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선택진료 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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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선택진료 기준 강화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1.07.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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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수입 손실 커 보전책 마련해야
포괄위임 삭제, 의료기관 희생 강요

보건복지부는 6월 14일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공포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5년이 지난 대학병원의 조교수로 선택진료 전문의의 자격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복지부장관이 지정한 필수진료과목에 대해 전 진료시간 동안 비선택진료의사 1명 이상을 두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내용이다.

이번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개정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병원계는 직접 당면할 심각한 재정손실과 의사인력난 등의 문제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병원계는 병원 수입손실에 대한 보전책 마련과 함께 규칙 개정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 지적해왔으나, 이가 무시된 채 개정이 추진되면서 병원들은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선택진료 의사 자격기준 강화로 대형병원들이 수입손실을 메우기 위해 선택진료 의사 자격요건을 가진 의사들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설 경우 중소병원과 지방병원의 의사인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모든 것들이 관련 단체와의 충분한 논의절차도 없이 복지부 자체 협의만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병원계는 더욱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입법예고 전 복지부를 비롯해 병협, 대형병원, 진흥원, 공단, 심평원, 시민단체까지 총 망라돼 여러 차례에 걸쳐 선택진료제 개선을 위한 TF를 열고 제도 개선방향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복지부가 강행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진료제도 현황

선택진료제도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 및 그 보호자의 의사 선택권을 보장해 실질적인 진료와 그에 따른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00년도 의료법령에 제도화됐으며, 건강보험수가 보전, 3차 의료기관 환자 집중 억제, 진료의사간 의료의 숙련도 및 경험 등에 대한 차이 반영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선택진료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진찰, 수술, 마취, 영상진단 등 8개 항목별로 건강보험 급여 상대가치점수 대비 20~100%에 해당하는 추가비용을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월 30일 현재 상급종합병원 44개소 전부(100%)와 종합병원 273개 중 99개소(36.3%) 등 병원급 의료기관 2천942개 중 305개소(10.4%)가 선택진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의사 수는 3만1천372명, 진료가능 의사 수는 2만9천935명이며, 이중 선택진료 자격요견을 갖춘 의사는 1만2천570명, 실제 선택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는 9천279명(자격요건 의사의 73.8%)으로 추계되고 있다.

또한 차의과학대 지영건 교수의 ‘선택진료제도의 지불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선택진료비의 규모는 2009년말 기준으로 1조1천113억원으로 추계되고 있으며, 선택진료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 17조1천339억원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 총 진료비의 7.8%, 종합병원의 4.9%, 병원의 3.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나타나있다.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 강화에 따른 병원계 영향

복지부는 선택진료의사의 자격요건을 종전 ‘대학병원의 조교수 이상인 의사 등’에서 ‘전문의 자격인정을 받은 후 5년이 경과한 대학병원·대학부속 한방병원·대학부속 치과병원의 조교수 이상인 의사 등’으로 강화하고 다만, 치과의 경우에는 전문의제도 시행시기 등을 고려해 ‘면허취득 후 10년이 경과한 조교수 이상인 치과의사’도 포함되도록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 6월 입법예고안에서는 그 자격을 ‘전문의 자격인정을 받은 후 7년이 경과한 조교수’로 규정했었으나 진료 연속성 필요 등의 병원계의 요구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조금은 완화된 것.

