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공급을 좌우하는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로 3,253명에서 3,058명으로 줄인 이후 17년째 동결중이다. 1일 환자진료량 41.8명을 기준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3,300명 또는 2,900명으로 계산할 때 2018년에 모두 지속적인 과잉공급으로 나타난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가 근거가 됐다.
그러나 2020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기구(OECD)의 인구 1천명당 우리나라 의사 수는 2.3명. OECD 평균 3.4명에 크게 못미친다. 과잉공급이 우려돼 의과대학 입학정원까지 축소, 수급조절에 나섰던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인력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문제는 겉으로 나타난 지표상 차이보다는 지역이나 진료과목별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는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2020년 12월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1.59명인 반면 경기도 0.60명, 경북 0.55명, 충남 0.49명 등으로 편차가 크다. 지난 10년사이의 전문의 증가율을 보면 응급의학과, 작업환경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의 전문의 증가율을 도드라지게 증가한 반면 산부인과와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의 전문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정 지역이나 진료과로 전문의가 편중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해관계자별로 의사수급 불균형 해소에 대한 해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계열에서는 국립의전원이나 공공보건의료대학,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인력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의료계는 저수가와 같은 유인책에서 해결책을 찾는 듯 하다.
과거에도 진료과목별 수급 불균형은 존재했으나 의료제도나 수가제도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던 사례가 많았다. 의사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며 의사로서의 의무만 강요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업무강도 조절과 처우개선, 당직 및 근무시간 개선, 전공의 배치 확대, 필수의료교육 강화, 간호인력 확충 등을 통한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제도나 수가제도에 대한 고려는 없는 듯 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의사인력 수급불균형은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