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든 ‘의료인프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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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든 ‘의료인프라’ 지켜야 한다
  • 병원신문
  • 승인 2024.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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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의료계에서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도 난공불락의 벽처럼 꿈쩍하지 않던 의료전달체계와 수가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정부 당국에서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왜곡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 의료제도와 정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필수·응급의료를 기피하게 만든 저수가 기조의 행위별수가제와 정상 작동하지 않아 환자 쏠림현상을 초래한 의료전달체계의 개혁에 나서려 하고 있다.

이 참에 의료제도 개혁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이용량을 억제하는 두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것 같다.

진료권 폐지 이후 날로 심화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고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실손보험으로 증가일로 추세에 있는 의료이용량을 억제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현실화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였다. 

지난 수십년동안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각급 의료기관들로서는 온도차는 다르겠지만, 정부가 구상하는 급격한 변화의 의료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중증환자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이라도 외래 의존도가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중증·필수·응급 위주로 개편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구조로 개편하려면 파격적인 수가인상이 필요한데, 이게 가능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가보상체계 개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총점 고정하에 진료과간 견제가 심한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제시가 없다.

중증·필수·응급분야에 대한 순증이 없는 경우 뾰족한 해결책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급한대로 정책의 방향성만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세밀함이 부족해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 수십년간 애써 쌓아올린 의료인프라가 심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수련병원에 시급한 재정지원을 통해 인프라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후에 의료개혁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의료인프라 붕괴된 다음에 의료개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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