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벽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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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벽한 사람은 없다
  • 병원신문
  • 승인 2012.09.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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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수사학연구소장·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병원신문이 다양한 읽을거리를 위해 마련한 '이수태의 경영학 산책'을 이번호부터 격주로 연재합니다. 이수태 님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32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재직하며 감사실장, 노인장기요양보험실행준비단장, 대전지역본부장,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1989년 '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로 제5회 객석 예술평론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일보, 충청투데이 등 일간지에 고정 칼럼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논어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1999년 '논어의 발견'과 '새번역 논어'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기타 저서로는 '어른되기의 어려움', '누룩곰팡이의 노래'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이수태수사학연구소' 소장으로 원시유학 연구와 다양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無求備(무구비) - 이 말은 한 사람에게 모든 자질이 다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서경'에 나오는 말이다.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까마득한 옛말이 무슨 말인지 또 얼마나 속 깊은 말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의 간부 중에는 유별나게 아랫사람의 완벽을 요구하면서 업무능력에 대해 강박하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런 점이 지나쳐서 강박을 하는 사람이나 강박을 받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더 낫게 하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불화 속에서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경우 비로소 '서경'에 나오는 저 성왕(成王)의 조언이 의미를 갖는다. 주나라의 제2대 왕, 무왕의 아들이자 저 유명한 주공(周公)의 조카였던 성왕은 신하인 군진(君陳)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대는 미련함에 대해 화내고 미워하지 말 것이며 한 사람에게 모든 자질이 구비되어 있기를 바라지 마시오. 반드시 참음이 있어야 이룰 수 있으며 너그러움이 있어야 덕이 창대해지는 것이오.”(爾無忿疾于頑, 無求備于一夫. 必有忍, 其乃有濟, 有容, 德乃大.) - ‘書經’ 君陳

기원전 12세기, 꼬박 삼천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에 들려오는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갖는다. 사람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간에 대한 학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조직생활은 동료관계든 상하관계든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내가 역시 불완전한 남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의 불완전함이 적절히 양해되고 수용될 것을 기대한다면 남의 불완전함도 어느 정도 양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무구비, 즉 모든 자질이 다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하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바로 器之(기지), 즉 그릇을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자로편에 나온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 사람을 부림에 있어 그 그릇을 본다. 소인은 … 사람을 부림에 있어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한다.」(子曰;君子…及其使人也, 器之. 小人…及其使人也, 求備焉.)‘논어’자로/25

오늘날 적재를 적소에 쓴다고 하는 보편적 인사원칙은 바로 이 '그릇을 본다(器之)'는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최악의 인재도 나름대로 쓸 곳을 찾아 쓰려고 하는 인내심과 배려가 있을 때 조직은 구성원들의 행복을 담보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 완벽을 요구함으로써 구성원들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일차원적인 논리다.

그것은 의외로 산출이 적다. 반대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하지 않는 관용의 정신은 차원이 다른 정신이다. 그러므로 그런 태도에 대해 “요구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구비는 호흡이 긴 요구이며 거기에는 기다림이 있다. 그리고 그런 큰 정신 속에서 사람은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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