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병원인 새해소망] 송인의 서울재활병원 미래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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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병원인 새해소망] 송인의 서울재활병원 미래기획실장
  • 병원신문
  • 승인 2024.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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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만 명’ vs ‘6.7%’

‘29만 명’은 국내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의 수이며, ‘6.7%’는 그중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의 비율이다.

OECD 선진국이며 의료강국이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장애아동들이 충분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수치다.

장애아동의 경우 85% 이상이 중증 장애로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소아재활은 수익성의 이유로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경향이 커 많은 장애아동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 전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10곳 건립한다고 약속했지만 겨우 대전에 한곳 들어서고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서울재활병원은 소아낮병동과 장애청소년을 위한 전담팀을 국내 최초로 만든 곳으로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소아재활을 하는 곳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전국의 수많은 장애아동과 청소년들이 찾는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과 인력으로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받기까지 몇 달에서 혹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해 드릴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다.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녀의 상태가 조금이나마 호전되고자 하는 마음에 치료와 재활에 전적으로 올인하는데, 이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와 가족관계는 점차 해체되고, 사회와 소외되고 단절되는 문제가 일어난다.

아이는 갈수록 커가는 데 부모는 점차 늙어가게 돼, 결국에는 늙은 부모가 늙어가는 장애 자녀를 돌보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장애아를 키우는 책임의 굴레가 오롯이 가족에게만 있다보니 가족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 등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아동의 문제는 비롯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 재활을 위해서는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수이며, 가족 모두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즉, 가족의 행복이 곧 아이의 행복이다.

2024년 갑진년은 내 나이 50이 되고, 직장 근무 25년 차가 된다.

이제는 내가 살아온 날 중 어느덧 직장에서 근무한 날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환자를 만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환아가 벌써 대학을 졸업했는가 하면, 결혼식 날 본인의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 환자를 위해 아버님을 대신해 함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처럼 병원 환경도 빠르게 변화함을 새삼 느낀다.

30년 전 학교에서 소아재활 시간엔 온몸이 강직으로 저절로 뒤틀리는 무정위형 뇌성마비나 다운증후군 같은 질환을 많이 배웠는데, 이젠 이런 장애는 거의 보기 힘들고 ADHD,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가 많아지더니, 최근엔 모왓윌슨증후군, 레쉬니한증후군, 엔젤만증후군, 레녹스가스토증후군, 주버트증후군, CVI 등 학교에서 전혀 배운 적 없는 생소한 질환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를 기록하지만, 반대로 장애 출현율은 증가하면서 새로운 질환도 계속 증가하는 듯하다.

또한 입사 때만 해도 종이차트로 업무를 배웠는데, 점차 OCS, EMR, 키오스크 등을 사용하는 스마트한 병원이 되어가고 있고, 지금은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의 후원을 받아 장애인을 위한 재활의료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점차 발전하는 세상과 기술처럼 그와 함께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도 보다 더 개선되길 희망한다.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한다.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청룡의 푸른 기운처럼 장애아동 모두가 기다리지 않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 장애가 더 이상 불편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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