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병원,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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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병원,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4.0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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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적십자사 회장, 병원계 수장 및 병원 경영 경험 바탕으로 ‘환골탈태’ 선언
경영 위기 타개 위해 5개 적십자병원장 공개모집 시작…'혁신' 시발점으로
서울적십자병원
서울적십자병원

오랜 기간 ‘물음표(?)’의 수식어가 붙어있던 적십자병원이 ‘느낌표(!)’로의 ‘환골탈태’를 본격 선언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수장으로 새롭게 취임한 김철수 제31대 회장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빠진 적십자병원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가장 먼저 시작된 행보는 적십자병원의 병원장 공개모집이다. 적십자병원의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력있는 진료 의사’를 병원장으로 두겠다는 김 회장의 타개책이다.

약해진 위상 강화 위한 혁신적인 변화 천명
병원계 수장, 병원 경영자로서의 경험 토대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적십자병원의 역사는 1905년 ‘대한국적십자병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1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어려운 이웃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온 적십자병원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적십자사는 일제강점기와 독립,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를 거치며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1980년대에는 전국 16개 병원, 2개 의원과 2개 병원선(백련호, 무궁화호)까지 운영했다.

적십자병원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는 의사들이 근무지로 서울대학교병원 다음으로 서울적십자병원을 지원할 만큼 적십자병원이 대한민국의 대표 공공병원으로 명망을 떨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며 대형 민간병원과의 경쟁 등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 명성과 역할은 급격하게 쇠퇴했고, 병원 경영의 심각한 위기로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적십자병원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천명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큰 축을 담당해왔던 적십자병원의 약해진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공공의료 분야에서의 ‘적십자병원 르네상스’ 시대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에는 김 회장의 의료계에서의 오랜 경험과 경륜이 뒷받침됐기에 신뢰감을 더하고 있다.

의사이자 병원 경영자인 김 회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한병원협회 회장으로서 국내 병원계 발전을 진두지휘했고, 또한 1976년 서울 관악구의 자그마한 ‘김철수 내과·김란희 산부인과’를 2024년 현재 대학병원을 제외한 2차 의료기관 중 최상의 의료 질과 서비스로 인정받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으로 성장시킨 병원 경영자로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인천적십자병원
인천적십자병원

병원 정상화는 '실력있는 의사 확보' 우선
5개 적십자병원장 공개모집 동시 진행

김철수 회장은 “실력있는 의사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를 대표하는 적십자병원 병원장의 가장 우선시 되는 조건은 진료를 잘하는 의사라는 것. 전문 경영인이 병원 경영을 책임지고, 병원장은 직접 진료하고 환자를 책임질 때 적십자병원의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복안이다.

최근 전국 적십자병원의 병원장 공개모집이 동시에 시작됐다.

시대의 부침 속에서도 공공의료를 책임진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적십자병원은 고전분투하고 있다. 현재 지역책임의료기관인 6개의 급성기병원(서울·인천·상주·통영·거창·영주)과 경인권역재활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2018년에 종합병원으로 개원한 영주적십자병원은 병상 확보를 위한 증축까지 진행하고 있다.

상주 · 통영 · 거창 · 영주적십자병원(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상주 · 통영 · 거창 · 영주적십자병원(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전국의 적십자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여파로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는 혁신적인 변화로 이를 극복해보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의지다.

우선 서울·인천·상주·통영·거창의 5개 병원에서 병원장 공모가 동시에 시작돼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영주병원과 경인재활병원은 오는 5월 후임자 인선을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일본적십자사는 90개가 넘는 적십자병원을 운영하며, 일본 왕실의 공주가 첫 직장으로 일본적십자사에 선택할 만큼 일본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며 “우리 적십자병원도 국민의 신뢰받는 병원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원확보 위해 사재 1억원 쾌척 솔선수범
RCHC(적십자 고액 기부자 클럽) 20여명 가입 유치

적십자병원의 정상화 등 적십자사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먼저라고 판단한 김 회장은 사재 1억원을 쾌척했다. 이 같은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20여 명의 RCHC(적십자 고액 기부자 클럽) 가입을 이끌어냈으며,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도 유치해 공공의료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적십자병원은 공공병원으로써 희망진료센터, 누구나진료센터 등 공공의료사업을 추진하며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불법체류자 등에 대한 의료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 방향으로 자살 예방과 치매환자·가족돌봄 사업과 연계한 치매진료특성화 방안 등을 검토, 전국의 적십자 지사를 중심으로 정부와 협력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직능단체와의 활발한 사회공헌 협약을 통해 재난 발생 시 의료지원 및 구호 활동, 기부문화 확산에 힘쓰는 등 네트워크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김철수 회장은 “인적·물적 쇄신을 바탕으로 적십자병원을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병원, 정말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며 “이번 병원장 공모는 적십자병원에 따라붙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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