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통해 간호사 확보 기간 단축…타 전공기반 결합 융합형 인재 양성
간호학과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간호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집중간호학사(Accelerated Bacher of Science in Nursing; ABSN)’ 특별과정 신설이 제안됐다.
국민의힘 서정숙‧최연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강선우‧서영석‧최종윤 의원은 8월 24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사 적정수급 방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태화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학사 편입이 간호사 확보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와 함께 간호학과 다른 전공기반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 지역사회, 노인돌봄 등 ‘필수보건의료’를 포함한 미래의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인 수급 대책은 간호사 양성 정책으로만 치우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의사와 간호사의 양성계획이 왜곡됐으며 비정상적인 세계 최고의 병상수 및 의료이용량에 근거해 간호사 위주의 양적 수급정책만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업무가 상당 부분 간호사에 전가될 수 밖에없었고 이러한 구조가 10여 년 이상 지속돼 간호사의 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의 악순환이 사직률 증가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고착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 교수는 “매년 몇 명의 간호사가 배출되는지의 양적 문제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간호에 대한 전문성과 긍정적 태도, 장기근속에 대한 의지를 지닌 간호사를 효율적으로 양성하는 간호학사편입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간호협회(ICN)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간호인력의 고령화, 간호사 이직 증가, 최근 3년간의 코로나로 인한 간호사 부족이 전세계적으로 더 심화되고 있고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약 1,300만명의 간호사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CN 회원국의 약 90%에서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 불충분한 자원, 소진 및 전염병댕응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직업을 그만두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어 부족한 간호사를 조달하기 위해 간호교육의 유연화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2021년 OECD Health at a glance 보고서 역시 많은 국가에서 젊은이들은여전히 간호를 직업적 지위와 자율성이 낮고 직업성장의 기회가 겅의 없는 직업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많은 학생들을 간호학과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 전략은 간호를 기존의 여성전문직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새롭고 덜 전통적인 교육방법을 통해 유인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간호교육은 유연화와 거리가 멀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간호사 수급을 늘리기 위해 간호학과 입학정원 확대정책을 펼쳤지만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최근 15여 년간 간호학과 신설 및 입학정원 증원 등 정부의 양적 수급 위주의 정책을 전개했지만 결과적으로 간호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고, 세계 최소 수준의 양적 배출에도 불구하고 현장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감염병의 주기적 반복‧인구 고령화로 다양한 현장에서 간호사 수요는 증대되고 있다”면서 “보건소‧중환자 간호사 배치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방문간호‧치료와 요양이 연계된 지역사회 통합 간호 돌봄 등의 확대로 단기간 내 2~5만 명의 간호사 수요가 필요한 만큼 간호학과 편입제도개선을 통한 간호사 수급의 양적, 질적 수월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우리나라 간호학사 편입학 제도가 문제가 많다고 평가했다.
비간호전공자의 학사학위소지자가 간호학사과정을 이수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4년제 대학의 학사편입전형이나 전문대학의 대졸자 특별전형으로 신입생으로 입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졸자 특별전형의 경우 편제정원의 30% 내에서 선발하지만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문제로 인해 학력 손실이 크다는 것.
다시 말해 국내 학사 편입을 통한 간호학사 취득은 최소 3년이 소요된다. 타 전공 학사 교육과정은 3학년으로 편입(2년 소요)하는 반면에 간호학과의 경우 2학년으로 편입해 졸업‧면허취득까지 3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는 간호사 확충을 위해 2019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간호대학의 편입학 정원을 10%에서 30%까지 확대했지만 총 학생수 입학정원의 2% 이내라는 대학 전체 학년별 편입학 총 정원수 기준 제한으로 실제 간호대 편입학생수 증가 영향에는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또 교육기간 단축을 위한 대학별 간호대 학사편입 정원확보도 부족한 것으로 봤다. 학업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기존 간호대학생의 수업과 물리적으로 분리해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나 현행 대학별 간호대 편입 정원은 소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간호학과 편입제도개선을 통한 간호사 수급의 양적, 질적 수월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간호사 확충 방안의 세계적인 추세인 ‘집중간호학사(Accelerated Bacher of Science in Nursing; ABSN)’ 편입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간호사 부족 해소 및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간호사 배출을 위해 타 전공 학사 및 석사학위 소지자를 위한 단기 집중교육과정을 활성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타 전공 학위자에 대한 집중간호학사(ABSN) 과정은 1970년 이후 지속 확대 중인 보편적인 교육과정으로 정원 규모는 정규 4년 과정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으로 확보해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서 “ABSN 학생들은 전공에 더 동기부여되고 성숙한 학생들로서 학업성취도, 국가고시합격률, 장기근속, 근무 만족도 등에 있어 기존 신입학생에 비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집중간호학사(ABSN) 특별과정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며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최소 40명 이상의 별도 정원확보를 통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기간단축과 집중화에 따른 양질의 편입학과정 운영을 위해 부속병원 등 실습기관을 갖춘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수도권 및 지방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통한 제도의 타당성 검토 후 전국적 확산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편중된 증원정책으로 인한 수도권/비수도권의 심각한 불균형 완화와 간호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제18조에 따른 종량규제에 관한 규정을 한시적으로 배제할 것도 건의했다.
보건복지부도 간호대학 편입개선을 위해 교육 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교육 당국과 협의를 통해 간호대 학사편입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방에 편입 정원이 배정돼도 평가인증을 받고 실습환경이 좋은 곳에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