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양성, 정부 주도 아닌 독립 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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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인력 양성, 정부 주도 아닌 독립 기구 필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7.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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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외국처럼 별도 기구에서 논의해야…수련비용 지원 필요성도 대두
인턴 역량 수련교육 표준안 및 전공의 핵심역량평가 지침 등 제작해야

젊은 의사들이 절망하지 않는 올바른 미래의료 환경을 만들려면 현재처럼 정부가 의사 인력 양성 및 수련교육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독립 기구를 마련해 전문화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정부가 주도한 수련제도 및 의사 양성 환경의 전면 개편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7월 26일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의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토론회는 전 직역의 의사회원이 참여해 젊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되돌아보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은 ‘대한민국 의료, 젊은 의사의 미래’를 주제로 했는데, 패널로 참석한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의사 양성 체계가 전문가 중심이 아닌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점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봉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수련교육부장

우선, 이봉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수련교육부장(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정부가 정책을 펼칠 때 의학교육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봉근 교수는 “얼마 전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계획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올라왔고, 시범사업을 위해 경증 질환자를 연관된 병원으로 보내 병상을 줄이라고 했다”며 “경증 질환 관련 수련교육은 2차 병원에 가서 받으라는 것인데, 과연 2차 병원들이 교육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즉, 상급종합병원을 구조를 조정하면 수련교육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해 의학회들과 전혀 논의된 바가 없었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학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의사 인력 양성과 수련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봉근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독립 기구를 통해 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수련교육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는 이봉근 교수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의사 인력 양성 체계와 수련교육이 정부 중심으로 가고,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미국 등 외국처럼 별도의 독립 기구를 논의해야 하고 특히, 인턴 양성 및 교육의 경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적절한 재원과 인력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의 수련비용 지원도 지적사항 중 하나로 꼽혔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련비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창민 위원장은 “미국은 필수 진료과에 150억 달러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원이 안 될 게 뻔하니까 전공의들이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젊은 의사의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의 역량 강화 및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구조 개편 필요성도 언급한 최창민 위원장이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최 위원장은 “수평위에 전공의들이 절반가량 포함되던가, 전공의가 추천한 전문가가 절반 이상은 참여해야 전공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지금 한술 더 떠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한 인원을 더 넣어서 전공의를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수평위는 자문기구이지 실행기구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의사 인력 양성 및 수련 교육과 관련된 독립 기구가 만들어져야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이봉근 교수의 제안에 동의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인턴 교육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인턴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논란이 있는 이유는 인턴과정을 마쳐도 충분한 일차진료 능력의 확보 및 진로 탐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2년제 인턴 제도 도입, 2년제 임상 수련의 도입, 인턴제 폐지 등의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박용범 교수는 “인턴 제도의 문제는 인턴수련 프로그램의 수립과 실행을 관리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없고, 그 책임을 수련병원에게 돌리는 바람에 현재와 같이 각 병원 및 진료과에서 제각기 다른 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며 “결국 인턴수련 과정의 목표와 괴리가 커지기만 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현재 수련환경 평가는 수련병원 시스템, 인턴 만족도 등 형식적인 내용과 증빙자료는 있으나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평가는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턴수련 표준 교육안을 제작해 교육을 체계화시키고 인턴 전담 지도전문의를 지정하는 등 실제 수련평가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더해 실제 인턴 역량 수련교육이 잘 이뤄지는지를 점검하려면 인턴 지도전문의 제도가 필요하고 주요 진료과별 인턴수련 지도전문의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박 교수 제시한 개선안의 골자다.

끝으로 그는 “무조건 수련시간을 단축하기보다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연속근무시간은 과별 상황에 맡기고, 차라리 전공의 역량 강화 수련서 지침과 핵심역량평가 지침 등 체계화된 수련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의사 대토론회’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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