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3] 초연결 사회에서의 병원 경영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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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2023] 초연결 사회에서의 병원 경영의 미래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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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유럽과 싱가포르의 의료시스템 당면 과제 및 사례 조망
퍼스널헬스레코드와 유전정보, AI의 결합 통한 의료혁신 등 주제 기조발표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의 의료시스템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디지털기술로 촉발된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계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변화와 개혁의 속도에 적절히 발을 맞춰가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다.

이 변화의 물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세계보건의료 미래방향을 전망하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에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는 11월 28일과 29일 양일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의 기조발표 주제로 ‘The Future of Hospital Management in a Hyper-connected Society(초연결 사회에서의 병원 경영의 미래)’를 선정했다.

이날 기조발표에서는 미래 보건의료의 세계적 리더들인 △제이미 어스카인(Jamie Erskine) 알리라 헬스 수석 컨설턴트 △청 우이 로우(Cheng Ooi Low) 셰어즈 헬스케어 그룹 최고기술책임자 겸 보건부 CMIO 사무소 수석 고문 △시게오 호리에(Shigeo Horie) 준텐도의과대학원 디지털치료학과 교수 겸 학장이 강단에 섰다.

(1) 제이미 어스카인 알리라 헬스 수석 컨설턴트
- ‘코로나19 이후 유럽 의료시스템이 당면한 주요 과제 및 미래’
- ‘디지털 헬스가 이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나?’

제이미 어스카인 알리라 헬스 수석 컨설턴트
제이미 어스카인 알리라 헬스 수석 컨설턴트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할 내용은 코로나19 이후 유럽 의료시스템이 당면한 주요 과제와 의료 분야의 새로운 경향 및 추세다. 디지털기술과 같은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은 새로운 정책 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유럽의 의료시스템이 무엇을 할 수 있게끔 변화돼야 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나는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기술과 의료를 모두 좋아하는데 환자를 도와주려면 기술과 의료의 결합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 부분에서 영국에서 많은 임상 경험을 했고, 학회에서도 연구를 지속했으며 지난 몇 년 동안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기술 사업을 돕고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의 기술의 의료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라는 것은 환자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어떤 기술이든지 간에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이 현재 직면한 보건시스템의 현황과 맞닿아 있다. 전 세계가 그렇겠지만 영국도 현재 인구 노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40%가 60세 이상이 될 전망이며 65세 이상 인구 중 80%는 만성질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15%는 장애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런 전반적인 상황에 의료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노동력 부족이다. 프랑스는 의사 수가 2012년부터 점차 줄어들었고 스페인도 수술대기 환자 수만 7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영국은 간호사 4만 명이 부족하며 독일은 3만5,000명의 보건의료 직종 인력이 공석인 상태다. 이탈리아는 2025년에 은퇴 의사가 25%를 차지하는 등 전체적으로 보건의료 인력 공급은 감소하는데 수요는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신건강은 공중보건에서 중요한 이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급격하게 늘었고 이는 사회적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졌다. 인적자원에 대한 비용도 엄청나게 늘었는데, 자살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이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는데 수치로 계산하면 10만 명 중 10.2명이 자살을 하고 있다.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만성질환의 경제적인 부담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당뇨병의 경우 다른 만성질환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환자가 많은데 정작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당뇨병 사망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영국에서는 당뇨병에 투입되는 예산이 영국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10%를 차지하는데 이는 사회적 지출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아울러 약제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는 데다가 전체적으로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직면한 문제는 기후와도 연관성이 있다. 보건의료 부문이 기후 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탄소화 발자국이라고 표현하는데, 보건의료 부분은 의약품의 제조·공급까지 모두 포함해 25%를 차지한다. 자동차 부문보다 훨씬 크다.

즉, 보건의료 분야가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켜 세계 인구 1인당 식량 가용성을 줄여 보건의료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의미다. 공해도 큰 문제다. 전 세계 사망자 중에서 화석연료 대기오염 관련 질병 취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2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연결 사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과학과 근거에 기반한 보건의료 기술의 증진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에 적합한 기술을 찾는 것이 난제인데, 어떤 기술이 비용 효율적인지 확인해야 하고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정책 입안도 해야 한다. 아울러 스태프 교육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이 보건의료 부문의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선, 디지털로 웹사이트 내에서 병원 내원 예약을 하는 비율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또한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 세계가 인력 및 병상 부족, 진단검사 무한 대기 등을 경험했는데 원격이나 홈케어 등을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인프라 구축은 기본이다.

