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케어를 둘러싼 의·정간 힘겨루기를 보고 있자니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의 3대 비급여 개혁 추진과 교묘하게 매칭되는 것같다.
의료개혁을 바라보는 두 정권의 생각은 엇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대의적 명분을 갖고 추진하는 것하며, 비급여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단지 박근혜 정권때는 주로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에 포커싱됐던 것이 모든 비급여로 확대됐다는 것이 눈에 띄는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체감하고 있는 것같다. 박근혜 정권의 3대 비급여 개혁은 주로 선택진료 비중이 높고 상급병실료 차액이 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것과는 반대로, 문재인케어는 모든 의료공급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뜩이나 경쟁력이 취약한 의원급이나 중소병원에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박근혜 정권때 비교적 큰 잡음없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해당사사자간의 대화와 협의로 손실보전이 이뤄졌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공급자나 소비자, 보험당국 모두 새로운 방식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케어는 의료계가 집단행동까지 예고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유사한 정책에 왜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이런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우선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병·의원 손실보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의원들로서는 그동안 보장성강화 정책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수가보전없이 의료이용량 증가로 손실을 메꿔야 했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의료이용량 증가, 즉 빈도를 감안해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받던 이른바 관행수가에 크게 못미치는 수가를 책정했던 과거의 경험으로 볼때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수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의료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의 표현을 빌리면 ‘비급여는 저수가 고효율의 한국 의료제도를 버티는 한 축’이었다.
즉, 의료공급자에게는 저수가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 줘 왔고 소비자에게는 자신이 경제능력에 따라 원하는 추가적인 의료서비스를 골라 선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충분한 수가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건강보험 체계에 보완재 역할을 해 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보장성강화로 의료비 지출 경감이라는 혜택과 보험료 인상이나 일정부분 의료접근성 저해라는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는게 사실이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문제는 문재인케어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의료이용량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복안이 없다는데 있다. 1차 의료기관은 만성징환을 중심으로 한 외래에 집중하도록 하고 3차 의료기관은 입원환자를 주로 진료하도록 하겠다는 의료전달체계는 수가체계 개편을 전제로 가격으로 의료수요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에 가까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진료과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의료접근성 저해에 따른 환자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때문에 의료공급자들의 가격을 통제하는 진료비지불체계로 정책당국의 관심이 쏠리는 것같다.
문재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에 있다. 실제 추가 소요재정이 얼마나 될지, 의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급자 측면에서는 진료비지불체계 개편으로 진료비 지출을 관리하고 소비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보험료부과체계 개편을 서둘러 최대한 재정을 확충하는 기전을 만들고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의료이용량 증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케어가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까지 제기된 지적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문제점을 개선 보완해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