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데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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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데드걸
  • 윤종원
  • 승인 2007.10.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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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던진 파문

미국산 독립영화 "데드걸"(원제 The Dead Girl)은 여자감독이 만든 여자들의 이야기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각각 독립돼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긴밀하게 혹은 헐겁게 연결돼 있는 스토리 구성을 통해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낯선 사람(The Stranger)" "자매(The Sister)" "아내(The Wife)" "엄마(The Mother)"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몸이 불편한 노모와 살고 있는 아든(토니 콜렛)은 들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여자 시체를 발견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심술궂은 노모는 "괜히 신고를 해 시끄럽게 만들었다"고 몰아붙이며 막말을 퍼부어 아든을 괴롭게 만든다.

노모의 학대에 못 견뎌 충동적으로 가출한 아든은 할인점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밤늦은 데이트를 하다가 별다른 저항감 없이 성관계까지 맺게 된다.

장면이 전환돼 온 가족이 15년 전 실종된 언니 찾기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레아(로즈 번)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시체보관소에 들어온 젊은 여자 시체가 언니일 것이라 확신하지만 치아 감식 결과 언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어린 시절 언니가 실종된 뒤 온 가족이 언니 찾기에만 매달리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을 살아온 레아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가 초대한 파티에 찾아가 그와 성관계를 가진다.

또다시 장면이 전환돼 일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는 남편을 둔 루스(메리 베스 허트)는 우연히 남편의 창고에서 여자들의 피 묻은 속옷과 소지품을 발견한다.

그날 밤 남편이 귀가하기 직전 루스는 신문에서 또다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사진 속 마지막 희생자가 아침에 남편의 창고에서 발견했던 운전면허증 속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든이 발견한 죽은 여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딸 크리스타(브리트니 머피)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멜로라(마샤 게이 하덴)는 어렸을 때 가출한 딸의 삶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그녀가 계부로부터 겁탈을 당한 뒤 그 충격으로 가출했으며 가출 뒤에는 몸을 팔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는 충격적 사실을 접하게 된다.

새 남편이 딸을 겁탈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멜로라는 뒤늦게 그와 이혼한 뒤 큰 죄책감 속에서 크리스타가 남긴 딸, 즉 자신의 손녀를 만나 속죄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2002년 영화 "블루카"로 새로운 시각의 여성감독 탄생을 알리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던 캐런 몬크리프 감독은 우연히 살인사건의 배심원으로 참석하면서 접하게 된 희생자의 사연을 모티브로 삼아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영화는 독립영화 특유의 모노톤 미장센을 활용해 여성들이 겪는 상처와 학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모든 여성들은 희망을 품는다. 비록 그 희망이 헛되거나 일시적일지라도.

11월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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