인공지능(AI)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보건의료 영역은 임상연구의 편차가 크다는 게 예전부터 지속된 문제인데, AI의 도움을 통해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직접적인 대면 진료 이전에 AI 진료를 먼저 받게 한다면 이런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지속가능성으로 봤을 때도 의료부문이 AI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생태계는 어떨까. 수술은 현장뿐만 아니라 전후 단계에서 분석하는 툴이 있다. 머신러닝 컴퓨터를 통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수술에 도움을 주는 로봇과 도구들도 있다. 수술 전 단계부터 수술 중, 수술 후까지 멘토와의 가상 협업이 가능하다. 초보 수술 의사를 멘토가 먼 거리에서도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수술 후 검토를 위한 기록도 자동 저장되며 AI를 통해 비디오 분석을 해서 개선 영역을 찾아낸 후 환자의 회복 결과도 확인 가능하다.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의 기조발표 전경.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KHC 2023)’의 기조발표 전경.

사례를 들어보자. 유럽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불면증과 관련된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가 있는데 6개월 넘게 기다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슬리피어라는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했다. 인지행동 치료를 기반으로 한 수면 개선 프로그램인데, 대면 진료 전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아무것도 안 하고 대기한 환자보다 불면증 증상이 관리되고 개선됐다. 의사와의 대면진료 예약이 감소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불면증에서 자살 생각이나 이상 반응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기술 활용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당뇨병 관리기기가 있다. 당뇨 환자들 스스로가 꾸준히 혈당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는 기술이며 결국 병원에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도록 해 환자의 삶의 질은 늘고 비용은 줄어들며 보건의료 비용 부담도 감소했다.

첨단 진단 중 하나인 지놈 진단도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인해 한 걸은 더 나아갔다. 환자의 상태를 개별적으로 맞춤화 해 평가한 후 분석 및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기술과 의료가 잘 융합된다면 데이터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솔루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격케어 또는 재택케어라 불리는 지역사회 보건의료서비스도 집에서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만약 투석 환자라면 매번 멀리 있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벨기에는 의사가 만성질환, 급성기 치료 후 회복, 당뇨병 치료 등에 재택치료를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 현지에서 12개의 시범사업이 출범해 30여 개의 병원, 약 1,300명의 환자가 참여했는데 만족도는 95.2%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홈케어 모델을 출시했는데, 병원 방문 없이 환자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병원 내에 있는 간호사는 오히려 환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61%까지 늘어났고 비용도 40% 절감됐다. 모든 환자가 충분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의료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유럽은 의료기술 평가에 대한 규정이 각각의 국가 차원에서도 진행되지만 EU에서 통합하는 정책이 있다. 국가별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구조인 것이다. EU 회원국들은 해당 절차를 활용해 평가한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지만 판단하면 된다. 즉, 국가별로 개별적인 평가 절차는 있으나 유럽 전체 차원의 평가기관이 존재해 단일화된 평가를 하고 있고, 이는 평가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효율성까지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시장에 나오면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으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지녔다.

이 외에 환경 지속가능성 정책도 보건의료 부문에서 중요하다. 유럽은 2015년부터 196개의 국가가 모여서 기온 상승을 제한하자고 약속했고 미국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진전은 더디지만, 앞으로 관련 기술 업체들을 지원해서 조금 더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미래 보건의료의 모습을 4개로 나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우선 환자와 의사, 보험공단, 정부의 디지털 문해력을 개선해야 한다. 강력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보가 매우 중요한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디지털 기계가 도움이 된다면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투명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인프라다.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가 있으면 미래 의료시스템을 좀 더 수월하게 갖출 수 있다. 연동성과 안전성, 보안성을 기본적으로 충족한 기술이 전체 의료시스템의 제공을 방해하지 않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상호응용성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상호응용이 안 되면 그림의 떡이다. 디지털 생태계는 서로 간의 연결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화에 있어서 가장 큰 과제인 구현이다. 기술이 구현되려면 비용 효율적이고 임상에서 활용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의 변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청 우이 로우 셰어즈 헬스케어 그룹 최고기술책임자
- ‘포스트 코로나, 싱가포르 의료의 미래와 사례’

청 우이 로우 셰어즈 헬스케어 그룹 최고기술책임자
청 우이 로우 셰어즈 헬스케어 그룹 최고기술책임자

이번 발표에서는 쉐어스 헬스케어 인터내셔널 홀딩스사의 관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국가 의료 이니셔티브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주로 싱가포르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며 포스트 코로나가 의료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언급하겠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의료시스템 중 무엇을 망가뜨렸는지 먼저 확인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기술을 사용하게 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팬데믹 영향을 받은 모든 국가들의 가장 큰 우려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실제로 계속 제공할 수 있는가였다.

