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첫 TV 토론 ‘팽팽한 줄다리기’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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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 첫 TV 토론 ‘팽팽한 줄다리기’ 재확인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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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의·정 입장차 명확히 드러나
유정민 복지부 팀장·김윤 교수 VS 이동욱 회장·정재훈 교수
의대정원 증원 100분 토론 장면. (출처: MBC 방송 캡쳐).
의대정원 증원 100분 토론 장면. (출처: MBC 방송 캡쳐).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첫 TV 토론이 열렸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됐다.

증원을 찬성하는 측은 의사 수가 부족해 배분 문제를 악화시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높은 의료 접근성을 예로 들며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MBC는 2월 20일 ‘의대정원 증원 충돌, 의료대란 오나’를 주제로 ‘100분 토론’을 방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김윤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정재훈 가천대학교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참여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찬성하는 쪽은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유정민 팀장은 “의사는 현재도, 앞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며 “이미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 때문에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의사 수의 부족은 배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게 유정민 팀장의 진단이다.

유 팀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 때문에 지역·필수의료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있는 인력들도 모두 수도권에 집중됐다”며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의사 인력 배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진료보조인력(PA) 증가 등이 의사 부족을 방증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교수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전공의들이 주 80시간을 일하겠느냐”며 “중소도시와 의료취약지의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하면 2만여 명인데, 충분한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윤 교수는 이번이 의대정원을 증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파업에 따른 국민 고통보다 증원 실패로 겪을 피해가 더 크다는 의견을 남겼다.

김 교수는 “의료계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반복된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켰다”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번 파업이 짧으면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보는데, 이번에도 정부가 굴복해서 의사 증원에 실패하면 언제 다시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니 국민들이 다소 불편해도 끝까지 지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대정원 증원 찬반 100분 토론 참여자들. 왼쪽부터 김윤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정재훈 가천대학교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대정원 증원 찬반 100분 토론 참여자들. 왼쪽부터 김윤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정재훈 가천대학교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와 달리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정부가 기대하는 의대정원 증원의 효과가 너무 늦게 발현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재훈 교수는 “현재 왜곡된 의료체계의 변화 없이, 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의대정원 증원이 이뤄지면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로 계속 넘어온다”며 “2,000명 증원 효과의 발현 시점이 너무 늦는 데다가 근거도 불투명한데, 의대 쏠림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가 과연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한 정재훈 교수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과 의료 접근성 모두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데, 과연 의사가 부족하면 이 정도의 결과가 유지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정책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라 의대정원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 강화 및 의료체계 개선인 선행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동욱 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변화와 의료이용량을 고려하면 의사는 자연스럽게 과잉공급에 놓인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출생아가 줄어들고 있어 의대정원을 그대로 둬도 앞으로 상대적인 의사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의료이용 횟수와 접근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군의 2.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되겠느냐”며 “근무 환경, 환자 및 의사 재배분 문제가 우선이지 의대정원 증원이 급선무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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