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공급’ 늘리거나 ‘수요’ 줄여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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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인력, ‘공급’ 늘리거나 ‘수요’ 줄여야 해결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9.27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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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간호등급제 축소하고 인력 요구하는 정책 속도조절해야”
▲ 김성수 병원장
“제주도내에서 배출되는 간호인력은 연간 약 250명으로 부족하지 않지만 이들 중 태반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떠나버리기 때문에 도내 모든 의료기관들이 늘 간호사 부족에 시달립니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공급’을 늘리거나, 그게 어렵다면 ‘수요’를 줄여야 합니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대한병원협회 제주도병원회장)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령로 소재 병원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제주도내 의료기관들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의료인력 확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성수 병원장은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근본적인 배경은 간호등급제”라며 “간호등급제를 개편해 현행 5등급을 3등급으로 줄이는 등 다소 완화시키면 당장 인력수급의 숨통은 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간호등급제 외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서울·수도권과 대도시에서 간호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각종 평가와 인증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이에 따른 인력 수요 증가도 지방 의료기관의 간호인력난을 부추겼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성수 병원장은 “국가 단위 수급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다”며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가 많은 부분에 대한 제한을 둬야 다소나마 인력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에서 정원 외에 간호장학생을 선발해 의무적으로 최소 5년간 지방에서 근무하도록 제도화하는 방법도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주도내는 지금 간호사 급여를 대도시보다 더 주고,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파격적으로 제시해도 간호사가 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신규 간호사들은 제주도내 의료기관들이 이미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취업해 업무에 투입되면 로딩이 많을 것을 두려워해 오히려 회피하는 식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수 병원장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그러자면 당장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는 업무의 성격상 의사와 달리 결혼 이후 육아기에 근무를 안 하려는 경향이 강해 경력 단절 사례가 많으며,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는 것. 어렵사리 재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편한 업무만 선호하고, 또 중도에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 면허배출자 규모를 전체 인력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김성수 병원장은 “간호사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연간 필요 간호인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모집해 배출해야지 단순히 졸업생 수만 기준으로 공급계획을 세우면 현장에서 사람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간 배출되는 간호사 절대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수요는 늘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연간 필요인력을 추계해서 간호대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든가, 미국처럼 필리핀이나 인도 등지에서 간호사를 모셔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 병원장은 “간호사 부족이라는 고리를 단기간이라도 한 번 끊어줘야 수급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지방 소재 의료기관에 간호사 씨가 마른 상황에서 근무조건이나 급여 등의 유인책은 큰 의미가 없지만 적어도 2~3년만 필요인력이 채워지면 그 이후에는 저절로 수급조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대한병원협회 제주병원회장)이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간호인력뿐만 아니라 의사인력 모셔오기도 그 못지않은 난제다. 실상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의 중소도시도 의사 급여수준이 대도시에 비해 더 높지만 의사 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한 입지조건으로 인해 의사 구인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수 병원장은 “연간 국내에 의사가 3천500여 명 배출되는 상황에서 ‘이러다가 의사가 택시운전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의료는 점점 발달하고, 전문화·세분화되면서 질적인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충분한 인력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의료의 질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경우 타 중소도시에 비해 그나마 의료수준이 많이 올라서 있지만 난이도 높은 전문적인 진료를 시행할 의사인력이 없으면 중증환자는 더 이상 지방에서 돌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제주지역의 일부 의료기관은 헤드헌터 회사에 의뢰해 거액의 수수료를 주고 의사를 초빙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상당수가 계약기간조차 못 채우고 떠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 소재 병원의 경우 재정적으로 열악해 충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기 힘들고,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보니 의료기술이 뛰어난 의사를 초빙하더라도 가진 기술을 다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결국 떠나고 만다는 것이다.

또 병원에서 필요한 인력 가운데 제주도에는 약사인력도 태부족이다. 제주에는 약학대학이 없어 육지에서 초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약사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

김성수 병원장은 “제주도내 보건의료관련 학과 졸업생들로 의료기관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약학대학을 개설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가까운 목포 등지의 약학대학에 졸업 후 제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병원장은 또 정부의 지방 중소병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권역거점병원 규모의 병원들은 내버려두더라도 스스로 경쟁력을 찾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정책적인 육성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는 “지방 국민도 모두 우리 국민이며, 의료의 공백이 생기면 그 부담은 모두 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며 “거점병원만 갖고도 우리 국민 모두를 돌볼 수 있다면 나머지 병원은 도태시켜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확한 수요·공급 평가를 통해 지방소재 병원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이라는 게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며, 과도한 공급조절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입고 그 지탄과 원성은 부메랑이 되어 정부 측에 돌아가게 된다는 것.

또 올해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음압격리병상을 마련했지만 단 한 번도 활용한 적이 없다면서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병원장은 “제주도는 인구가 전국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생산시설도 거의 없으며 소득도 낮아 정부 차원에서 관심 밖의 지역일 수도 있지만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매년 1천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큰 틀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얼굴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도민과 관광객이 안전하게 방문·체류할 수 있도록 안전시스템 중 하나인 제주도내 병원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는 의료소모품이나 각종 비품과 소모품 등의 원가도 육지에 비해 비싸다. 육지에 비해 훨씬 높은 물류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 약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의료비를 더 비싸게 받을 수도 없다.

김성수 병원장은 따라서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산 지원이나 각종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지와의 비용 차액을 모두 다 보상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격려하는 수준의 정책적 배려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제주 출신으로 육지에서 공부하고 귀향한 사람”이라며 “도민들은 제주도가 타지역 못지않은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해줄 것을 원하고 있으며 저 역시 도내에서 모든 걸 충족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고, 앞으로도 제주도민들이 도내 의료시스템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권역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도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암센터와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개설해 전문화시켰는가 하면 1995년부터 신장이식을 시작해 현재 뇌사판정의료기관이자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서 국가적인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김성수 병원장은 “인턴과 레지던트 교육수련병원으로서 의사의 갑작스런 퇴사로 인해 충원 전까지 일시적인 인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전공의 정원 책정 시 감원된 경험은 뼈가 아프다”며 “정부나 병원협회, 의학회 등에서 제주도내 의료기관이 좀 더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서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정책적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제주=최관식·cks@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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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희 2017-09-27 07:24:45
간호사가 일하다가 왜 그만 두는지 아시나요? 지금처럼 그만 두는 이유는 고려하지 않고 간호대 입학생 수 만 고집하는 이유가 먼가요? 혹시 싼 임금에 마구 부려 먹을려구 그러시는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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