그런데 의외로 기존 헬스케어가 갖고 있는 환자들보다 더 사용자가 늘었다. 하지만 그런 환자들에게 대응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했고, 각국의 보건부는 빠른 시간 내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더 성장시켜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됐다. 감염병 사태는 몇십 년 전부터 반복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케어 서비스가 급속히 발전된 이유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가장 처음 한 것은 시급하지 않은 병원 방문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이 감염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이에 병원에 들어오는 방문객들을 대폭 줄였다. 이런 조치는 의료진을 비롯해 취약한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병원 응급실에도 매일 많은 환자가 몰리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그랬긴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상황이 아닌 환자들은 되도록 집에서 머물도록 권장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실을 정부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확실히 얘기했다는 부분이다.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말이다. 그다음 문제는 병원에 오지 않게 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였다.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했다.

싱가포르의 헬스케어는 사실 생각보다 크게 발달하진 않았다. 특히 원격 의료와 관련된 첫 가이드가 나온 것은 2013년이다. 왜냐면 싱가포르는 1차 진료 같은 경우 이미 공공 진료만으로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아울러 짧은 거리만 이동해도 병·의원을 방문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을 했고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디지털 의료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원격 의료 업계를 크게 발전시켰다고 볼 수있다. 펜데믹이 없었다면 이런 급속한 발전은 없었다. 이는 여러 국가가 겪은 현상이다.

사스(SARS)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한 번 보겠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사스는 우리에게 접촉 추적이 감염 예방과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수동이었다.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환자한테 어디에 방문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물어봐야 했다. 인프라도 부족해서 굉장히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 이런 작업을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접촉 추적 같은 경우에 정부 기관이 자체적으로 여러 기술들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켰다. 애플리케이션과 전화를 연결하는 물리적 토큰 및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누가 누구와 만났는지, 이로 인해 감염 경로 노출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해 알림을 발송하고 만약 증상이 발현되면 선제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2014년에 건강정보 중앙 시스템을 런칭했다. 모든 공공 의료부문 및 1차 병원과 데이터를 주고받았다. 이후에는 민간 기관들, 싱가포르 군대와 데이터를 함께 공유하긴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까지만 해도 공공과 민간 사이의 정보 격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서서히 그 격차는 건강정보 중앙 시스템으로 인해 줄어들었고 응급실에 환자가 가더라도 해당 보호자들이 환자 상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가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19 때문에 해당 시스템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

단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PCR 검사를 할 랩(실험실)도 많이 필요했는데, 공공 부문에서 PCR을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민간 부문의 랩들이 더 많은 참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들이 더 참여를 할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민간 부문의 랩들은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국가 공공 시스템에 등록을 하게 돼 있긴 하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긴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했다.

다행히 싱가포르의 여러 공공 및 민간 부문 IT 기술자들이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통합 보관소를 만들었고 새로운 앱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가 의료 기록을 한 곳에 집중시켜 현장의 의료진이 의료 기록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로 인해 많은 환자가 굉장히 빨리 검사 결과를 받을 수가 있게 됐고, 불필요한 격리와 입원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때 필수 제품이었던 마스크의 경우에도 국민 개개인이 어디에 가서 마스크를 받거나 구매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가정용 코로나19 테스트기 결과도 개인이 업로드할 수가 없었는데 해당 시스템으로 인해 원활하게 등록·확인이 가능했다. 게다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여러 백신 관련 정보 및 현황 등에 대한 기록을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치료 센터의 베드 현황, 격리시설로 활용하던 호텔의 현황 등 많은 인프라를 한데 모아 환자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이제 코로나19가 끝났지만, 어느 정도 이런 일들은 지속될 것이다. 싱가포르도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다시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 의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말에 여러 규제가 풀린 것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사람들이 다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음에도 사회생활이 바쁜 젊은 연령대 위주로 원격의료를 많이 찾는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료를 받다 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절감되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대면진료를 더 좋아하고 선호한다는 점이다.

