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의료대란 이후의 병원경영
상태바
[창간특집] 의료대란 이후의 병원경영
  • 병원신문
  • 승인 2024.04.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이사...창간특집 병원경영 생존전략①
의료대란, 종합병원·전문병원에 기회지만 잘 준비된 곳에만 국한
경영자는 수가정책 변화 잘 살펴 향후 예측 및 미래계획 수립 필요

 

의사 구인대란의 시대로 진입 중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이사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이사

지금 전국적으로 의사는 부족하다. 환자가 없는 오지가 아니라 부산, 대구를 비롯하여 창원, 울산, 강릉 등 지역 대도시의 중소병원은 물론 대학병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사구인 사이트에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개원가 봉직의 연봉은 진료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의 진료과는 대학병원 교수의 평균연봉보다 2배 이상이며 인센티브는 별도이다. 지역 대도시의 대학병원들도 병상 대비 10~20%에 이르는 교수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들어 봉직의 연봉이 가파른 상승추세에 있다는 사실이다.

문케어의 보장성 강화정책과 실손보험이 결합되어 개원가의 경영환경이 상당히 좋아졌다.

개원의는 급증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유보했던 의사들의 이직이 본격화되었다. 중소병원에 이어 대학병원도 의사 구인난이 힘겨운 일상이 되었다.

게다가 향후 10년 동안 국가고시 합격률을 감안하면 3만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도 않는데, 3만 명 이상의 의사가 70세를 넘어선다.

사실상 의사의 충원은 없는 셈이다. 빨라야 11년 후에나 효과가 날 의대정원의 정책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의료대란이 언제 끝나든 의사 구인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입장에 따라 상황을 달리 해석할 수 있지만, 경영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의대정원의 증원정책은 대학병원에 유리하고 개원가에 불리한 것인데,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대학병원이 오히려 직격탄을 맞고 개원가는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의료대란은 특히 전공의가 많았던 대학병원에 초유의 시련이자 도전이다.

앞으로 한 달 내에 해결돼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회복에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전공의들이 모두 돌아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환자 수의 회복도 빨리 되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균열이 생겼고, 환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적자가 누적되었다.

이를 회복하는 기간 동안 계획했던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대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영향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대학병원 호봉제의 위기는 중소병원에겐 큰 기회

의료대란이라고 하지만, 대학병원 이외의 의료기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었다.

중증질환을 비롯한 특정질환에 특화된 종합병원 또는 전문병원에겐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

환자가 늘어 의료수익이 올라가는 것도 그렇지만, 대학병원만을 선호하던 환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런 환경변화에도 의료품질의 신뢰를 받지 못한 중소병원은 특별히 혜택을 보지 못했다. 경영환경변화는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잘 준비된 병원에겐 대부분의 변화가 유리하게 작동하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어떠한 변화도 큰 덕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 의사수급난은 중소병원만의 문제였다. 병원을 유지라도 하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봉직의 연봉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했다.

대학병원 교수 연봉의 두 배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자 대학병원에서 개원가로의 이직이 늘어났고, 대학병원도 젊은 교수를 뽑기가 어려워진 지가 꽤 되었다.

수도권 대학병원 중에도 임용 5년차 이하 조교수 대학병원에 유지 비율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병원에 남은 착한(?) 조교수도 교수 타이틀만 확보하고 떠나갈 것이다.

의료대란이 끝나면 대학병원의 의료진 이탈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개원가의 연봉을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급여가 높아지는 구조인 호봉제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시니어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진료과 내의 위상 등 다른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으나, 젊은 교수들은 개원가와의 격차를 감내할 마음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타개할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대학의 호봉제와 병원의 급여가 합해진 보수체계는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중소병원과의 의료진 수급에서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게다가 교수들이 중소병원으로의 이직을 꺼려하는 분위기도 많이 완화되었다.

정년퇴임한 교수들이 개원가로 이직하여 만족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중소병원에겐 과거에 없던 기회이다.

