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역사’로 남을까?
상태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역사’로 남을까?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7.1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안에 새롭고 다양한 보상기전 마련해 의료계 현안 일거에 해소 노려
종별가산제도 병원급 이상 제외하고 의원급은 상대가치점수에 편입 예정

올 하반기 확정, 내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될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건강보험 지불방식의 대폭적인 변화가 반영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 지불단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위별수가제에 각각 2.1%와 4.5%의 비중을 차지하는 신포괄수가제, 일당정액제 지불방식 외에 올해 안에 새로운 보상기전을 마련하겠다는 목표 아래 전문가 그룹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즉, 기관단위 보상, 선별적 인상기전, 가치기반 보상체계 도입, 총 진료량 관리기전 확보 등 다양한 보상기전을 도입해 필수·중증의료 공백 해소 및 서울·수도권 환자 쏠림, 전문과목 간 상대가치의 불균형,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확립, 지방의료 활성화 등 해묵은 의료계 현안들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개혁’은 늘 반발과 저항, 비협조라는 암초를 만나 대부분 좌초되고, 또 더러는 애초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형태로 수정·변형됐고, 극히 일부에서는 성공한 ‘역사’가 됐다.

윤석열정부의 강한 건보 개혁 의지가 이번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역사’ 쪽으로 한 발짝 더 옮겨놓는 ‘트리거’로 작용하겠지만 정부의 개혁 움직임은 벌써부터 저항에 부딪히고 있어 진정한 ‘역사’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노력이 더 배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5월말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가 부대의견으로 결의한 의원급 유형 내 행위별 환산지수 차등 방안과 관련, 최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 정책이라는 의협 측의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의원급에 대해 이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2025년부터는 병원급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건강보험 보상체계 개편 방향에 의료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입원과 수술, 처치 등 저평가된 행위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되 필수의료 부문은 별개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큰 틀에서 재정중립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7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 중인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
7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 중인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

정윤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7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건보 재정운영위원회의 결의는 환산지수 인상에 따라 기능검사와 검체검사, 영상검사 등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행위에 대한 수가도 동일하게 일괄 인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상 총액은 동일하지만 행위별로 필요한 곳에 재원이 더 투입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재정운영위에서 정한 1.6%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 행위 유형별로 어떻게 분배할지 여부는 공급자와 논의를 거쳐 2024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또 “전체적으로 재정 중립 및 필수·중증 의료 부문 순증 기조 아래 의원급의 기존 종별 가산을 상대가치 점수로 편입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와 맞닥뜨린 부분에 대해 새로운 지불제도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의원급에는 15%의 종별 가산이 붙고 병원은 20%, 종합병원 25%, 상급종합병원은 30%의 종별가산이 부여되는데 병원급 이상은 그대로 두고 의원급에 부여되는 종별가산만 상대가치점수로 편입시키겠다는 것.

이 경우 재정적으로 의원급에 영향은 없을 것이란 게 정윤순 국장의 설명이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유형이 결렬되고 최종적으로 1.6% 인상에 그치게 된 배경과 관련해 정윤순 국장은 “의원급의 상실감이 크겠지만 총액 측면에서 2021년 대비 22% 증가했고, 코로나19 영향을 빼더라도 14~15%로 유형 중에서 가장 높았는데 전반적으로 진료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정위원회 소위 위원들도 이 부분을 고려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하는 항목은 모두 필수의료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이번 수가협상에서 인상률이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1차의료를 등한시해서가 아니라 재정의 문제와 함께 현실적으로 우선순위(에 집중한 결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담길 그림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불균형 해소 및 지불단위 다변화를 통한 체계 개편과 함께 가치와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한 지불방식 다변화, 그리고 선별적 인상기전 구축 등 지금까지 문제 제기됐던 결함 대부분을 메우려는 파격적인 시도가 예상되고 있다.

정윤순 국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여러 조사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인구고령화 추세가 가파르고 노인의료비 증가와 급격한 보장성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보 개편은 미래 세대가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큰 책무 아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큰 방향성 아래 중증질환을 포함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행위별 수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행 지불방식을 다양화하고 병상관리, 의료전달체계 개선, 비급여 관리, 적정 보험료율과 국고지원 매칭, 재정투명화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 3차 상대가치 개편과 디지털치료기기 수용, 보장성 강화, 외국인 자격 기준, 과잉·부적정 의료이용, 상종과 수도권 쏠림, 비급여 풍선효과 등에 대한 개선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국장은 또 현재 수가협상에 적용하고 있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성장률) 모형의 경우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정도의 역할은 했고, 현재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도 없어 당장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3분기, 즉 9월 안에 건정심에 먼저 보고를 한 후 보완을 거쳐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윤순 국장은 “필요한 부분에는 재정중립이 아니라 순증으로 추가 투입하겠다”며 “의료계는 물론 전문가, 이용자 등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보완하고, 대책이 더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도 마련하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