급하게 사용할 의료증명서 등도 원격의료로 상담받은 이후에 발급받을 수 있고 의약품 배송 같은 경우에도 많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코로나19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재택 간호 즉, 홈케어도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굉장히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에 여러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국가 의료정보 시스템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만이나 한국과는 달리 국가 보험 비율이 낮은 싱가포르의 특성상 그 격차는 더 크다. 단지 우리는 법령을 통해서 이런 데이터의 격차를 줄이고 더 완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데이터를 보관하는 안전 보안 관련 법령 등을 통해 사이버 공격 문제를 해결했고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할지라도 기록을 보관하기 싫어하는 환자들이 있기에 이들에 대한 안내도 필요했다.

코로나19 때 구축한 시스템의 다른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긴급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치료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것이냐의 문제 등이다. 지속해서 사용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홈케어를 받기 직전 잠깐 동안의 시간에 이런 치료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환기 케어 치료 시설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일종의 홈케어를 대비하는 시설들인데, 당연히 이 시설들은 새로운 팬데믹이 창궐했을 때 그에 맞는 역할의 시설로 다시 전환될 것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국민들이 병원에 오지 않도록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족 주치의 프로그램도 만들어서 예방의학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환자들을 스크리닝해 어떤 만성질환이 있고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 등의 헬스 IT 기반 인프라도 구축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AI 분야는 잠재적 위험은 무엇인지, AI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등을 고민하는 워킹그룹이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AI 사용은 어떤 레벨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중요하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 이슈도 있으며 공공 부문 기술일수록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핵심이다. 싱가포르도 이 부분에 집중해서 AI를 바라보고 있다.
 

(3) 시게오 호리에 준텐도의과대학원 디지털치료학과 교수 겸 학장
- ‘퍼스널헬스레코드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통한 의료혁신’

시게오 호리에 준텐도의과대학원 디지털치료학과 교수 겸 학장
시게오 호리에 준텐도의과대학원 디지털치료학과 교수 겸 학장

AI를 활용해 개인 건강 기록, 유전학, 감지된 바이오 데이터를 통합하면 진단을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며 예방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의료 및 웰빙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오늘 발표는 퍼스널헬스레코드와 유전정보가 AI와 어떻게 결합해 의료에 혁신을 가져오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는 내용으로 꾸렸다.

도쿄에 있는 가장 큰 대학병원에서 비뇨의학과 의사로서 많은 수술을 했는데, 요즘은 디지털 헬스 및 치료제에 전념하고 있다. 의료부문에 있어서 디지털 헬스의 도래로 인해 개인 건강 기록의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먼저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를 살펴보겠다. 1950년대에는 굉장히 안정적인 피라미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2040년을 예상하면 물고기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50대와 6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이다. 반면에 어린아이들 즉, 젊은 인구가 부족하다. 노년 인구를 지원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구조가 이렇게 변하면 그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도시를 따로 빼서 살펴보겠다. 도쿄 같은 곳은 인구 자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년 인구들이 오랫동안 살기 때문이다. 단지 앞서 말한 것처럼 노인들을 돌봐야 하는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그나마 대도시는 젊은 인구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노동력은 유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방 도시 및 중소 도시들을 살펴보면 계속해서 빈집이 늘어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의료비도 폭증한다. 이 때문에 더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질병과 관련된 예방을 하고 조기발견 및 개입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의료서비스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재정적인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나 젊은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우리는 좀 더 저렴한 노인케어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

노인은 보통 손자나 젊은이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청년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는 보조 기술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원격 의료를 들 수가 있다. 또한 우리가 평소에 착용하고 다니는 웨어러블 헬스테크 기기들도 점점 더 필요하게 됐다.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건강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디지털 기술은 의료와 건강관리 그리고 웰빙에 적용될 것이다. 웨어러블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한 것이고 원격 의료와 생물 정보학도 발달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헬스는 세분화하면 디지털 헬스, 디지털 의약품, 디지털 치료제가 있다. 이 세 가지는 분명히 다르다. 디지털 헬스는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다. 디지털 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소프트웨어가 화두여서 임상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승인과 규제도 받아야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근거에 기반해서 치료 중재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질병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또한 디지털 의약품처럼 임상 근거가 필요하고 실제 사용에 따른 결과 집계도 해야 한다. 규제 당국이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는 검토하고 승인하는 이유다.

개개인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건강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보통 매일 매일 생성되는데 체온, 심박수, 호흡수 등을 예로 들수 있다. 이는 당뇨병이나 파킨슨 질환 등과 같은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직업적인 질환이나 정신건강을 돌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그다음으로 의료기관이 생성하는 데이터가 있다. 정기 건강검진을 할 때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우리는 퍼스널 레코드라고 부른다. 전자적으로 관리되는 데이터는 개인이 평생 동안 접근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기록하는 걸음수, 신체 활동, 식습관, 수면 패턴 등의 라이프 로그도 수없이 생성되는 기록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개인이 본인의 건강에 대한 주도권 수행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근간들은 이미 마련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 건강정보는 개개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때 병원에서 얻은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함양돼야 한다.

