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요 조사, 각 대학 이해관계 반영…실제 필요 숫자 아냐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교수, 국회 토론회서 의대정원 증원 문제점 지적
이공계 공동화 현상 대책 마련…의대 교육 역량 객관적 평가 필요 주장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지만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지금 필수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증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습니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한국의과대학‧대학원협회)는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 제1차’에 참여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먼저 울산의대 학생사정관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고경남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가 N수생을 증가시키고 이공계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교수는 “현재 의대 정시 합격자의 80%가 N수생이고 이 가운데 절반은 3수생 이상의 장수생이다”며 “의대정원을 늘리면 그 몇 배의 지원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N수생이 늘어나고, 특히 반수생도 늘어나서 이공계와 자연계 교육이 대학에서 굉장히 파행으로 가고 있는데 결국 이공계 공동화 현상은 심화되고 당연히 사교육 시장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대정원 확대는 낙수효과를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것인데 그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후반기 전공의 추가모집 현황을 그 예로 들었다.
전공의 하반기 추가모집은 전반기에 모집을 했는데 다 채우지 못해 부족하거나 중도 포기한 전공의가 있는 학과에서 모집을 하는 것으로 올해 하반기 추가모집 결과 소아과, 흉부외과는 140명, 30명을 각각 모집하는데 지원한 전공의가 4명, 1명뿐이고 응급의학과, 산부인과도 각각 5명, 3명에 머물렀다.
반면 인기과로 불리는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는 경쟁률이 평균 3대 1인데 실제 추가모집하고 남는 지원자가 53명인이다.
고 교수는 “이 중 내년에 낙수효과로 소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를 지원할 것일까 말한다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요즘 전공의들도 재수, 삼수해서 자기가 원하는 과나 전망이 좋은 과로 가려고 하지, 환경이 좋지 않은 과로 밀려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 됐는데 그 당시에는 졸업하고 인턴을 거쳐 전문의를 따지 않으면 정상적인 의료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진료 경험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전문의를 따는 거 외에 다른 옵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문의 외에 일반으로 개원할 수 있는 옵션이 굉장히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전문의를 자격을 따지 않고도 얼마든지 개업을 해서 정상적인 진료 활동,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는 의사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 교수는 “전문의 시험 합격자 수가 지금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문의까지는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반의로 개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열악하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과에 밀려서 올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당연히 제가 졸업할 때는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해야 된다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소위 말하는 실비급여로 지원되는 시장 때문에 비급여 시장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가 필수의료 하기 싫으면 안해도 그만이다”고 꼬집었다.
과거에는 미용 비급여 실비 시장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용 비급여, 실비 시장이 너무 커져 열악한 필수의료 하기 싫으면 안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더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에 밀려서 가려고 하지도 않고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미용 비급여, 실비 시장을 더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할 때 과연 얼마나 필요한 인원이 갈지 우려가 된다”며 “의대정원을 늘렸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필수의료 조금 늘겠지만 미용 비급여, 실비 시장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안 그래도 어려운 이공계는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정원 수요 조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에 필요한 수요 조사가 아니라 대학에서 원하는 수요 조사를 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고 교수는 “의대정원 수요 조사라는 게 각 대학에 얼마나 늘리고 싶은지를 물은 것이다. 대학에서는 의대 교수가 충분하고 강의실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지방 대학병원은 전임교수를 구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대학 학장과 대학병원장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대정원 수요는 각 대학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을뿐, 실제 필요한 숫자가 아닌다”며 “판단의 주체가 대학 자신이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개인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필수의료 수요도 굉장히 늘고 있고 미용이나 비급여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전체적인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에 분명히 대응을 해야 되고 그런 면에서 의대정원을 늘려야 하지만 반면에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필수 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의대정원 확대 효과가 필수 의료 부분을 해결하는 데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는 실제 전체 의사 수 부족보다는 지금의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이 훨씬 더 크고, 소아청소년과 오픈런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게 아니라 너무나 환경이 힘들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지 않고 다 성인 진료나 미용 진료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 역시 지방 대도시에 의사가 부족하거나 수술을 못해서 서울로 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가 수도권 쏠림 현상하고 맞물려 있어 대학도 기업도 전부 서울로 오려고 하는 게 문제지 의사 수 전체 부족하고는 다른 문제이며 읍면 단위 의사 부족 문제 역시 공급 오류문제로 실제 의료 수요가 민간에서 해결할 만큼 수요가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다르게 접근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고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은 전체 의료수요 증가 면에서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나 다른 세부의 문제들은 지금 다르게 해결할 부분인데 마치 의대 정원을 증가하면 다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근거에 기반한 증원 규모가 논의돼면 좋겠다는 고 교수는 현 정부의 의지나 대책에 회의감이 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 교수는 “일단 증원 효과는 10년 후에 나타난다. 그러나 부작용은 당장 지금 나타난다”며 “N수생 확대, 대학 이공계 공동화 등의 문제는 당장 나타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 교수는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환경 개선과 반드시 병행을 해야 되고 당장 해결해야 되는 응급의료, 소아과의 문제들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지금 내놓으면서 진행이 돼야 한다”면서 “의학교육 교수 양성에 대한 대학의 개선 역량과 의지에 대해서 반드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현영 의원은 이날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부제: 의대정원 확대, 무리한 추진보다 제대로 된 준비를!) 를 개최할 예정이며 2차 토론회는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이탈 현상: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측면, 바람직한 현상인가?’를 주제로 12월 14일 목요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