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창립 65주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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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창립 65주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병원신문
  • 승인 2024.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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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병원경영전략②…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
공동체 간병문화 부활로 대응…전국 7천곳에 지역케어센터

내년이면 한국이 초고령사회 진입한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선다.

간병, 복지재정의 부담, 사회 활력의 감소 등 고령사회가 가져올 변화에 개인도 사회도 걱정이 많다.

초고령사회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이웃나라 일본은 좋은 참고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다.

지난해 고령화율이 29% 넘었다. 10명 중 3명, 3,620만 명이 ‘노인’이다.

한국의 고령화 과정은 일본과 비슷한 전출을 밟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고령화 속도가 서구 유럽에 비해 매우 빠르다.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족제도, 연금제도, 의료보험 제도 등 사회제도도 양국은 닮은 꼴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어떤 사회 문제를 겪고 있을까?

나라가 늙으면 사회 활력이 감소한다.

일본의 현재 중위연령은 50세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감소하고 전체 사회 활력도 떨어진다.

사회의 혁신과 성장 저하되기 쉽다.

의료비, 연금. 간병 등 사회 복지 비용 증가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전체 예산 중 사회복지 비용이 30%가 넘고 이중 고령자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신성장을 위한 예산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간병 부담도 크다.

일본의 80세 이상 고령자는 2천만명이 넘는다.

간병을 필요로 하는 고령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간병인력 태부족 현상과 고독사 등 가족붕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초고령사회 대응은 커뮤니티의 부활이다.

고령자의 돌봄과 간병을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나타나는 커뮤니티 케어의 현장을 몇 가지 소개한다.

로손이라는 편의점은 편의점 내에 간병센터를 설치해 두고 마을 고령자가 생활용품을 사러 나왔다가 간병센터에 들러 건강 체크도 받고, 간병센터에 있는 노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편의점과 고령자 마을 사랑방이 결합된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지역 편의점이 고령자의 생활 거점이 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도 노인용 일상용품이 많이 갖춰져 있다.

성인기저귀는 물론이고 고령자의 건강을 고려한 각종 저염식품들도 판다. 

더스킨이라는 생활대행서비스업체는 집 청소는 물론 요리를 같이해주고 함께 산보 친구도 해준다.

더스킨의 매출은 고령화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보안업체 세콤은 고령자 고객들이 일상생활 지원 요구가 많자 아예 고령자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콤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택배 회사는 단순히 택배 물건을 배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택배를 전달할 때 고령자의 건강상태나 생활 상태를 살피는 일도 함께 한다.

그 결과를 지자체의 담당자와 공유해 필요시 지자체가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버스노선이 폐지돼 장보기가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해 마을 상점가 주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해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인 ‘AI택시’를 운행하고, ‘슬로우 계산대’를 설치해 고령자들의 느긋한 쇼핑을 도와주는 지방 도시의 한 대형마트가 있다. 

고령자의 지역 돌봄의 핵심 정책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다.

지역에 사는 독거 고령자, 부부 세대 고령자들이 가족들이 돌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의료, 간병 등의 문제를 지역사회가 돌보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 구 또는 읍면단위로 약 7천개의 지역포괄케어센터가 지역사회 돌봄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의 한 시골 마을의 ‘커뮤니티 케어’ 도전기는 눈여겨볼만 한다.

시가 현의 히가시오미(東近江) 시의 한 마을에서는 이런 가운데 ‘마을 전체를 하나의 병원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중심 케어를 실천해 오고 있다.

이 곳에서는 2007년 초부터 매달 한 번씩 내과 신경과 등 전문의, 간호사, 치과의사, 보건사, 약제사, 이학요법사. 작업치료사, 케어 매니저, 지자체 공무원 등 의료, 요양, 행정 등 다직종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세미나실에 빙 둘러 앉아 자기소개, 당번 시설(매월 순환제)의 활동 소개, 협력이 필요한 고민사례들을 공유한다.

의료기관의 역할분담을 위해 크리티컬 패스인 ‘삼포요시 수첩(삼자만족 수첩)’을 만들었다.

이 수첩에는 환자가 최초의 급성기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다음 회복기병원에서 어떤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언제쯤 퇴원 가능한 지 등의 상세한 진료계획과 진료경과가 기입됐다.

이 수첩이 있으면 환자도 안심하고 병원을 옮기는 것이 가능했다.

삼포요시 수첩의 효과로 뇌졸중 환자의 경우 급성기병원의 평균 입원일수는 50일에서 30일로 단축됐고, 병상에 여유가 생겨 긴급 반송 중증환자를 수용하는 비율도 65%에서 84%로 개선됐다. 

품격있는 고령사회를 위해 4차 산업혁명기술은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다.

일본에서는 매년 복지와 관련한 최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복지서비스 박람회’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10만 명의 관계자, 관람객이 찾고 있는데,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복지용구 제품과 서비스, 고령자의 생활을 돌봐주는 첨단 기술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와상 노인들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침대 한쪽이 분리되어 휠체어로 변하는가 하면 귀여운 곰 얼굴을 한 간병로봇이 고령자나 장애인을 감싸안아 옮기기도 한다.

자동배설처리시스템이라는 비데 기저귀는 정밀센싱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배설, 배뇨를 처리해준다.

혼자 사는 고령자들은 AI가 탑재된 귀여운 커뮤니케이션 로봇과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액티브시니어 불리는 건강한 고령자들이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고령 인류의 등장은 사회의 모습을 바꿔 놓고 있다.

일본의 신 노년층은 단카이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하는데, 이들은 과거 노인과 다른 DNA를 갖고 있다.

건강+재정+경험 3박자를 겸비하고 있어 새로운 노후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먼저 평생현역.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려는 자세가 강하다.

생계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일과 역할이 없음으로 인한 효능감 저하는 인생의 고통으로 여긴다.

편의점이나 유통마트 등에서 고령자 직원이 고령자 고객을 편하게 접객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액티브시니어는 물건의 소유보다는 경험을 더 즐기는 ‘체험 소비’를 선호한다.

학습도 그 중 하나이다.

릿쿄대학이라는 도쿄 도심의 유명대학에서는 60세 이상 시니어학생을 위한 ‘세컨드 스테이지대학’(1년제)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학생들은 젊은 학생들과 수업도 하고 도서관도 이용하고, 동창생들끼리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제2의 학창시절을 즐긴다.

종활(終活)도 관심을 가져볼만한 액티브시니어의 새로운 문화다.

종활이란 자신의 인생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인데, 자신의 묻힐 곳, 납골당을 미리 정해놓거나, 영정사진, 수의 등도 스스로 준비한다. 자녀에게 폐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본에는 ‘과제 선진국’이라는 말이 있다. 

인류가 앞으로 직면할 과제를 먼저 맞닥뜨리는 국가라는 뜻이다.

앞으로 많은 나라가 경험할 고령사회 과제들을 일본이 먼저 부딪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고, 해법을 선도적으로 풀어내면 일본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령화 참고서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똑똑한 고령사회의 대응과 고령화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미래 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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