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냐고?…‘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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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냐고?…‘정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8.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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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 의원, 국회 정책 토론회 개최하고 종별 수가 관련 애로사항 청취
상급종병, 강력한 게이트 키핑 및 진료 시간 등에 대한 차등 보상 강조
종병, 의원과 상급종병 사이에서 가름막 역할 하려면 여러 가산 제도 필요
의원, 급여 진료만 하면 손해인 비정상 상황…최소한 원가 보장은 해줘야
한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8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한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8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상급종합병원부터 종합병원, 의원까지 종별을 불문하고 의료 수가와 연관된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정부의 무관심과 충분하지 못한 지원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은 토론회였다.

한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8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의료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얘기다.

이번 행사는 한지아 의원이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자리로, 앞으로 다양한 주제의 토론회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별로 올바른 의료 이용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종별 특성을 고려한 의료 수가 조정 및 충분한 보상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노력과 재원을 투자해야만 종별 기능에 맞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급종병, 강력한 게이트키핑과 난이도·시간 따른 차등 보상 강조

우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신규환자 유입을 기관 의뢰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게이트키핑’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수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재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은 “보건의료체계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자의 내원을 금지하는 대신 협력 의료기관에서 의뢰할 경우 진료 패스트트랙을 적용, 중증도 분류에 따라 계속 진료 및 재회송 여부를 결정하는 ‘강력한 게이트키핑’이 필요하다”며 “만약 의학적 판단에 의한 전원을 거부할 경우 상급종병 이용 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90%로 높이거나 산정특례를 미적용하는 등의 불이익을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급종병의 적절한 진료 시간 확보를 위한 적정 수가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임재준 공공부원장의 주장이다.

예로 들 수 있는게 바로 심층진찰 시범사업이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경험한 의사들은 15분가량의 진료 시간이 효과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난이도와 시간에 따른 진찰료 차등 적용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즉, 심층진찰을 하면 결국 검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진찰을 통한 보상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인데, 5분씩 12명을 진료하는 것보다 15분씩 4명을 진료하는 게 수가보상이 더 높아야 심층진료가 확산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의료체계를 혁신하는 ‘강력한 케이트키핑’을 확립하는 대신에 긴밀한 진료협력체계 구축 및 질 관리, 적절한 진료 시간 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임 공공부원장은 상급종병 고유의 역할인 교육·연구·정책협조 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종합병원, 의원과 상급종병 ‘가름막’ 역할에 적절한 보상 필요

종합병원을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서인석 대한중소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소위 중소병원이라 불리는 종합병원(2차 병원)의 경우 의원과 상급종병 사이의 통로로서 적절한 가름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인석 보험위원장은 “2차 병원은 특정 종별에 환자가 쏠리기 전에 중증도를 판단하고 결과에 따라 전원 또는 회송함으로써 어느 정도 의원과 상급종병 사이에서 길 가름막 역할을 하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의료에서는 수도권의 상급종병 만큼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피력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재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 서인석 대한중소병원협회 보험위원장, 김현지 대한내과의사회 학술이사,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병원신문.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재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부원장, 서인석 대한중소병원협회 보험위원장, 김현지 대한내과의사회 학술이사,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병원신문.

서 위원장은 이어 “정부는 검체 및 영상 검사 영역이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이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 2차 병원은 시행 횟수가 대학병원만큼 많지 않아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오히려 기본 진료영역인 수술, 처치, 외래 진찰료, 입원료 등이 저평가돼 있다”라고 꼬집었다.

즉, 현 저수가 구조에서 2차 병원은 진료량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이 수익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진료과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고 가름막 역할까지 한층 강화하려면 휴일 야간 진료 가산 등 다양한 가산 제도로 별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서 위원장이다.
 

의원, 의료 질 확보 위한 최소한의 원가 보상은 있어야

끝으로 의원은 비급여 없이 급여 진료만 하면 손해를 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며, 최소한 원가 보장은 해줘야 1차 의료기관이 원칙대로 진료하고 질 높은 진료를 유지해 1차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13년 동안 일반건강검진 등을 하지 않고 오로지 건강보험 급여 진료만 했다고 소개한 김현지 대한내과의사회 학술이사는 오히려 비급여 진료 없이 급여 진료만으로 버틸 수 없게 된 현실에 고개를 떨궜다.

김현지 학술이사는 “1차 의료기관이 진료비 삭감 없이 전액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초진은 1만7,610원이고 재진은 1만2,590원인데, 이 비용 안에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전문 지식과 무상의 진료행위들이 엄청나게 녹아들어 있다”며 “감염병 환자들을 철저히 케어하려면 1인 1체온계, 소독된 일회용 장갑, 페이스 실드 등 수많은 보호장비가 필요하나 그 어느것 하나도 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이사는 이어 “현재 코로나19 감염관리료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감염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타 기관의 CT를 보고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흡입제 복용 진료를 10분가량 하는데도 이 모든 것을 1만2,000원 남짓의 진료비 수가로 갈음하다 보니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으면 못 버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원칙을 지키고 급여 진료만 하면 되려 내 돈을 더 써야 하는 비현실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 김현지 학술이사는 1차 의료기관의 의료 원가부터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학술이사는 “수가 협상에서 많이 받고 적게 받고를 떠나 1차 의료기관에서 원칙을 지키고 진료하는 의사들에 대한 수가는 아예 원가부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복검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를 채용해 비급여를 늘릴 수밖에 없다”라고 일갈했다.

결국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각자가 처한 어려움과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수가 조정과 전폭적인 지원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만큼은 한목소리였던 패널 토론자들이다.
 

정부, 공정한 보상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 강구 약속

이와 관련 정부는 보상체계를 공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기존의 수가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밝히고 관련 작업도 하고 있으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수가 체계를 바꾸고 공정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집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달체계 개편 등 다양한 모형을 도입·제도화하겠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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