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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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 병원신문
  • 승인 2022.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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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병원경영의 실전 전략(프롤로그)
성패는 핵심과제 풀어낼 실행력이 좌우
체질 개선과 함께 차별화된 전략 추진 필요

■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병원은 잘될 것인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 전염병이 3, 4년마다 주기적으로 밀려든다.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각오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입원환자가 급격히 줄어 생존을 걱정해야 했고, 정부의 자금지원에 의존해 급여를 주는 상황이 초래됐다. 2021년에는 공포심이 줄어들고 병원의 방역체계도 정비되면서 대형병원부터 입원환자가 늘어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의료수익이 회복되거나 조금 상승됐다. 하지만 중소병원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병원들은 이 괴로운 상황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2022년에 위드 코로나가 돼도 수시로 병원 내 확진자가 발생해 소란을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 모든 병원의 경영이 나빠졌을까? 모두가 걱정에 빠져 있을 때, 어떤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보수체계를 개선하고 우수 의료진을 뽑아 전문의 구성을 바꿨다. 간호사의 잦은 이직을 예방하기 위해 업무량을 기초로 응급실, 중환자실, 교대근무 등을 고려한 직무급 성격의 급여체계를 구축했다. 콜센터를 비롯해 그동안 환자와 보호자들의 민원이 많았던 시스템을 고치고, 구매방식을 혁신해 원가를 절감했다. 게다가 주변 상가들이 장사가 안돼 가격이 떨어지자 이를 매입해 미뤄왔던 병상을 증축하고 병실을 리모델링 했다. 그 결과 20% 내외의 매출이 성장하고, 20% 이상의 이익률을 냈다. 게다가 묵은 숙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성과를 보면 여느 벤처기업이 부럽지 않다.


■ 급격한 환경변화는 준비된 자를 위한 선물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처한 병원이라도 살길은 있었고, 성패는 핵심적인 과제를 풀어낼 실행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었다. 인구가 줄어들어 폐업 직전의 병원, 주변에 명성 있는 네트워크 전문병원이 동시에 3개가 들어서 위기에 빠진 전문병원, 10여 년간 매출이 정체돼 급여가 체불되는 병원 등 극도의 위기에 빠진 병원도 경쟁력 있는 병원으로 거듭났다. 상당수 병원이 동네축구팀이 하는 식으로 코로나와 같은 눈앞에 있는 공만 쫓아다니는 데 반해, 이 병원들은 프로축구팀과 같이 전문팀과 함께 효과적인 훈련방법과 작전을 짜고 각자가 할 일을 잘 수행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환경이든 예상할 수 있는 환경이든 모든 병원에게 같이 다가온다. 3년 내외에 개원할 예정으로 수도권에 짓고 있는 대학병원의 분원만 3천병상이 넘는다. 이 병원들은 환자는 물론 엄청나게 많은 의사와 간호사를 빨아들일 것이다. 지금도 지방의 중소병원은 물론 대학병원도 의사와 간호사 확보에 애를 먹는데 그때는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환경을 탓하며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환경 변화를 세심히 살피고,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병원이 잘 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급격한 환경 변화가 준비된 병원에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병원에는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병원에 따라 맞춤형 처방 있어야

모 대학병원이 진료기여수당 제도를 도입해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해소하고, 이익이 두 배가 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알게 된 다른 대학병원에서 이를 본떠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는데, 성과는 거의 보지 못한 채 분위기만 해치고 말았다. 같은 제도라도 성과는 완전히 달랐다. 병원은 비슷하기에 다른 병원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하면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물론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전국의 중소병원들과 협력경영을 하면서 병원들은 각기 얼마나 다른지를 절감하게 됐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은 완전히 다른 지형에 있고, 중소병원도 모두 다른 여건에 처해있다. 수도권 여부가 아니라 어느 지역, 어떤 입지냐에 따라 경쟁환경과 고객들의 성향이 다르다. 규모도 30병상 정도로 소규모의 병원에서 대학병원들의 규모에 해당하는 700병상에 이르는 대형병원도 있다. 국공립병원과 사립병원, 전문화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잘 화합하는 분위기인 병원과 내부갈등이 많은 병원, 개인병원인 경우와 의료법인인 병원, 단독소유주인 병원과 공동개원의 병원 등의 특성에 따라 처방도 대안도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영자의 스타일과 인품은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같은 의사결정도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병원에는 맞는 처방이 다른 병원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대안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마치 체중, 체질, 다른 질환 여부, 알레르기, 가족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하면 예상치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글을 접하는 병원의 상황이 각기 다른 것을 알지만, 병원과의 장기적인 협력경영을 하면서 느낀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병원 경영자들이 경험이 많고 현명하기에 글의 취지에 맞추어 자신의 병원에 적용할 것으로 믿는다. 3년 전 문재인 케어로 인해 중소병원의 경영지형이 어려워졌을 때 ‘봉직의의 배신과 병원장의 복수(?)’를 필두로 10회에 걸쳐 쓴 글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다.