일본에서는 마이넘버라고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제도를 최근 시행했다. 아직 초반이긴 하나 여권 정보, 보험 정보, 연금 정보 등이 포함돼 있고 치료 정보, 투약 정보도 연동돼 보관할 수 있다. 이는 개인, 정부, 기업 등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정보를 융합하고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이 정보들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건강 상태 점검 및 기타 정보를 처리하는 자료 제공 지침까지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선포까지 한 상태다. 현재의 정보들은 문서 상태로 저장이 될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런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알게 됐다.

그래서 일본은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기록들이 서로 원활하게 교환될 수 있도록, 개인과 조직이 본인의 건강이나 의료정보를 평생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수용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플랫폼에 포함할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이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양한 메디컬 바이오마커 정보가 저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중산소농도, 신체 활동, 수면 패턴, 피부 온도, 체온, 심박변이도 등이다. 이런 정보의 중요성은 코로나19 때 피부로 느꼈다. 심박변이도의 경우 24시간 리듬이 계속 바뀌는데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 향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을 예측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아울러 만성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하고 암과 같은 질환에도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따라 예측이 가능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도한 염증 및 교감신경계의 신경전달 물질이 암 환자는 일반인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착안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앱을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DTx라 불리는 디지털 치료제의 중요성도 설명해보려 한다. 일본은 최근에 치매 진단용 디지털치료제를 승인받았다. 보통 치매검사에 사용되는 MMSE는 20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설문과 인터뷰를 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도 옆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로 승인받은 치매진단기기는 시선만 맞추면 몇 분 안에 치매를 진단한다. 특히 기존 MMSE 검사와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고 오히려 진단 정확도는 더 우수했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MMSE와 거의 동일했다.

아마 곧 있으면 일본 내에서 더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 서비스 전달 시스템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치료의 공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접근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홈케어도 가능해진다.

디지털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약 40개 이상이 이미 승인됐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프리스타일 리브레라는 매우 혁신적인 디지털치료제는 팔에 붙이기만 해도 지속적인 혈당 측정이 가능해 당뇨병 관리와 관련해 획기적인 발전 사례로 유명하다. 임상시험 데이터와 실제 사용 사례를 거쳐 이미 효과는 입증됐다.

유의미한 점은 이런 디지털치료제는 원격진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담당 의료진은 혈당 데이터를 동시에 검토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치료 수용도 증가로 연결된다. 의사결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023년에 불면증치료제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차별화된 수면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2020년에 금연 관련 디지털치료제가 신속 승인을 받았는데, 사용자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맞춤형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금연 진행 상황과 여러 도전 과제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 및 조언을 해준다. 나이트웨어라고 전 세계에서 최초로 승인받은 수면 장애 디지털치료제가 있다. 수면 중 심박수 움직임을 기록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악몽을 꾸고 있는지 확인해 준 후 진동으로 악몽을 방해하는 개념인데, 보통은 PTSD 환자의 악몽으로 인한 수면 장애에 대한 중재적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다.

만성 요통 환자를 위한 디지털치료제를 비롯해 임상적으로 입증된 미국식품의약국(FDA) 최초의 승인을 받은 가정용 VR 치료법도 있다. 이들은 대조군 대비 생존율 상승이 나타났다는 등의 실제로 의미있는 데이터를 꾸준히 생성해 내고 있다.

다만 디지털치료제 도입을 방해하는 요인도 굉장히 많다. 첫 번째는 규제 승인에 대한 어려움이다. 두 번째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에 대한 우려다. 세 번째는 새로운 의료 문화의 변화에 대항 저항(반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약 의료진과 환자가 기존 치료법에 너무 집착을 하거나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대한 불신이나 오해가 크면 디지털치료제의 수용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도 빨리 디지털치료제 관련 산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본은 적극적인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규제도 꾸준히 완화해 디지털치료제 사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치료제와 관련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첨단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모바일 기술도 뛰어나다. 디지털치료제의 보급과 실용화를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일본이 한국에서 디지털치료제와 관련된 더 많은 것들을 배우려고 하는 이유다. 새로운 디지털 치료 방법의 도입과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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