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의 ‘응고 강도’가 스텐트 시술 환자의 재발 위험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 공동연구팀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 2,512명을 대상으로 중재술 직전에 모든 환자에서 ‘혈소판 활성도(VerifyNow 검사, PRU)’ 및 ‘응고 강도(TEG 검사, MA)’를 측정했고, 중재술 후 4년간의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혈액의 ‘응고 강도’가 관상동맥질환 재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이 위험인자가 항혈소판제에 의한 재발 예후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으로 국내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 원인의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으로 3만3,71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도별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특히 심근경색과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재발률이 높아 시술을 받은 후에도 주의를 요한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왕관모양의 동맥혈관으로, 이 혈관이 혈전으로 인해 협착되거나 막히는 경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류가 감소하고 심장근육의 손상을 초래한다.
현재까지의 스텐트 시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PCI)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표준치료는 이제항혈소판요법(DAPT: 아스피린 및 ADP P2Y12 수용체 억제제 동시 사용)으로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통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장기적인 이제항혈소판요법이 관상동맥질환 재발 예방 효과가 미비하고 오히려 위중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DP 수용체 억제제는 약제에 따라 항혈소판 억제력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등도 억제제(예: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강력한 억제제(예: 프라수그렐 및 티카그렐러)의 사용은 급성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고전적으로 동맥 혈전은 ‘혈소판 활성도’에 의해서, 정맥 혈전은 ‘응고 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실험실적 연구 및 임상자료를 보면, 영향에 차이는 있어도 다양한 질환에서 혈전 발생에 두 가지 요소가 다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 예로 심방세동 환자의 혈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중 항응고제 리바록사반을 아스피린과 병용 사용하는 경우, 아스피린 단독 사용에 비해 혈전 발생을 24%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