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남자의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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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 남자의 유통기한
  • 윤종원
  • 승인 2006.06.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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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내 남자의 유통기한

제목만 보고 시시한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원제 "어부와 그의 아내(THE FISHERMAN AND HIS WIFE)"를 봐도 영화의 성격이나 내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 영화, 꽤 맛있다. 마치 단순한 호기심에 길거리에 그려진 화살표를 쫓아가다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무엇(그것이 식당이든, 옷가게든, 혹은 사람이든)인가를 만난 것과 같은 발견의 기쁨도 안겨준다.

영화는 사랑과 결혼, 육아, 사회적 자아실현의 문제를 남녀의 성적 차이를 부각시키며 조명했다. 감독이 던지는 질문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진지하다. 그런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양을 띠고 있다. 간혹 익살스러운 만화 컷 안에서 철학적 메시지를 발견하는 경우처럼.

덕분에 100분의 러닝타임은 은연 중 관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안겨준다. 인생의 보편적 문제, 그래서 자칫 상투적이고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이처럼 살갑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은 분명 특별한 재주. "파니 핑크"의 도리스 되리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관람의 "팁"이 되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원제 "어부와 그의 아내"는 그림형제의 동명 우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어부가 넙치 왕자를 살려주자 왕자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만 바라는 어부와 달리 너무 욕심을 부리는 아내 탓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와 물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 오토,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동료 레오는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다. 이다와 오토는 첫눈에 반해 곧바로 일본에서 약식 결혼식을 올리고 텐트에서 첫날밤을 맞는다. 이들의 결혼은 이처럼 낭만적으로 시작되지만 독일로 돌아오면서 현실과 부딪힌다.

둘은 캠핑카 안에서 신접살림을 차린다. 그러다가 이다가 임신과 함께 패션회사에서 수주 계약을 따내면서 둘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육아와 경제활동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 결국 물고기 연구에만 관심이 있을 뿐 돈에 초연한 오토가 살림을 맡기로 하고 이다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자아 실현에 뛰어든다.

영화는 즉흥적 사랑에서 시작돼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다와 오토의 모습을 마치 농담을 하듯 그려낸다. 오토가 사랑하는 어항 속 물고기들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적절히 장면과 상황을 설명하고 서양인이 바라보는 일본의 특징을 희화화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담없이 깔깔 웃던 관객도 중반 이후 감독이 던지는 심각한 문제에 어느새 푹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는 성공적인 역할 바꾸기 같았지만 이다의 야망이 커져가면서 부부 관계는 피폐해져간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누구의 문제일까. 여성 감독이 여성의 야망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는 점, 이 영화의 부제를 "왜 여자는 만족을 모르는가"로 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양보와 사랑, 조화라는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해결된다. 그렇다. 진부하다. 그런데 여운이 따뜻하게 남는 이유는 뭘까. 그것이 바로 감독의 솜씨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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