입법예고안 기준대로 선택진료의사의 자격을 7년으로 했을 때 병협은 선택진료를 운영 중인 병원의 경우 전체 진료수입의 0.8% 정도가 손실이 날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이는 병협이 전국 상급종합병원 44곳 중 29곳을 상대로 조사해 얻어낸 결과로, 대형병원들은 병원 당 최소 20억원에서 100억원까지의 수입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선택진료를 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수도 13.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선택진료를 보는 의사 수는 8.4%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입법예고 이후 1여년이 지나 공포한 개정안에는 그 기준이 5년으로 감해졌지만 실제 병원계에 미치는 피해는 상당한 규모로 해당병원들의 수익구조의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병협은 선택진료의 수입은 수가계약 체결 시 병원수입으로 계상되어 그 근거를 바탕으로 수가인상분에 대한 협상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번 개정안으로 병원수입이 감소되는 만큼 정부는 수가계약 시 이러한 손실분을 수가인상에 반영해 경영손실분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진료수입 손실과 함께 병원계는 의사인력난 유발 가능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선택진료제도를 운영 중인 병원들이 수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취득 후 5년이 지난 의사를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들이 자격요건을 갖춘 의사들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서게 될 것이며, 중소병원과 지방병원은 의사인력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곧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의 정책 추진배경에도 맞지 않음을 병원계는 지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복지부장관이 지정한 필수진료과목에 대해 전 진료시간 동안 비선택진료의사 1명 이상을 두도록 하는 것 또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많은 수의 진료과목에 매진료시간별로 1명 이상의 추가비용을 징수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의무 배치할 경우 환자의 쏠림현상 가중 및 고도중증환자 진료가 아닌 외래중심의 시스템 재편이 불가피함에 따라, 현행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책과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도 야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괄위임 문구 삭제에 따른 문제점

복지부는 환자 민원 발생 소지를 줄인다는 이유로 진료지원과목 의사선택 포괄위임 조항을 삭제했다.

기존에는 검사, 영상진단, 마취 등 6개 항목의 진료지원과목 선택진료 의사 선택을 주치의(주진료과 의사)에게 일괄 위임할 수 있었으나, 의료기관과 환자 간에 선택진료비 부과로 인한 민원이 자주 발생하자 포괄위임란을 삭제하고 환자가 직접 원하는 과목과 의사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진료 초입단계에서 진료지원과 의사까지도 일일이 직접 선택하거나 위임 표시토록 하는 것은 환자의 적기치료 기회보장과 병원 진료시스템상 측면에서 현실성이 결여돼 실제 적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 병원계의 주장이다.

대형병원의 진료지원과의 경우 선택진료의사가 수십명에 달하고, 최근 세부전문과목화 되는 실정에 선택진료 신청을 각 진료 또는 검사 시마다 매번 환자가 하도록 규정한 것은 진료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며 환자대기시간 증가, 불편 가중 및 수납업무 지연 등으로 인해 환자에게 오히려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무총리실 규재개혁위원회 또한 환자가 진료지원과 의사까지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가 원할 경우 동의서를 작성해 주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 의사선택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개선 권고한 바 있다.

법원 역시 주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목에 대한 위임을 통해 환자의 의사선택권을 의료현실에 맞게 보장함과 아울러 보다 정선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법적지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한 것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및 일부 대학병원 행정소송에서 포괄위임의 타당성 및 현행 서식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병원계는 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불가하고, 불필요 설명시간 추가투입으로 인한 행정낭비는 물론 진료 차질현상이 발생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만큼 현행 포괄위임 문구를 병행 사용토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포괄위임 문구를 삭제,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이해와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근본적 보전대책 마련돼야

이 같은 문제점들 외에도 병원계는 진료인력 재배치, 전산시스템 재구축 등 선택진료 규정 개정에 따른 굉장한 준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선택진료신청서 양식 변경으로 인해 불필요하고 과도한 설명시간이 필요하며 설명 전담직원을 배치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인력 증원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선택진료 관련 기록 보존기간이 5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관련 업무 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진료인력 재배치에 따른 전산시스템 재구축 △인사·보험·심사 업무와 관련한 전산장비 추가구매 △진료일정 협의 및 조정 △선택진료신청서 서식 준비 △선택진료 자격사항 등 안내사항 게시 등 수많은 업무가 뒤따르게 된다.

이렇듯 선택진료제도는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특정의사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근본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나 아울러 의료기관에게는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한 부차적인 목적도 갖고 있는 만큼 병원 수입손실에 대한 보전대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수가의 합리적 수준으로의 상향 조정 또는 병원손실에 대한 적정보상 기전이 마련되지 않고 현 제도의 규제만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면 환자의 진료대기시간 증가 등으로 인한 민원폭증과 현행 선택진료의사 지정 제외에 따른 의욕상실 등의 큰 피해가 발생함을 정부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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