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는 한방난임사업 확대 유감”
상태바
“과학적 근거 없는 한방난임사업 확대 유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1.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산부인과학회와 공동으로 한방난임치료 안전성·효과성 미흡 지적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와 대한산부인과학회(회장 유희석, 이사장 김영태)가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 없는 한방난임치료사업 지원 확대를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국회는 최근 정부가 한방난임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보건복지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치료 지원 확대 국회 통과는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무시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복지부가 6억2,000만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한방치료가 난임에 도움을 주는지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과학적으로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진단된 20~44세 여성 100명에서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14.4%였다.

이 가운데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는데, 이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부부에서 같은 기간 기대할 수 있는 자연 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13명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량이 유산한 것은 일반적인 임신 후의 유산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결과이며, 현재까지 발표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치료사업의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검토해 봐도 예상을 웃도는 높은 유산율을 보였다는 비판마저 피하기 어려운 상황.

최영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한방난임치료가 난임 부부의 임신율을 높인다는 근거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산의 위험을 높여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난임부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객관적 연구 및 자료 확보, 투명한 결과 공개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근거 없는 한방난임치료 지원 법률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사실상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가 검증됐다고 주장하지만,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대조군 임상시험 근거가 없다는 건 한의과대학 교수들도 논문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대만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엄밀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이 없어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는 게 그 이유.

김교융 위원장은 “2016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사업에 참여해 3개월 이내 임신한 87명 중 2명이 사산, 24명이 유산했고 3~6개월 사이에 임신한 31명 중 3명이 유산했다”며 “복지부 사업기간 종료 때문에 조사하지 않은 임산부들의 출산 성공 여부, 한방난임치료로 태어난 아이들의 현재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대해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실효성 확인이 불가능한 한방난임치료에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한방난임치료에 각 지자체별로 1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정확한 실상을 모르는 국민들의 요구로 인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실효성 확인이 불가능한 사업에 과연 얼마나 많은 혈세를 투입해야 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이어 “법 개정으로 불필요한 예산 투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최소한 복지부가 기존 연구에 대한 추적연구 및 적절한 대조평가 등을 거쳐 한방난임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걸 소명하기 전까지 한방난임치료를 중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