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회사에 출근해 동료와 회의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너무나 익숙하게 대면으로 이뤄지던 우리의 기본적인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됐다.

그렇게 멈춰버린 우리 일상에서 디지털이 시작됐다.

그동안 젊은 세대에게 친숙했던 온라인, 모바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는 어쩔 수 없이 조성된 비대면 환경에서 급속도로 발전해 기존의 영역을 파괴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디지털 기술은 엄청난 발전이 이뤄졌다.

제품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서비스업까지 산업 전반이 고도화됐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도부터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 발병 직후 감염병 확산 대응을 위한 ‘감염병 대응’ 분야, 2021년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화한 ’환자 체감형‘ 분야, 2022년은 환자와 보호자의 관점에서 이해와 소통을 위해 ’환자 중심 소통‘ 분야를 지원했다. 

올해는 스마트 투약 안전 환경 조성, 의료진 교육 및 훈련, 스마트병원 환경 관리의 3개 분야에 대해서 ‘환자 안전 환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앞두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Mckinsey)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디지털전환은 그동안 변화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의료분야에도 빠르게 도입됐다.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감염환자의 급격한 증가와 의료진의 2차 감염 등으로 진료체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디지털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교직원의 안전과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근무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감염병 확산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감염 예방을 위해 온라인 화상 회진 시스템과 온라인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을 담보하는 동시에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진료 업무 개선을 위한 To-do List를 도입해 신속한 진료 처치 전달을 구현했고, 전자 재실자표와 환자명찰 자동 표기 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며 진료의 적시성과 환자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특히, 산모와 보호자를 대상으로는 임신 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디지털 컨텐츠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환자만족도는 높아졌으며, 병원으로는 디지털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환경도 변화시켰다.

ICT와 헬스케어산업의 이종 결합은 의료 전 분야의 성장과 경쟁을 촉진했으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급성장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은 2014년부터 6년간 연평균 39% 성장했다.

2021년 기준 매출 규모는 1조 8,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조사에 응답한 76.8%가 디지털헬스케어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디지털헬스케어가 인류의 건강증진과 질병에 대한 조기발견, 정밀의료 등 다양한 방법론을 뜻하는 만큼, 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은 결국 의료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는 물론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고 더욱 증진할 수 있다.

실제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라든가 스마트돌봄 시스템,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건강관련 앱 등 다양한 기술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역시 차세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을 접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의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임상연구분석포털을 구축했다.

의료데이터의 경우 데이터품질이 중요한데, 세브란스의 의료데이터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의 데이터품질인증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의료데이터는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이나 유전자 분석 정보를 활용한 약물 치료 효과 분석 등 개인맞춤치료나 신약개발에 활용된다. 

세브란스병원은 고품질의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기술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도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복지부는 그간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한 보건의료 혁신을 위해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도 추진해 왔다.

정부 역시 데이터 활용을 막는 규제 개혁에 나섰다.

물론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의료 디지털 전환은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정부와 민간의 안전한 규제가 확립돼야 한다.

정보의 안전한 관리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정보사용자의 윤리의식은 의료의 데이터전환에서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개인정보보다 더 강화된 보안성이 요구되는 환자 정보이기 때문이다. 

안전이 담보된 의료데이터는 우리나라 의료가 의료데이터 강국으로 가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의료데이터의 안전한 관리와 활용을 위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와 정보보호 경영시스템(ISO27001) 등의 인증을 받았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네트워크 망분리를 적용해 의료데이터 유출과 해킹의 위험에서 안전한 데이터 보안체계도 갖췄다.

이제 의료분야에서 의료서비스의 디지털전환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디지털전환이라는 무거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의료계는 의료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의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의료의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서비스의 혁신으로, 이런 변화는 곧 우리 국민에게 더욱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