중소병원이 높은 연봉에 더해서 훌륭한 이사장, 특정질환의 브랜드, 좋은 동료의사, 쾌적한 시설을 갖추면 대학병원 우수 교수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시장가격을 인정하는 보상체계 구축해야

대학병원은 올해 들어 적자가 급격하게 누적되고 있다. 전공의가 없다고 수술방을 줄이고, 입원과 외래를 줄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장은 경영자다. 지금 욕을 먹어도 병원의 내일, 내년을 생각해야 한다. 누구를 붙잡고 사정을 하든 일시적인 지원금을 주든 추가채용을 하든 환자수를 회복하고 적자규모를 최대한 줄어야 한다.

전공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PA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등 드러난 진료시스템의 문제점들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런 노력과 동시에 의사쟁탈전을 위한 보상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보상체계를 개선할 때는 과거보다 얼마 더 높아졌다는 관점보다는 진료과의 성과와 시장가격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집토끼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성과급을 통해 급여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고, 우수의사의 연봉은 진료과별 개원가의 수준을 넘어서게 해야 한다.

하지만 성과급의 개선만으로 고성과의 젊은 의사를 유지하거나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임상에 전념하되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연봉제 형태의 매력적인 임상트랙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

만약 이때 성과급을 개선하여 급여를 적정수준으로 높여놓지 않으면 연봉제가 적용되는 교수와 기존 교수와의 갈등이 심해지고, 고성과 교수의 이탈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임상트랙교수제가 자리를 잡으면, 기존교수 중에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장기적으로 연구를 잘하고 좋아하는 교수는 연구에 더 전념하게 되고 대부분은 임상에 전념하는 선진형 트랙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재원(財源)이 없는데, 성과급이나 연봉제를 어떻게 도입하냐며 반문할 수 있다.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학병원의 재정은 악화되어 성과급 재원을 늘리거나 연봉제로 인한 교수를 증원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와 연동하여 재원이 늘도록 설계하면 의사당 진료수익도 증가시킬 수 있고, 성과와 연동되지 않은 호봉제 보수체계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연봉제 교수는 실적이 높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채용 또는 전환을 추진하면 된다.

 

의료대란 이후를 준비하라

대학병원에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늘어난 적자를 메우고 향후 의료진 인센티브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구성원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될 때가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적기이다. 이럴 때 구성원의 이견이나 반대 때문에 수행하지 못했던 과제들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전문화 전략에 따라 의료진 구성을 새롭게 하고, 진료패턴을 적정화하고, 환자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편의사업의 수익을 높여야 한다. 이와 아울러 구매방식의 전환, 인력의 재배치, 계약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의대정원의 증원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의료계의 해묵은 숙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의료전달체계, 중증질환 수가, 진료과별 인력수급, 실손 보험, 비대면 진료, 전공의 교육과 의대교육방식, 임상지원간호사제, 직역간 역할분담 등이다.

이 많은 과제들은 하나하나 이해관계가 다르고 서로 연계되어 있어 풀기 쉬운 과제가 거의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을 자랑해왔지만, 너무 오랜 동안 인기영합식 정책과 땜질식 처방이 난무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모두의 노후건강을 챙겨줄 미래형 의료시스템을 갖기 위해선 과감하게 대수선을 해야 할 때다.

이번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가 노정되었지만, 큰 수업료를 지불한 대신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도 되었다. 총선 후 정책지형이 바뀌었고, 의대정원의 이슈가 일단락되어도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수가체계의 개편, 개원가 수익의 적정화, 직역간 역할조정 등 다양한 의료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이 많다.

경영자는 정부가 미워도 정책변화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특히 증증질환과 필수의료와 관련된 수가정책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 수가기획과 진료패턴 적정화, 전문화 전략 그리고 성과급 등에 반영해야 한다.

정책지원금과 수가개편 등 정부정책으로 인한 효과는 상당부분이 이익에 직결되어 병원의 수익성 개선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의 경영진은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개인적인 감정소모를 최소화하고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향후 정책이 내가 운영하는 병원에 줄 영향을 예측하여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