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명의 김선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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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명의 김선한 교수
  • 박현 기자
  • 승인 2012.09.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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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및 로봇수술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 얻어

스트레스 최소화·신체 항상성 유지…수술 합병증 줄이고 빠른 회복 도와

'수술에 연습이란 없다'를 모토로 기존 수술의 한계 극복

고려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는 국내보다도 외국에 더 많이 알려진 의사다.

2007년 8월부터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대장 및 직장암 환자들에 대한 로봇수술을 직접 집도하고 외과 스탭과 전공의들의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고 있다.

또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 김선한 교수에게 로봇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찾는 의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술에 연습이란 없다'며 항상 완벽한 수술을 추구하는 김 교수는 미래 10년 후의 의학을 생각하며 의학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쉼 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장 및 직장암 수술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교수는 최근 잇달아 기존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술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퇴원 후 조기재활 프로그램 선봬

김 교수는 최근 70세 이상 복강경 직장암 수술환자에게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할 경우 젊은 사람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복강경 결직장암 수술을 받고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한 303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수술 전후 환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신체 항상성을 유지해 합병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이들에게는 △수술 전 환자교육 △장청소제 복용 생략 △최소금식 △효과적 마취와 수술 후 통증조절 △조기음식섭취 △조기보행 등이 실시된다.

고령자의 경우 젊은 환자에 비해 만성질환이 많고 수술 합병증도 더 많을 것으로 염려돼 프로그램 적용이 제한돼 왔다. 하지만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기존 내용을 뒤집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조사한 환자 303명 중 70세 이상인 77명이 70세 이하 226명에 비해 수술결과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수술 후 평균 가스배출, 대변배출, 식이섭취, 도뇨관 제거, 항생제 사용일수 등에서 70세 이상이나 이하에서 차이가 없었다.

또 수술 후 입원기간 동안의 합병증 발생 역시 70세 이상이 26%(20명), 70세 이하가 31.9%(72)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수술 후 입원기간도 각각 8일과 9일로 통계적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퇴원 후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재입원한 경우가 70세 이상에서 11.7%(9명)로 70세 미만 4.0%(9명)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령환자는 퇴원 시 장운동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벼운 운동 등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아울러 이를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기회복 프로그램은 서구에서는 보편화돼 있지만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서는 적용 사례가 매우 적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앞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결직장암 고령환자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체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고 결직장암 환자가 비교적 다른 암에 비해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의미가 있다”며 “현재는 복강경,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이 많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나이가 많은 환자도 빨리 회복하고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 조기회복 프로그램의 장점이 더욱 극대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술 불가능한 대장-직장암환자, 암 제거하고 항문까지 살려내

42세 남성의 직장암 수술. 10개월 전 이미 직장암 판정을 받고 방사선치료를 받은 후 수술을 권유받았던 이 남성은 수술을 거절하고 다른 치료법을 찾다가 암을 키웠다.

결국 전립선까지 침윤(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옮기는 전이와 다른 개념으로 암이 커져 붙어있는 주변장기로 뚫고 들어가는 것)되어 대소변 배출이 힘들어질 정도로 암이 커진 후에야 다시 병원을 찾았다. 더군다나 처음 진단 때 함께 발견됐던 우측대장암도 더욱 커진 상태.

그러나 이 남성의 경우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직장암이 커진 상태였다. 특히 이미 다른 병원에서는 이 남성에게 어떤 수술방법이든 항문을 살릴 수 없다고 설명한 상황.

하지만 이 남성은 항문을 살리지 못한다면 어떠한 수술도 받을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수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환자는 여전히 복강경수술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복강경으로 암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암 조직과 떼어낼 주변 정상조직 사이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남성은 여성보다 골반이 좁아 공간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이 남성처럼 암 크기가 크면 복강경이 들어갈 공간이 전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 복강경으로 무리하게 암을 박리하려고 힘을 주다가는 딱딱한 암과 골반 뼈 사이에서 기구가 부러지거나 망가질 위험까지 있다. 더군다나 암이 침윤된 전립선까지 함께 제거하고 방광을 요도에 연결하는 것은 복강경 수술로는 불가능했다.

개복수술로는 명치부터 절개해 큰 흉터가 남는 것은 물론이고 항문을 살리기 어려웠다. 항문을 제거하면 환자는 평생 배설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특기인 로봇수술을 택했다. 먼저 이 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가 로봇으로 전립선에 침윤된 암을 제거한 후 김선한 교수가 역시 로봇으로 좁은 공간에서 직장암을 제거하고 다시 복강경으로 우측 대장암을 절제해냈다.

이 40대 남성은 암을 모두 제거하면서도 요도와 항문은 제거하지 않은 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위암, 대장암, 간암 등 우리나라 3대 암의 수술 성적 평가에서 고대 안암병원이 1등급을 받으며 국내 최우수병원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어려운 수술들의 성공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직장암 수술 권위자 김 교수는 국내에 개복수술이 보편적이던 시절, 미국서 복강경수술을 배워 현재까지 복강경으로만 2천여 명 이상의 암환자를 집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보다 정교한 로봇수술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로봇수술 분야 역시 수술용 로봇 다빈치의 제작회사에서 직장암 로봇수술방법으로 김 교수의 수술법을 영상으로 찍어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수술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학회나 해외병원 초청으로 수술시연(Live Surgery)을 20여 회 실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암 수술에 있어서 암 제거뿐만 아니라 환자의 항문을 보존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보통 바깥 항문입구 5cm이내에 생기는 하부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많이 제거하지만 김 교수는 암이 3cm 이내에 생길 경우에만 항문을 제거하며 최근에는 그 마저도 보존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항문이 없으면 평생 인공장루를 통해 배설주머니 차고 다녀야하는 불편을 환자가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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