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의 암 진단 전후 활동량 차이가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창·이호규 교수, 이혁희 강사팀은 암 진단 전 신체활동을 했지만 진단 후 신체활동을 멈추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43% 증가한다고 11월 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IF 39.3)에 게재됐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1.5%다. 상대생존율은 암 환자의 생존율과 일반인의 기대생존율을 비교한 것으로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이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넘게 생존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암 생존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암 생존자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사회 동맥경화 위험 연구(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Study, ARIC)에 참가하고 있는 1만1,093명을 대상으로 약 13.6년 추적 관찰한 결과, 암 생존자는 대조군 대비 심혈관질환, 심부전,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각각 37%, 52%, 22% 높았다.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2022년 가이드라인은 암 생존자들에게 주당 150분 이상 중강도 신체활동 혹은 75분 이상 고강도 신체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로 환산하면 600 정도다. MET은 체중 1kg이 1분 동안 사용하는 산소 소비량을 3.5로 나눈 값으로, 신체활동 시 소비하는 에너지양 지표다.
연구팀은 암 생존자에서 암 진단 전후 신체활동량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조사했다. 연구 대상은 2011~2013년 암 진단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중 진단 전 2년·진단 후 3년 이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년 암 생존자 15만433명이다.
대상자를 MET에 따라 비활동 집단(0), 권고 미달 활동 집단(1~599), 권고 충족 활동 집단(600 이상)으로 구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살폈다.
암 진단 전 신체활동량과 관계없이 진단 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심혈관 위험도가 낮았다. 진단 전 신체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진단 후 권고 미달, 권고 충족 수준으로 활동하면 위험도는 각각 19%, 20% 감소했다.
반대로 진단 전 신체활동을 유지하다 진단 후 활동을 멈추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올라갔다. 진단 전 권고 미달, 권고 충족 수준으로 활동하다 진단 후 비활동하면 위험도는 각각 24%, 43% 증가했다.
신체활동 변화량에 따른 심혈관 위험도를 연속적으로 살펴본 경우에도 암 진단 전과 비교해 암 진단 후 신체활동이 더 많이 증가할수록 위험도 감소 폭은 커졌고 줄어들수록 위험도는 더욱 증가했다.
김현창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암 생존자의 신체활동량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조사한 국내 첫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암 생존자들은 가급적 활동량을 줄이지 않고 가능하면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