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합진료 금지, 병원 경영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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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합진료 금지, 병원 경영난 우려된다
  • 병원신문
  • 승인 2024.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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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규모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자 의료계는 좌절과 분노를 넘어 멘붕에 빠졌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그리고 최후의 수단인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정면으로 맞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십수년동안 의료인력난에 시달려 온 병원계마저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천명이나 늘리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병원계로서는 2020년 의료계 총파업으로 진료에 심각한 차질과 혼란을 겪었던 악몽이 재연되는 것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의대 증원과 관련, 국가 미래의료, 인구감소, 이공계열 및 기초과학 분야 인재이탈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의 종합적인 검토와 의료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단계적 의대증원 확대에 찬성했던 병원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의대 증원규모에 난감한 입장이다. 

게다가 앞서 발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서 그동안 저수가 기조로 의료기관의 손실보전 역할을 해 오던 비급여를 겨냥한 혼합진료 금지 등 의료기관의 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병원계와 어떤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것에 우려의 시각을 지울 수 없는 상황.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안에 그동안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지지부진하던 정책을 보따리안에 모두 집어넣어 이 참에 해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는 건강보험제도의 저수가 기조로 발생하는 손실을 비급여나 의료이용량으로 대체하는 구조로 운영돼 온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값싼 의료비 때문에 이같은 구조가 가능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새로운 의료정책 시행과정에서 이같은 의료구조의 난맥을 고려해 의료계와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예컨대, 상급병실과 선택진료와 같은 대표적인 비급여를 제도권 안에 넣는 정책을 펴는 와중에서 행위별수가와 의료질평가지원금같은 정책수가로 나누어 보전, 새로운 정책 시행과정에서 병원계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해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는 최소한의 보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 혼합진료가 일시에 금지될 경우 의료기관들은 2∼3%에 불과한 지금의 수익률마저 맞추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의사인력을 확충하면서 필수의료를 정상화하고 지역의료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필수의료로만 의료기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은 도외시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소한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개혁해 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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