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재정위에 불만 가득한 의료계…“전문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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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재정위에 불만 가득한 의료계…“전문성 없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8.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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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협, ‘불합리한 수가협상 개선 방안’ 심포지엄 개최…‘작심 발언’ 쏟아져
재정위 역할 자문 수준으로 축소하고 건보공단이 계약 당사자로 참여해야
거수 기능만 하는 가입자 위원 수 줄여 공급자 참여 보장하자는 주장도

의료계가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추가소요재정(밴드)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거나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문성도 없는 데다가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의료계가 쏟아 낸 작심 발언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그동안 재정위에 얼마나 많은 불만을 지녔는지 가늠된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8월 12일 오후 5시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불합리한 수가협상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십수 년째 수가협상이 불합리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재정위를 우선 꼽았다.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건보공단 이사장이 수가 계약의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재정위 심의·의결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는 바람에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며 “재정위가 2% 이내로 통제하는 밴드 내에서 각 유형별 순위와 수가 인상분을 결정하는 불합리함을 해결하려면 재정위에 공급자 위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의협 법제이사도 “요양급여는 필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절하고, 요양급여에 편입되면 원가를 분석해 그에 상응하는 요양급여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적절한 수가 결정 구조”라며 “재정위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수가 인상분을 한도로 유형별로 나눠 먹기 협상을 유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가입자로 주로 이뤄진 재정위의 비전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법제이사는 “가입자 위주인 재정위 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공급자와 이해가 상반되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편향된 자료를 토대로 거수 기능만 하는 가입자 위원의 수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단장을 맡았던 김봉천 의협 부회장은 “어렵게 마련된 재정소위 간담회 자리에서 의원급의 어려운 현실을 얘기했는데, 위원들이 수가협상과 무관한 질문을 해서 회의감이 들었다”며 “마지막까지 버텨 최대한 수가를 인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밤을 새웠지만, 결과적으로 협상다운 협상은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재정위에서 수가 인상 총액을 미리 정해놓는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 방식으로는 유형별 수가협상단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푸념 섞인 지적도 있다.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SGR 모형에 따라 단체별 순위가 이미 정해져 있는 데다가 사실상 밴드는 재정위에서 확정해온다”며 “수가협상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수가협상단은 꼭두각시처럼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정위에 대한 불만을 줄이고 좀 더 합리적인 수가협상 구조를 마련하려면 최소한 재정위의 기능과 권한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건보공단이 전달자가 아닌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으로 이어졌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무엇보다 재정위는 밴드 결정 근거를 공급자에게 선 공개해 공정한 협상 구조를 마련해야 하고, 건보공단은 재정위의 전달자가 아닌 실제 수가협상의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며 “또한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별도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중재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형별 수가협상의 베테랑으로 불리는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재정위에 공급자가 일부 포함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재정위의 역할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마경화 부회장은 “재정위 30명 중에 공급자가 들어가도 그 수가 매우 적을 것이고 게다가 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에는 1명이 겨우 포함될까 말까일 것”이라며 “차라리 재정위의 역할을 밴드 규모 결정 및 심의·의결에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 자문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단, 재정위 위원 명단 변경 및 건보공단의 순환보직 시스템, 공급자단체의 주기적인 집행부·임원 교체 등이 수가협상 개선 논의를 지속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저항으로 작용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자단체끼리 펀드를 만드는 게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마 부회장이다.

마 부회장은 “올해 재정위 위원들이 많이 교체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 면도 없지 않았고, 건보공단의 수가협상 실무자들도 다른 보직으로 옮겨가면서 약속된 소통의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공급자단체들도 집행부가 교체되면 임원이 새롭게 임명되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얘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급자단체끼리 일종의 펀드를 만들고 실무팀을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수가협상을 개선해야 한다”며 “실무팀 안에 공익단체, 정부, 가입자단체들도 참여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설 논의기구까지 운영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치협 마경화 부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수가협상에서 의원 유형에 해당하는 당사자들로 구성됐지만 향후 5개 유형 단체들과 함께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서자고 제안한 대개협이다.

김동석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에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을 초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아쉽다”며 “의협이 직접 나서서 국회 토론회를 열든 논의의 장을 마련하든 5개 유형 단체들, 복지부, 건보공단 등이 수가협상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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