연구원’에서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 출판된 도서는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에이지 프레들리(비지니스북스)’이다. 

책의 내용은 ‘1장, 시니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2장, 부자 노인들은 전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원한다’ ‘3장, 나이가 들면서 운동과 취미에 빠져든다’ ‘4장, 혼자도 좋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 ‘5장, 시니어 팬덤 시대 영향력 있는 팬이고 싶다’ ‘6장, 에이징 인 플레이스 시설이 아니라 내 집에서 늙고 싶다’ ‘7장, 더 젊어지고 오래 사는 시대 에이징 테크의 미래’ ‘8장, 웰빙보다 웰다잉 남들처럼 죽고 싶지 않다’ ‘9장, 에이지 프렌들리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본서의 평가는 ‘시니어 트렌드서로서는 국내 최초이며, 유럽과 미국 사례는 물론, 한·중·일을 망라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템 100개를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본 연구원의 대표적인 활동을 적어 본다.

이를 바탕으로 초고령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제시해 보기로 하자. 

- 2022년 2월, ‘초고령사회’의 이해와 수용을 위한 기초적 고찰(日本研究 37집)

- 2022년 6월 8일, ‘2022 크림슨마스터즈포럼’ 강연(‘시니어’의 이해와 ‘초고령·미래사회’의 대응,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원격국제회의실) 

- 2022년 9월, 확실한 미래 ‘초고령사회’와 대학의 ‘고령사회연구’(대학지성 In&Out 뉴스레터 제143호)

- 2022년 9월, 시론 ‘초고령사회’ 한국과 본교의 ‘숙년(熟年)사회연구’(고대신문 제1957호, 2022.09.19) 

- 2022년 9월 27일, 본교(고령사회연구원 창립기념 국제학술대회 

- 2022년 9월30일, 산업방송 채널i 방영(썰다방; 인구절벽/지방소멸시대 해법은?) 

- 2022년 10월28일, 제3회 한·일사회문화세미나 한·일의 고령사회대책(한·일문화교류회의,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주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 2022년 10월, Aging: 노령담론을 넘어 숙년(熟年)사회연구로,(KU투데이 제90호 2022.10 가을호)

- 2022년 11월, 본교 총장직속(고령사회연구원 출범)

- 2023년 4월 20일, 김태일 원장 투고 ‘100세 시대를 달리는 호랑이(1)-다학제적 접근으로 고령사회 연구의 새 지평을 열다’(고대교우회보 특집) 

- 2023년 5월 15일, 중국 쓰촨에서 돌아본 동아시아고령사회(고대신문 1974호 탁류세평)

- 2023년 5월 16일, 채널W(집중진단 死活 제1회: 초고령사회, 우린 준비하고 있나?)

- 2023년 5월30일, 이동우 특임교수 투고(액티브 시니어 시대. 경영전략 바꿔라)

- 2023년 9월~12월, SERICEO와 ‘미래산업선도 경영자과정’ 1기 운영

- 2023년 11월, 김태일 원장 저(불편한 연금 책, 한겨레출판사)

- 2024년 하반기, SERICEO와 ‘미래산업선도 경영자과정’ 2기 준비 중

다음으로는 일본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현실적 모습은 꽤 심각하다.

매스컴에 소개된 주요 단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老老부양, 간병 살해, 고령 ‘히키코모리’, 고령자의 고령화, 혼자 사는 고령자 증가, 도시의 급속한 고령화와 지방 공동체 붕괴, 고령자가 많이 죽는 사회, 혐로사회, 하류노인 등. 

그럼 도대체 고령자, 시니어란 어떤 존재들인가?

한국에서의 시니어는 65세를 전후한 종래의 노인 혹은 고령자를 일컫는 말로, 어르신, 노인, 고령자, 은퇴자, 액티브 시니어, 신중년, 뉴실버세대, 골드 에이지,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ves; OPAL) 세대, 욜드(young old; YOLD), 지공거사 등으로 불린다.

미국의 시니어는 senior citizen(시니어 시민), 영국은 the elderly(연장자)로 불린다. 

그렇다면 과거 동서양의 시니어에 대한 이해는 어땠을까?

우선 서양의 예를 들어 보자.

로마의 정치가이자 저술가 마르쿠스툴리우스 키케로(B.C106~43년)가 말하기를 “노년에는 스스로 싸우고, 권리를 지키며, 누구든 의지하려 하지 않고,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스스로를 통제하려 할 때만 존중받을 것이다”고 했다고 한다.

한편 동양의 전통적인 고령자는 어떻게 이해되었을까? 

‘맹자’를 보면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말이 있다.

늙고 아내가 없는 사람(鰥), 늙어서 남편이 없는 사람(寡), 어리며 부모가 없는 사람(孤), 늙고 자식이 없는 사람(獨). 여기서 적어도 환·과·독은 고령자를 의미했다고 이해된다. 

19세기 말의 이해에 기초한 인식은 60세 전후의 노령자는 늙고 병들어 생산성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능률주의에 입각한 이해였다.

이에 기초하여 1909년 ‘노인의학(geriatrics)’이 등장하고 1914년 노인의학 교재가 출간되었다.

노인을 정의하는 담론은 대개 1930년 무렵에 완결된 것이다.

이에 기초하여 제론톨로지(gerontology)라는 노년학이 성립한 것인데, 이상의 이해는 적어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

다시 말해 새로운 고령담론(narrative of aging)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1세기는 인류 지혜의 새로운 결집이 요구된다. 

19세기 말에 서양의 사조를 받아들인 일본은 일본노년사회과학회, 일본기초노화학회, 일본노년치과의학회, 일본노년정신의학회, 일본케어매니지먼트학회, 일본노년간호학회, 일본노년의학회(一般社団法人日本老年医学会6)) 등의 7개의 학회가 연합체로 묶인 일본노년학회(日本老年学会)가 있다.

연구기관으로는 1972년 설립된 도쿄도 노인종합연구소, 2004년 설립된 국립장수의료센터(현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교육 기관으로는 2002년 오비린(桜美林)대학 대학원에 노년학전공(2008년 노년학 연구과) 등이 있는데 2009년 도쿄대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가 문리 통합의 거교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일본서 활발한 것은 종활(終活, Well-Dying)을 위한 준비 활동이다.

이는 미리 주체적으로 기약(期約)하며 남길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고고(孤高)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서 유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에 초점이 있다.

일본은 2009년경 종활에 대한 관심 증가하고 있는데 2011년 영화 ‘엔딩노트’가 화제가 되어 사회현상으로 확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엔딩노트(My Life, 自分史, 지금까지와 지금부터, 자기답게 잘 살기 위한 기록과 계획)’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정도다.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시민에게 생전 자료를 받아 사후에 대응하는 ‘나의 종활등록 서비스’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제 결론은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이다.

그에 앞서 ‘고령사회연구’에 대한 철학은 ‘숙년사회연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곧 ‘초고령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준비라면 ‘Well-Dying(終活)’일 것이다. 

이제 ‘에이지프렌들리’는 시니어에게만 프렌들리한 것이 아니다.

시니어들이 자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시니어예비군인 ‘4050대’에게도, 그 다음 세대인 ‘2030대’에게도 프렌들리한것이다.

진짜 ‘에이지프렌들리’는 장래 세대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환영할 일이다.

젊은 세대는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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