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려운 일은 어렵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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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려운 일은 어렵게 하라
  • 병원신문
  • 승인 2012.10.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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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수사학연구소장·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조직에 있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일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일 수도 있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형에 관계 없이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것을 어렵게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어려움을 겪어가며 수행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괴변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야 어차피 어려운 일인데 그것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무슨 특별한 공이 되겠는가. 오히려 어려운 일을 쉽게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능력이고 비결이 아니겠는가’하는 항변이 나오겠기에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사간의 모든 일들이 움직이는 과정과 그 결과를 진지하게 관찰해 본다면 이 방안 같지 않은 방안이 오히려 묘방이라는 역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조직 내부의 대표적인 어려운 일로 여러 이해관계 부서의 동의와 협력 하에 추진해야 하는 일이 있다.

당연히 그 과정은 번거롭고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손쉽게 추진하기 위해 최종 결정권이 있는 부서에서 필요한 사전 협의를 생략하고 날치기하듯 의사 결정을 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경험상 그런 조치는 대부분 더 나쁜 결과와 많은 후유증 그리고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을 들여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5년 사이에 심각한 사회적갈등을 유발한 정책 결정을 관찰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 어려운 일을 쉽게 추진하려다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추진하는 쪽에서는 ‘쉽게’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 ‘과감히’라는 용어를 더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왜 국가를 포함해 많은 조직들이 그런 실수를 되풀이해 저지르게 되는 지를 말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업무상의 결정에 있어서 많은 관련자들과 합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이 무한정 지체되는 경우도 생기고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일이 좌초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동의를 얻지 못해 직권을 발동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어렵다고 과정을 생략하고 몰래 도둑질 하듯 결정을 하거나 숙의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일을 추진하는 것은 반드시 좋지 않은 후유증을 얻게 된다는 것을 모든 조직인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先難而後獲(선난이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어려움을 겪고 그리고 나서 결과를 얻으라는 말했다. 어려운 일을 어렵지 않게 얻으려 하는 데에서 모든 병통이 시작된다. 이것은 비단 조직사회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더 원초적으로는 모든 인간사의 원칙이기도 한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는 봄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여름의 폭우와 가뭄을 거치는 것이 대지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올바른 경영법이다. 그 어려운 과정을 생략하고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하면 결국 남의 곳간을 터는 도둑이 되는 수밖에 없다.

어찌 도둑뿐이겠는가?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제사범 등 수많은 범법자들이 대부분 그렇게 필요한 어려움을 생략하고 손쉽게 결과를 얻으려다 생겨나는 것이다.

어려운 일은 어렵게 처리하라. 첩경을 찾지 않고 그 과정을 어려운대로 묵묵히 밟아가는 데에서 일에 관련된 모든 주변인들이 마음을 여는 덕(德)이 생성한다는 것을 모든 조직인들은 통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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