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 개선안, 구체적 대안 제시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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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제 개선안, 구체적 대안 제시 못했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3.10.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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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의료기획단, 정책토론회서 두 가지 방안 제시
‘재원 마련책 및 병원 수익 보전책 미비’ 한목소리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10월31일 오후 2시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선택진료비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가 주관했으며,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이날 발제는 김윤 서울대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에는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 △장호근 병협 보험이사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 △박진석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정책국장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 △신영석 보사연 부원장 △권병기 복지부 비급여개선팀 이 패널로 참여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윤 교수는 선택진료제도 개선 방안으로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선택진료제도의 전면적인 폐지이다. 특정의사 선택에 따른 추가적인 환자부담 제도를 폐지하고 질 평가 가산을 도입해 기관 단위의 보상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시한 것.

김 교수는 “환자는 사실상 의사가 아닌 병원을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며, 현대의학에서는 개인이 아닌 협업에 의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질 평가 강화 추세가 이뤄지고 있어 이번 기회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김 교수는 가장 핵심이 되는 선택진료제 폐지에 따른 손실보전책으로 질 평가 가산과 일부 수가 조정, 기관가산 확대 등의 의견을 내세웠다. “OECD 19개국은 현재 다양한 형태의 질 기반 보상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며 “효과성, 안전성, 환자 중심, 접근성, 효율성, 형평성 등의 영역을 질 평가에 반영해 가산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 평가를 위해 인증평가와 주요시술별 평가, 수술감염예방, 수술사망률 등의 지표를 활용하고 인력수준, 합병증 및 부작용 발생률, 환자경험평가 등을 새롭게 개발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김 교수는 일부 선택진료비 부과항목을 제외하는 2번째 안에 대해 설명했다.

환자부담 완화 및 환자의 의사선택권 강화라는 취지 아래 선택진료의사와 비선택의사 간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의사 지정률을 현행 병원별 80%에서 진료과목별 50% 이내로 축소 조정한다는 안이다.

이 두 번째 안은 손실보전 방안으로 수술, 처치 등 진료의사가 직접 수행하는 노동강도가 높은 항목 중심의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과 의료기관 종별 필수기능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조건으로 기관가산 등을 적용한다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검사, 영상진단, 마취 항목 등은 선택진료비에서 제외되게 된다.

김 교수는 이 두 가지 안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장·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택진료제의 기본골격을 폐지하는 1안의 경우 선택진료비 전체에 대한 통제기제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대신 질 평가 가산 도입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의사 근로유인이 약화되고 대기시간이 길어질 우려를 낳게 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안에 대해서는 “선택진료 형태를 일부 유지하며 우수한 의사의 발전 유인기제를 남겨둘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시기를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선택진료비 규모가 재확대 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진료지원과목 관계자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건강보험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환자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대책이 필요할 것이라 제언했다.

김 교수의 발제 후 이어진 토론시간에서 병원계를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과 장호근 보험이사는 ‘개선안 수용불가’ 입장을 강하게 표시했다.

▲ 장호근 보험이사
장호근 이사는 “이해당사자인 병원협회와의 한 마디 논의조차 없이 만들어진 개선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는 병원협회의 의견을 수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행동으로, 모든 것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울러 정영호 위원장은 “완전 폐지와 일부 유지라는 두 가지 개편안은 심하게 얘기하면 하나는 독약이고 하나는 사약이다. 바로 죽을 것이냐 고통받다 천천히 죽을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하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며 “국민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병원을 죽여 결국 국민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정책이 될 수 있다”라고 강경히 얘기했다.

이어 “병원협회는 이번 개편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면 선택진료비 전액 보전을 전제로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할 의향은 있다”며 “병원에 대한 손실보전 방안과 소요재정 마련 방안을 단순하고 명백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병원협회는 연간 선택진료비용 1조3천억원, 상급병실료 1조147억원 등 건보공단이 추계한 비용에 대한 손실보전을 위해선 각각 2.5%와 3.3%, 총 5.8%의 보험료율(현재 보험료율은 5.9%이며 요율 1% 인상시 약 4천억원 확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정영호 정책위원장
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공급자 단체의 참여 없이 만들어낸 이번 개선안은 원가보전도 되지 않는 상황에 어렵게 겨우 생존하고 있는 병원의 숨통을 죄는 말도 안되는 제도이다”라며 “만일 이런 제도를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한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먼저 시행해봐라. 지난해 선택진료비 비중이 24%나 되면서도 187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킨 일산병원이 과연 제대로 살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또 “이 모든 문제들이 정부의 저수가정책으로 비롯된 것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수가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선택진료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동의하되 보다 단계적인 추진인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제시된 개선안에 구체적인 재원 마련책과 병원 수익 보전책이 제시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권순만 교수는 “제도 개선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점진적인 개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소비자가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서 상급종합병원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 환자 입장에서는 개념적으로 검사 진단 마취 분야에서는 선택권이 사실상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등 고민할 것이 많다”고 얘기했다.

박은철 교수는 “선택진료비는 어떤 병원에는 영향이 전혀 없고 어떤 병원에는 전체 수익의 15%에 해당하는 등 기관별로 편중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라며 “1안에서 제시된 제도 폐지와 의료질 평가를 통한 수익보전 방안은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될 수 없는 방안이다”라며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개선안이 폐지를 전제로 하다면 보상방안 원칙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고, 기관별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 제언했다.

소비자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과 박진석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정책국장은 역시 선택진료제 폐지를 주장했다.

박용덕 정책위원은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선택진료제는 폐지돼야 하며, 질 평가를 통한 가산을 추진할 경우에는 병원의 적정인력 기준과 환자중심성 지표가 가장 크게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석 사무정책국장은 “선택진료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하는 것으로 제도 개선에 있어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진료비 면제를 신속히 추진해야 하며, 환자 본인부담을 최소화 하고, 환자의 알권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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