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학과 맞춤의학의 서곡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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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학과 맞춤의학의 서곡을 울리다
  • 박현
  • 승인 2008.12.0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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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암당뇨연구원, 한국인 유전체 시퀀싱
인류의 꿈인 유전의학 및 맞춤의학을 위한 발걸음이 점차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가천의과학대학교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 박사)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박영훈 박사)의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센터장 박종화 박사)가 공동연구 협력을 통해 한국인 유전체 서열해석에 성공했다.

2003년에 발표된 최초의 서양인 유전체 서열해석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의 16개 연구소가 주축이 됐고 13년간 총 2조7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그 후 2007년에 발표된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박사의 유전체 서열해석에는 4년간 총 1천억원이, 2008년 4월에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왓슨 박사의 서열해석에는 약 4개월간 15억원이 소요됐다.

2008년 11월에는 중국의 베이징유전체연구소에서 최초의 중국인 한 명의 유전체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 서열은 개인으로서는 벤터 박사와 왓슨 박사, 중국인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서열해석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 세계가 일반대중의 개개인 유전체 서열해석을 통한 맞춤의학 및 미래의학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과 국가생물자원정보센터가 100% 국내 연구진의 공동노력을 통해 한국인 유전체 서열해석에 성공한 점은 미래 한국의 보건의료 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실험중심의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 유전체팀과 생명정보학 중심의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가 서로의 장점을 교환해 추진된 좋은 융합 프로젝트 사례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면서 본인의 DNA를 모두 공개한 암ㆍ당뇨연구원의 김성진 원장은 “제임스 왓슨 역시 DNA구조 해석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후 이렇게 빨리 학문이 진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임스 왓슨도 맞춤의학을 위해 자신의 DNA 시퀀스를 공개했고 제임스 왓슨의 책을 읽고 연구에 인생을 바치게 된 나도 새로운 의학발전을 위해 DNA 서열을 공개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정보에는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 서열 분석결과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유전자와 신체적 특징 또는 질병과 관련해 진행된 전 세계의 연구결과가 반영되어 있다.

연구진은 공개된 1600만 여건의 의학 논문 중 유전의학과 관련된 1만2천여 건의 연구결과를 골라낸 뒤 다시 그 중에서 아시아인에 해당하는 1천600여 건의 연구결과를 선택해서 김성진 원장의 서열결과와 비교했다.

여기에는 근력이나 눈의 색깔과 신체적 특징에 관한 연구결과와 관상동맥질환, 당뇨, 비만, 각종 암과 같은 다양한 질환과 연관된 연구결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의료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검증하는 대규모의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현생 인류는 약 15만년전의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아프리카인, 서양인(코카시안), 동양인의 세 부류로 크게 나뉜다.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는 계통적으로 동양인 중에서도 중국인과 일본인이 나뉘어지는 곳에 분류되며 유전적 변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일염기다형성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는 제임스 왓슨 유전체와는 0.05%, 최근 발표된 중국인 유전체와는 0.04% 가량 차이를 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150만개의 새로운 단일염기다형성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2-3년 내로 한 사람당 약 1천불 이내의 비용으로 유전체 서열해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현재 미국의 한 회사는 2009년부터 5천불에 유전체 서열해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 그렇게 되면 유전체 서열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에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일부 선천성 질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질환은 유전자와 환경과의 오랜 상관관계를 통해 발생되며 특정 질환에 더 취약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경우 일찍부터 예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질병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거나 또는 자신의 유전형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은 이미 가천의대 길병원과 함께 단계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환자 치료에 본격화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 프로젝트의 또 다른 파급효과는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에서 추진 중인 생명유전체정보의 한국인 표준 유전체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김성진 원장의 DNA 서열을 지속적으로 해석해 참조 표준화함으로써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위한 맞춤의학 표준 인프라로 만들 계획이다.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과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는 모든 자료와 관련정보를 www.koreagenome.org에 공개하고 있다.

보건복지 가족부 질병유전체 사업단장이자 세계 인간 프로테옴기구 차기 회장을 맞게 될 백융기 연세대 교수는 “이번 일로 맞춤형 질병 분자의학 시대의 개막은 물론 질병 단백질 발굴과 신약개발에 일보 진전된 큰 전기가 마련됐으며 사람마다 다른 특이 질병 유전자의 존재 빈도나 질환 요인 유전자를 탐색함으로써 질병의 예측과 치료에 적극 대처 할 수 있는 상시 시스템이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 함으로써 질병유전자의 존재를 근거로 한 개인별 맞춤의학사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일로 생각된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이러한 전체 유전체 서열해독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은 세계 4번째의 쾌거로서 인간유전체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국가의 위상을 일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쾌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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