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가족
포커 페이스란 말이 있다. 카드 게임을 할 때 상대방에게 패를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꾸미는 표정없는 얼굴을 말한다.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도 관객과 밀고당기는 고도의 심리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포커 페이스가 필요한 법. 그런데 오는 9월 3일 개봉하는 "가족"(튜브픽쳐스 제작)은 맨얼굴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이 영화는 해체된 가족관계의 복원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이 펼쳐질 지 뻔하게 예상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3년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딸이 집으로 돌아와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꼬일대로 꼬였던 아버지와의 불화와 갈등관계를 씻고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며 화해하게 된다는 것을 기둥 줄거리로 하고 있다.
전장에 나서면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셈이다. 어떤 무기로 싸우려는 것일까.
그러나 영화는 이런 기우를 잠재운다. 과장되지 않은 몸짓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잘 짜여진 내러티브 전개를 통해 어느새 스크린 속으로 깊숙이 몸을 담그도록 이끈다.
특별할 것 없는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맞물려들어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돋친 말을 주고 받으며 어긋날대로 어긋났던 부녀 사이가 따뜻한 가족관계로 서서히 회복돼가는 과정이 밀도있게 잘 그려져 있다.
전직 소매치기 딸을 위해 빚을 대신 갚고 폭력조직 보스에게 무릎을 꿇고, 끝내는 기꺼이 목숨까지 버리는 등 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부성애를 내보이는 장면은 멀게만 느껴지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부각시키며 특히 여성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만하다.
다만 극 전개상 클라이맥스라는 방점을 찍어야 할 때 분명하게 찍지 못하고 잔잔한 극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왈칵 눈물을 쏟을만큼 관객의 감정을 폭발 직전의 비등점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직 경찰이지만 눈을 다친 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아버지 주석으로 나오는 중견배우 주현이 35년 연기생활을 통해 숙성시킨 농익은 내면연기가 돋보인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데뷔하는 신인배우 수애는 딸 정은으로 출연, 특유의 눈물연기로 비교적 무난하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비천무"의 조감독이었던 이정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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