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상태 빠진 30대 의사, 5명의 숭고한 생명 살리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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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상태 빠진 30대 의사, 5명의 숭고한 생명 살리고 영면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12.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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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은애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 실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은애 교수의 빈소.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은애 교수의 빈소.

뇌사상태의 30대 젊은 여의사가 장기기증으로 5명의 고귀한 생명에 나눔을 실천하고 영면해 귀감이 되고 있다.

이은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이은애 임상조교수(34세)는 지난 12월 3일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와 구토 증세로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쉬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로 이송 중 의식은 있었지만 두통과 구토 증상은 계속됐다. 응급실 내원 후 경련과 함께 곧바로 의식이 저하됐으며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진단됐다.

이은애 교수의 보호자는 수술을 해도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듣고,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지만 치료 중 경과가 호전되지 않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에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환자의 설명을 들은 이은애 교수의 가족들은 뇌사상태가 믿기지 않았지만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 후 뇌사자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결국 이은애 교수는 12월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12월 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총 5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

이은애 교수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 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며 “뇌사라는 말에도 믿을 수 없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은애 교수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고, 마지막까지 생사에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슬픔 마음에도 어렵게 기증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호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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