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400례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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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400례 달성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4.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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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사라 교수, “재발률 낮아 골반장기탈출증 환자 선호”
고난도 환자 만족도 높아…미세침습수술 선도해 환자 삶의 질 향상 기여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감소로 골반을 지지하는 인대 및 근육 조직이 약해져 골반 내 장기들이 밑으로 내려와 발생하는 ‘골반장기탈출증’이 고령화 사회를 맞아 60대 이상 고령층 여성을 중심으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골반장기탈출증 치료법으로 개복수술이 주를 이뤘지만 큰 흉터와 통증, 더딘 회복으로 환자의 입원 일수는 길어지고 재발률이 높은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천골질고정술(sacrocolpopexy)’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가 지난 3월 말, 골반장기탈출증 3기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을 로봇수술로 치료하면서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 400례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달성했다.

이에 병원신문은 최근 이사라 교수를 만나 60대 여성 노인들에게서 자주 발병하는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해 알아보고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의 장점 등을 들어봤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보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병원신문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보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병원신문

이사라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이라고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겠지만 말 그대로 골반 안에 있어야 되는 장기가 골반 밖으로 탈출을 한다는 뜻”이라며 “예전에는 사실 어머니들이 밑 빠진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이게 자궁만 빠지는 게 아니라 방광이 빠질 수도 있고 자궁 뒤에 직장이 빠질 수도 있는 등 골반 안에 있어야 하는 장기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골반장기탈출증의 1기 이상 유병률은 31.7%로, 우리나라 성인 여성 10명 중 3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자의 절반 이상이 60~70대일 정도로 노년기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보행 장애, 배뇨 장애, 골반 통증, 질 출혈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폐경 후 노화 진행과 함께 증상도 악화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3명 중 1명은 재수술을 받을 정도로 재발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생소하게 들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지만 수치스럽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도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에는 복강경, 로봇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많이 알려져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유병률이 꽤 높아졌는데 최근 들어 환자들이 더 많아진 이유는 이 질환을 참고 있기보다는 치료할 수 있다는 병원에서의 홍보와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져 병원을 찾는 분들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도 한 달에 거의 50~60명 이상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환자들이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이 죽고 사는 병은 아니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치심을 갖게 만들어 사회생활을 기피하게 만들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소변과 대변을 잘 보지 못하고 오히려 역류된 소변 등으로 인해 신장 등 다른 장기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그냥 자궁을 드러내는 것처럼 질에서 자궁을 적출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써왔는데 단점은 재발을 한다는 것”이라며 “재발률은 약 30%로 알려져 있는데 재발이 되면 수술을 받았던 환자분이 나이가 들고 그러면 또다시 수술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여러 가지 수술법 중 가장 재발률이 적은 방법으로 꼽히는 치료법이 질과 천골(골반을 구성하는 뼈) 사이에 그물망을 넣어 연결하는 천골질고정술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주로 개복이나 복강경으로 천골질고정술이 진행됐다”면서 “다만, 개복수술은 흉터가 커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느리는 문제가 있고 복강경수술은 많은 봉합이 필요해 수술 및 마취시간이 4~5시간으로 길어 이 때문에 회복저하, 폐합병증 증가 및 추가적 수술 등 관련 위험 부담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보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보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반면 최근 아시아 최초로 400례를 달성한 로봇을 이용한 천골질고정술은수술 로봇의 발달로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봉합이 가능해 신체 내 깊은 곳까지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배꼽 부근에 2.5cm 내외의 구멍 1개만 절개하는 단일공 로봇수술은 빠르고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 흉터도 작고 환자 역시 통증이 적어 회복이 빠르며 재원일수가 짧고 합병증 발생률도 적다”면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시야가 10배까지 확대되며, 좁은 공간에서도 움직임이 자유로워 깊은 곳에 위치한 조직 박리와 꼼꼼한 봉합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일단 재발이 적고 정상적인 질 길이를 유지할 수 있어 수술 후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해 메리트가 크고, 흉터 자체가 배꼽에 하나만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흉터가 거의 없어 굉장히 호응도가 좋다는 것.

과거 수술법과 로봇수술에 재발률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단일공 로봇수술로 천골질고정술을 시행했을 때 재발률은 약 5%로 보고 되고 있지만 이 교수는 400례 동안 재발률은 1% 미만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가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시행한 환자 400명(평균 연령 57.8세)을 분석한 결과, 수술 집도시간은 평균 1시간 20분, 마취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기존 해외에서 보고된 개복수술 3시간 30분, 복강경수술 3~5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았으며 입원기간은 평균 2.05일이었다.

대부분의 환자(98.6%)는 이미 증상이 꽤 진행된 골반장기탈출증 3기 혹은 4기였으며, 11.4%는 골반장기탈출증 치료를 위해 다른 수술을 받았었으나 재발한 경우였다. 특히 재발 위험이 더욱 높은 연령군인 60세 미만 환자 213명에서도 수술 후 재발이 없었다.

이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재발률이 높은 편이지만 로봇수술의 장점을 활용해 천골질고정술로 치료하면 재발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며 “비만한 경우, 이전 수술로 유착이 심한 경우, 고령인 경우 등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앞으로도 천골질고정술과 같은 미세침습수술 분야를 선도하며 여성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입장에서 개복술에 비해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며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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