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이사장의 확고한 의지…“의사이기 때문에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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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이사장의 확고한 의지…“의사이기 때문에 하려 한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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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및 검진 문제점 지적하며 심평원과 표준진료지침 마련 의지 보여
특사경 도입 필요성 재차 강조…필수의료 지원 및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
‘한국형 주치의’ 현장 적용 가능성 검증…약평위 참여 불가능하면 ‘포기’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병원신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병원신문.

“30대 초반 교수 시절부터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었다. 과잉진료와 과잉검진 문제를 바로잡고 특사경 도입 등을 지속 주장할 것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의사 출신으로서 의사들이 잘못하는 부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는 역할에 총대를 메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정기석 이사장은 9월 1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과잉진료 및 과잉검진, 특사경, 필수의료 지원, 의대 정원 확대,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이자 감염병 전문가로서 그간 의료현장에서 직접 느낀 소신과 경험을 토대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과잉진료 및 과잉검진 문제 해소 의지

'현명한 선택' 캠페인 등에 전폭 지원

정기석 이사장은 “의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어가는데, 진료행태가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달라졌다”라며 “의학과 경제가 발달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아졌지만, 의사가 가졌던 철학 다시 말해 불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중요한 철학이 지금은 많이 희석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철학을 지키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꼽은 정기석 이사장이다.

‘현명한 선택’은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환자 권익 보호, 사회적 비용 축소를 위한 의료계 주도의 운동으로, 의사가 직접 나서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알리는 일종의 자정 행동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캠페인 확산을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지원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서 제일 좋은 것은 진료하는 의사가 스스로 과잉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인데 행위별수가제 안에서는 인간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본능이 개입된다”며 “경험이 없는 의사들일수록 검사에 의존하는 진료를 하게 되는데, 건보공단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 알고리즘만 잘 짜도 과잉진료와 과잉검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 필요

기피과 해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

아울러 과잉진료 금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과감한 정책과 의대정원 확대도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정 이사장은 “필수의료 위기는 1~2년 만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며 “10~20년에 걸쳐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신규 의사 인력 유입이 꾸준히 줄었고 워라벨에 대한 인식도 커져 금전적인 보상이 높아졌음에도 기피과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피과 및 필수의료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수가 구조,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등을 바로잡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건보공단이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수행할 수 없어 관여할 부분이 많지 않지만 필요한 정책적 지원 및 의대 정원 확대 가능성 점검 등에는 동참하겠다”고 부언했다.

실제로 정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매년 3,000여 명의 의사가 의과대학에서 배출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1인당 업무량 감소 및 특정 분야 선호로 2,700명가량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이사장은 “전문의를 따지 않는 의사도 많고, 전문의를 따더라도 예전처럼 일하지 않는 게 현재 의료계 분위기”라며 “의사 자녀를 둔 그 어느 부모가 노동강도가 세고 수익도 부족한 필수의료 영역에서 일을 하라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심평원과 함께 ‘표준진료지침’ 마련

특사경 제도 도입 필요성 지속 주장 예고

이처럼 정 이사장이 고민하는 주요 정책은 △표준 진료지침마련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지원사업 확대 △공공정책 수가 도입 △의료인력 확보 프로그램 △한국형 주치의 제도 확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불필요한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를 주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력해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의료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적정진료에 필요한 중요한 행위나 과정에 대해 가이드 라인 및 권고를 하려고 한다”며 “표준진료지침이 기준이 돼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료계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침이 오랫동안 관행이 됐을 때 그렇게 안 가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바른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또한 “특사경은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지 이사장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며 “의사들이 잘못하는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오랫동안 간직한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 이사장의 소신은 의료계가 운영 중인 전문가평가제에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자율징계권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 이사장은 “전문가평가제 자율징계권은 건보공단 특사경과의 협업을 통해 상호보완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며 “의약단체와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개선 실무협의체를 활용하고, 지속적인 의견 교환 및 조정으로 특사경에 대한 쟁점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치 기반 의료' 등 다변화 방안 모색 필요

'한국형 주치의' 제도 현장 적용 가능성 검증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이용 중심의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치기반 의료’ 등 다변화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도 정 이사장의 계획 중 하나다.

정 이사장은 “현재 건보공단은 질병별 진료 중심에서 다학제팀을 통한 ‘환자중심’의 포괄적 관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모형을 개발했고 일산병원 내 일차의료개발센터 운영을 통해 모형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며 “향후 일반의원까지 확산시킴으로써 ‘한국형 주치의’ 제도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행위별수가제 문제점을 보완하고 의료의 질 향상과 효율적인 의료비 지출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에 적합한 지불모형 및 수가 개발 연구를 올해 하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 이사장이다.

즉, 기존의 행위별수가를 최소화하고 등록환자에 따라 일정 정액의 월 단위 환자 관리료와 치료과정·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혼재된 ‘혼합형 지불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정 이사장은 “미국 CMS 혁신센터의 주요 지불모형인 ACO 및 CPC+모델 등을 검토해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평가·보상 지불제도 도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약평위 참여에 심평원 반대 극심하면 ‘포기하겠다’

이날 정 이사장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고가약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이지만, 적정한 약가 책정을 위해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하지만 약평위는 심평원 주관의 위원회이니 심평원 측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정 이사장은 “건보공단은 약가 협상 단계의 업무만 맡고 있는데, 앞 단계(약평위)에서 가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적정 약가를 위해 약평위 참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제9기 약평위 구성에 앞서 의약품 급여등재 이전 평가 단계부터 협상·등재 이후 사후관리까지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ㅊ며 약평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수용이 불발됐다.

정 이사장은 “소득이 증가하면서 비슷한 효능이 있더라도 점점 고가약을 처방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약값이 비싸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심평원에 이르기까지 시작 단계부터 조정이 돼야 하는데 건보공단이 약평위에 참여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하지만 약평위는 심평원이 운영하는 기구인 만큼 끝까지 수용할 수 없다면 도리가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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