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암병원 경쟁 속 원자력의학원의 차별화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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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암병원 경쟁 속 원자력의학원의 차별화 전략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7.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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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의료원장,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사회문제 해결 융합형 의료기관 도약”
공공의료 기반 특성화 암 진료 강화 및 첨단 기술 실용화 플랫폼 고도화 목표
방사능 재난 의료 연구·진단기능 강화 및 생활 방사선 의료대응 확대로 기능 변화

‘코발트-60 치료기 도입, RI 뇌암 조기진단, 감마카메라 가동, 의료용 가속기 및 중성자 치료기 도입, 방사성동위원소 크롬-51 제법 개발,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 도입·가동, 미세암 조기진단 도입, 사이버나이프 가동, 사이클로트론 가동, 방사선비상진료센터 개소’ 등등.

이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료원장 이진경)의 전신인 방사선의학연구소 및 부속 암병원이 1963년 12월 설립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기록한 ‘최초’ 타이틀의 목록이다.

그간 원자력의학원이 대한민국의 암 치료에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하며 쉼 없이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훈장이나 마찬가지인 것.

하지만 최근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암병원을 건립하고 적극적인 암 치료 및 연구에 나서면서 원자력의학원의 명성이 예전보다 못한 것도 사실.

이 같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개원 60주년을 맞이한 원자력의학원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길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장점을 살려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선택을 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신임 의료원장으로 지난 4월 취임한 이진경 의료원장은 7월 10일 향후 원자력의학원의 운영계획 및 발전방안을 공개했다.

이진경 의료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원자력의학원은 기관 고유 기능을 시대적 요구에 맞춰 재해석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 과학기술, 공공기관, 방사선의학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문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움직인다.

과기정통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산업자원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이룩하기 위해 원자력의학원이 세운 전략은 크게 △공공의료 기반 특성화 암 진료 강화 △첨단 의료기술 실용화 플랫폼 고도화 △방사능 재난 의료 연구·진단기능 강화 및 생활 방사선 의료대응 확대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사선의학 연구거점 도약 등 4가지다.
 

공공의료 기반 특성화 의료사업 강화

우선, 원자력의학원은 의학원 고유특화 기술을 활용해 암진료를 강화하고 난치암 첨단치료기술을 선도할 방침이다.

원자력의학원 내 여러 사업단으로 구성된 연구팀(원자력병원 핵의학과, 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 국가RI센터 등)은 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 및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에 악티늄-225를 이용한 방사선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원내 IRB 승인을 거쳐 올해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진경 의료원장은 “2024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의 치료를 시작했고, 향후 호르몬 치료 효과가 없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현재 독일 및 러시아에서만 소량 생산돼 고가로 판매되는 악티늄-225를 국산화하기 위해 악티늄 생산 원료물질인 라듐-226을 확보하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티늄-225는 현재 독일과 인도 등에서 활발히 임상에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원자력의학원에서 최초로 임상을 시작했다.

아울러 방사선 인체 영향 평가기술을 적용한 검진 프로그램 개발·운영, 알자뷰를 이용한 노인성 질환 검진 확대 운영, 골육종센터 확대 개편 등 고유 기술 특화 전문 건강검진 도입 및 특성화 암진료 강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이진경 의료원장이다.
 

첨단 의료기술 실용화 플랫폼 고도화

원자력의학원은 사회 현안 대응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요구(제3차 방사선진흥계획,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등)가 증가하면서 바이오 혁신기술 산업 확산을 비롯해 바이오 경제 생태계 속 의료기관의 역할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의학원 내 ‘의과학실증센터’를 기반으로 임상 실증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구축, 국내 첨단 의과학기술의 개방형 테스트베드 플랫폼 수행을 통해 사업화와 실용화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비임상관리기관(GLP)·의약품제조(GMP) 인증시설의 유지·항목 추가 인증을 통한 국내 신약 및 방사성의약품 개발 지원 체계 구축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약 평가 해외 의존도 개선 △희귀난치성 질환 진단 치료제 개발 지원 △C-14 이용 비임상시험, C-14 AMS 이용 임상시험, 동위원소 이용 바이오영상 평가 시설 활용 △시험의뢰 및 시험장비 전문 컨설팅 통합 네트워크 운영시스템 마련 △제약산업 전주기 지원체계 확보 등이 그것.

이진경 의료원장은 “산·학·연 의과학기술 신속 실용화를 위한 공동·협력연구를 지원, 인체자원은행을 통한 맞춤형 혈액 자원 분양, 원스톱 임상연구 지원서비스 운영, 임상 실증 연구주기별 인프라 연결 등 의과학실증센터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방사능 재난 의료 연구·진단기능 강화·확대

이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의료원장. ⓒ병원신문.
이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의료원장. ⓒ병원신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생활방사선이 이슈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관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원자력의학원은 국가방사선비상진료체계 구축의 선도기관으로서 방사능 재난 의료대응 역량 제고 및 방사선비상진료 기반을 확충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국민건강 안전을 보장할 방침이다.

이진경 의료원장은 “방사능 비상진료 의사결정훈련 시나리오 개발 및 훈련적용으로 비상진료역량을 강화하고 가상·증강현실 훈련 시뮬레이터를 통해 훈련 효과도 높일 것”이라며 “방사선 비상시 피폭검사를 위한 국가 단위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방사능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사능 재난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한층 확장하겠다는 게 이진경 의료원장의 계획이다.

원자력의학원은 지난 2017년 WHO 협력센터(WHO Collaborating Center, WHo-CC), 2016년 아시아 최초로 IAEA 역량개발센터(Capacity Building Center, IAEA-CBC)에 각각 지정된 바 있다.

이 의료원장은 “WHO와 IAEA 등 국제기구의 협력기관으로서 국제활동을 강화하고 오는 2025년 WHO 협력센터 및 IAEA 역량개발센터 재지정을 목표로 전문가와 국민 간 직접 소통 체계를 구축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사선의학 연구거점 도약

끝으로 원자력의학원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중하위 소득 국가의 열악한 방사선치료기기 인프라 및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핵의학·방사선치료 관련 인력양성, 교육훈련, 기술자문 등에 집중한다.

글로벌 방사선의학 연구거점 주도기관으로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방사선의학 분야의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원자력의학원의 의지인 것이다.

구체적인 추진 전략으로 △UN 2030 지속가능발전계획 및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방사선의학기술 역량 강화 기여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보건의료체계 강화 △양자협력 및 국제공동사업을 통한 방사선의학 R&D 기술 선진화 등을 계획 중인 원자력의학원이다.

이 의료원장은 “방사선치료, 핵의학, 영상의학, 방사성의약품, 의학물리학 분야 등에 있어서 IAEA 기술협력사업 한국 대표기관으로 참여 및 주도하고 있는 만큼 IAEA 관할 지역협력협정(RCA) 회원국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겠다”며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 방사선의학 R&D 교육훈련센터 및 거점센터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암 종류의 확대, 대형병원 암병원의 활성화 등 시대적 변화에 따라 원자력의학원의 사업을 암 환자에 국한하지 않으려 한다”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대학병원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면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자력의학원은 오는 11월 8일 개원 60주년 기념식을 통해 의학원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수행 사업을 더욱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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