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병원인 새해소망] 박지원 해운대부민병원 홍보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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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병원인 새해소망] 박지원 해운대부민병원 홍보실 대리
  • 병원신문
  • 승인 2022.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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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실의 추억

“어머님, 생수는 한 사람당 한 병이에요.” “아버님, 경품권 여러 개 갖고 계셔도 중복 당첨 어려우세요.”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에 가서 마시게 생수 한 병만 더 달라고 하는 어머님께 생수를 넉넉히 3병쯤 드리고, 작은 선물을 모으길 즐겨하는 아버님께는 몰래 볼펜 한 자루 더 드렸을 텐데. 나는 지금 23개월간 못 본 ‘우리 어르신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병원 강당에 100여 명이 모였다. 문자메시지 같은 특별한 기별을 보내지 않아도 약속한 날이 되면 우리는 그곳에서 만났다. 어린이 성장클리닉부터 위암, 뇌졸중, 치매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의학 정보를 주제로 실제 의료진이 강단에 올라 원인부터 치료법, 예방 수칙까지 꼼꼼히 알려주는 이 건강교실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저명한 명의로 이름난 원장님들의 강연날이면 전국 각지에 흩어진 팬클럽이 찾아와 ‘눈물의 상봉’을 연출했다.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유튜브 라이브나 줌을 통한 화상 건강교실도 열어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교실을 통한 의학정보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우리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지 않을까 우려해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된 지도 어느덧 2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처음부터 어르신들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강의 시작 2시간 전부터 텅 빈 객석에 앉아 직원들보다 먼저 도착하는 어르신들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남들 다 하나씩 받아가는 생수를 서너 개 달라고 하는 어르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볼펜이나 메모지, 책, 부채 같은 선물은 인기가 덜한 편이다. 기념품으로 물티슈를 준비한 날이면 어르신들은 무섭게 돌변했고, 그럴수록 나는 더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다. 몇몇 사사로운 기쁨보다 모두가 공평하게 선물을 나눠 갖는 것이 최상의 가치라고 여겼다.

반면 어르신들에게 홍보실 직원들은 병원일로 필요할 때 힘 써줄 수 있는 잘 아는 직원이자 유쾌한 친구였다. 건강교실이나 음악회, 개원기념일 이벤트처럼 모든 즐거운 순간을 함께 했다. 몸이 아프실 때면 기꺼이 병원 사정 잘 아는 든든한 ‘뒷배’이길 바랐을 것이다. ‘그깟 생수, 물티슈가 뭐라고’ 나는 그렇게 옹졸했을까.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교실은 커녕 병원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한 요즘, 나는 그분들이 지독하게 그립다. 입장할 때 작성하는 명부에 마치 붓글씨 쓰듯 정성스럽게 이름을 써내려가던 그 손을 다시 맞잡고 싶다. 물티슈 5개 챙기면서 우리 주려고 주머니 속 깊숙이 챙겨둔 알사탕을 꺼내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도 다시 느끼고 싶다. 부디 2022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그리운 우리 동네 어르신들을 여전히 건강한 모습 그대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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