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에 의료계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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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에 의료계 ‘한숨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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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 과도한 자료 요구와 환자 입원 판단 침해 우려
병원협회 지속적인 반대 의견 제출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서 의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1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1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의료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입원적정성 기준을 마련한다고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을까?

국회는 1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윤창현, 홍성국, 박수형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16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보험사기행위의 알선‧유인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관계 기관 등에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험사기 대응 및 근절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 처리된 것.

개정안은 보험사기행위를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하고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행위 및 보험사기행위의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하는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 등에게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하는 입원적정성 심사의 타당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 기준을 마련하며 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사기로 인해 부당하게 보험계약자의 보험료가 할증된 사실을 발견한 경우 피해사실 및 후속절차를 보험계약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문제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잉 입법에 따른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

금융위원회의 자료요청권의 경우 수사기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기준을 법제화하는 것 역시 주치의의 고유의 영역인 의학적 판단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입원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환자의 연령과 병력,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입원적정성 심사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오히려 심사의 타당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병원협회는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해 왔다.

병원협회는 신설된 자료제공 요청과 관련해 ‘목적‧대상‧내용‧범위’의 별도 규정없이 하위법령 위임으로 입법권을 금융당국에 과도하게 위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법률로 정하는 자료제공의 요청 건은 타 법령(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대상, 활용업무(정책), 내용’ 등을 상당히 구체화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요청 대상 기관이 구체적이지 못하며 관련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문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병원협회는 보험사기 조사에서 의료정보가 필요한 경우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사안으로 해당 입법에 따른 민감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이 우려되며 수사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목적으로 과도한 자료제공의 요청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입원적정성 심사기준 마련에 대해서도 입법 타당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동법안 제7조에 따라 보험사기 행위 조사를 위해 심평원에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심사의뢰 자체의 근본적 문제와 실효성의 문제제기는 복지위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입원의 경우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상입원과 허위입원을 구분하는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법에 따른 입원기준에서도 의학적‧임상적 소견에 따라 입원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입법의 타당성과 필요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보험사기 구분을 위해 입원적정성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진료권 침해와 의료행위의 신뢰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모든 의료인과 국민을 언제든 보험사기범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결과가 보험사기죄 성립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대법원 2017도12671)도 있어, 입원적정성 심사는 단순한 자문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7조(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등)항을 삭제하거나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는 것.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하위법령이 어떤 방향으로 마련될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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