■ 병원에 맞는 혁신의 순서를 찾아야

회차별 주제와 연재순서는 병원과 장기계약을 맺고 협력경영을 할 때 진행하는 방식과 맞췄다. 병원이 현 상황을 점검하고 혁신을 시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협력경영을 시작하면 먼저 전반적인 경영진단과 동시에 혜안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활용한다. 혜안을 통해서 진단도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략을 실행할 때도 병원의 주요 지표를 조기에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전국 병원들의 데이터가 담겨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비교·분석하고, 설문조사 시스템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구성원은 물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고쳐야 할 것들이 매우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많은 곳이 아프다고 한꺼번에 모든 부위를 수술하지 않듯이, 치료계획을 세우고 순서를 정해야 한다. 최소한의 시설개선부터 해야 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의료진의 성과급부터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환자 유치를 위해 관련된 시스템과 교육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과제에 따라서는 선후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기왕 시설개선을 하고자 하거나 전문화에 대한 조치가 조만간 이뤄진다면, 당연히 홍보는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또 의료진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은 의료진의 성과급이나 처우개선과 관련된 제도와 함께 개선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병원마다 실행해야 할 과제의 순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병원에서 우리도 다 해봤다고 한다. 수학 점수가 100점이냐 40점이냐가 중요한데, 40점을 맞으면서 나도 수학을 해봤다고 말하는 셈이다. 비서가 전화를 받는 것부터 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듣는 과정은 물론 콜센터의 운영에서도 병원에 따라 엄청난 성적 차이가 난다. 진료 과정, 시설개선, 구매방식 등은 더욱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하는 것 못지않게 지금 수행하고 있는 기능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 체질개선과 함께 그 병원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실행할 때 방향만 알면 병원 자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업무가 있고, 전문가가 직접 해주거나 도와줘야 하는 정교한 실행과정이 필요한 업무가 있다. 정보시스템 등 도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있고, 정보 확보나 실행지원을 위해 인적인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런 내용도 매회 간략하게나마 알려드리고자 한다.


■ 시간이 지나면, 항상 그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최근 10여 년은 지속해서 병원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3년 전 연재를 할 때 첫 회차의 제목이 ‘문재인 케어 시대의 중소병원 생존전략’이었고 첫 번째 소제목이 ‘차라리 팔고 싶다’였다. 예상한 대로 경영난은 더욱 심해졌다. 이번 정부에서 단시간 내에 도입된 최저시급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제도 등 노동정책으로 인해 인력을 많이 쑬 수밖에 없는 병원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표현도 점잖게 들린다. 경증질환, 즉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병원은 더욱 경영이 힘들게 됐다.

언제나 그렇듯이 경영을 어렵게 하는 환경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올 것이다.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있듯이,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도 잘 나가는 병원은 있게 마련이다. 코로나 이전에 관리시스템을 잘 갖춘 대학병원은 빨리 회복됐고, 코로나 이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이다. 한두 번의 실패에 발목이 잡혀서 과감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욱 큰 실패다. 부작용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시도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고 다시 도전하는 병원에게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병원에 대해서 자문을 하고 그 해답을 찾아보자. 실행 가능성을 너무 염두에 두지 말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피하지 말고 풀어보자. 그러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병원경영의 실전 전략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실패한 혁신도 큰 자산
1회: 변화는 ‘비전을 공감하는 것부터’
2회: 리더십의 확장, 내가 아니어도 더 잘 할 수 있다.
3회: 의료품질을 타협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
4회: 누구나 명의의 가능성은 있다.
5회: 만족은 또다른 환자를 부른다.
6회: 홍보는 전방위로 해야 한다.
7회: 비용 절감은 진료수익의 20배의 효과가 있다.
8회: 윙맨 능력의 합이 경영자의 능력이다.
9회: 간호부가 밝아야 병원도 밝다.
10회: 환자의 집보다는 쾌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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