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나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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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나는 전설이다
  • 이경철
  • 승인 2007.12.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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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대기 중인 것처럼 도로 위에 꿈쩍 않고 늘어선 자동차들, 각종 공산품이 즐비한 슈퍼마켓, 평온해 보이는 주택 안에 꾸며진 아기 방… 평범해 보이는 대낮의 도시 풍경이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고요하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는 전설이다"(감독 프랜시스 로런스)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공포란 가장 낯익은 일상생활의 변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스크린 속 풍경에 사람의 온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챌 때쯤이면 섬뜩한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로런스 감독과 주연 배우 윌 스미스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기자회견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의 느낌으로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의 양해를 얻어 뉴욕 도심 거리 곳곳을 통제하고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원작이자 SF소설의 고전인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소설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지고 홀로 남은 마지막 생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인간과 개인을 도구화하는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전설이다"는 "지상 최후의 남자" "오메가맨"에 이어 이 소설을 세 번째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

이번 영화는 원작에도 없는 풍경을 만들어 담으며 폐허가 된 도시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이 도시 속으로 카메라가 더 깊숙이 들어가면 흉물스럽게 가운데가 뚝 끊어진 다리와 정글로 변한 광장이 스산한 모습을 드러냈다.

의지할 데 없는 주인공의 심리도 주인공이 마네킹을 인간의 이름으로 부르며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전투기 위를 연습장 삼아 한가로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 등으로 흥미롭게 표현됐다.

그러나 영화는 97분의 러닝타임을 시종 긴장감 있게 끌고 감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 뒤에까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여러 개 남긴다.

의문 대부분은 장애물 앞에서 자포자기하고 절망하면서도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소시민인 원작의 주인공을 과학자이자 군인, 즉 처음부터 "만능 히어로"인 인물로 그리면서 "로빈슨 크루소"식 생존 과정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생략한 데서 비롯된다.

또 인간과 조직의 본성,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다수의 횡포와 소수자 핍박 등 원작 소설이 안고 있던 사회적 메시지 상당수가 사라진 점도 아쉽다.

2012년의 어느 날, 순식간에 아내와 딸, 이웃들이 모두 사라진 지 1천일이 넘게 지났다.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뉴욕에 혼자 남아 있는 생존자로 키우는 개 샘만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네빌은 혹시 다른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누군가 듣고 있다면 응답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도시 구석구석에 깃든 어둠 속에는 네빌의 목숨을 시시각각 노리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인류를 거의 멸종시킨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살고 있는 인간이 아닌 인간, 즉 "변종 인류"다. 이들은 빛을 두려워하며 대단히 폭력적인 습성을 보인다. 네빌은 면역체가 있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이겨낼 백신을 만들어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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