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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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강적
  • 윤종원
  • 승인 2006.06.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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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막장에 이른 두 남자, 강적

인생 막장에서 만난 두 남자. 한 남자는 억울하게 살해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자 탈옥했고, 한 남자는 실수로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들은 돈이 없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영 시작 5분여에 이르는 인트로에서 "강적"은 쇠락한 형사 성우(박중훈 분)와 조직에서 손을 털기위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려다 살인죄라는 누명을 쓴 수현(천정명)이 만나는 과정을 설명한다.(영화가 한창 시작했다고 느낄 즈음 큰 글씨로 선명히 박히는 "강적"이라는 제목이 다소 뜬금없다)

장편 데뷔작 "정글쥬스"를 통해 독특한 시선으로 깡패, 혹은 "양아치"를 그려냈던 조민호 감독은 좀 더 진중하게 밑바닥 인생을 잡아냈다.

탈옥한 수현에게 인질로 잡힌 성우는 아들의 심장병 수술비를 타려고 순직하겠다며 차라리 날 죽이라고 말한다. 탈출과정에서 "인생은 뭔가가 있다"고 생에 집착하는 수현과 "짜식아, 인생 뭐 없어"라며 삶의 무게에 짓눌린 성우는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며 기이한 파트너가 돼간다. 일명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과 인질범이 인질을 배려하는 "리마신드롬"이 절묘하게 섞여가는 것.

두 남자는 진짜 살해범을 잡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친다. 고아원 출신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수현을 함정에 빠뜨렸지만 끝까지 수현을 도와주려는 친구 재필의 죽음에 절망하고, 성우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주겠다는 수현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룸살롱 선수금을 받는 여자친구 미래(유인영)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무런 목표 의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성우는 수현의 그런 모습에 동화돼간다. 수현과 재필이 살았던 고아원의 원장(오순택)은 "거악"으로 존재하며, 두 사람은 원장의 본래 모습을 밝히는 데 자연스레 의기투합한다.

"강적"은 "태풍" "사생결단" "짝패" "비열한 거리"까지 남성미가 물씬 배어나는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노련한 박중훈과 참신한 천정명의 조화는 눈여겨볼 만하며, 특히 천정명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신파와 집요함의 경계를 구별하지 못했다. 최근 선보인 한국 영화에서 드라마 구조의 치밀함이 눈에 띄는 성과라고 볼 때 "강적"은 느슨하며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느닷없이 신파조로 설정된 몇몇 장면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 썩 괜찮은 주제 선정과 꽤 괜찮은 캐릭터가 이런 몇 장면의 허망함에 짓눌려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정도로는 한국 영화계의 "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대결하기 힘에 부칠 것 같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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