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병원인의 병원신문 최종편집2022-12-02 16:53 (금)
대한민국 실손보험의 허(虛)와 실(實)
상태바
대한민국 실손보험의 허(虛)와 실(實)
  • 병원신문
  • 승인 2022.11.2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든 의료환경 속 일부 보험사 소송전 자괴감 유발
부실한 상품 설계 및 판매 주도한 민간보험사에 책임
관리감독기관 책임 회피 어려워...본연 임무 충실해야
이태연 날개병원 대표원장
이태연 날개병원 대표원장

늘 그래왔지만, 최근에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논란이 뜨겁다. 몇 년간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그 어느때 보다도 힘든 의료 환경 속에서 일부 보험사들의 무조건적인 소송전은 많은 자괴감을 들게 한다.

2022년 대한민국 실손보험의 현재와 주요 이슈들을 논하고자 한다.

지난 7월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금융감독원, 경찰청이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사기 특별신고 포상금 제도 운영기간을 금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할 뿐 아니라, 신고대상 또한 기존 백내장 이외에도 4개 항목(갑상선, 하이푸, 도수치료, 미용·성형 등)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최근까지도 서울 광화문 및 강남 지하철 내 승강장에 이런 광고를 버젓이 게재하고 있다.

필자는 동 이슈를 접하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법 의료행위가 의심되는 문제 병·의원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으세요!’라는 자극적인 문구는 의료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오로지 국민 건강만을 위하여 의업에 매진하고 있는 일선 의료인 및 의료기관들을, 보험사기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에게 보험사기와 무관한 선량한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선입견을 심어주었으며, 국민들로 하여금 보험사기 신고를 유도 및 선동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실손보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실손보험이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국민 개인이 여러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상품을 비교, 분석하여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사적 계약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필요에 의해 가입하고 납입한 보험료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보험사가 지급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관련 보험가입자(국민)와 보험사의 사이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험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보험상품 설계상의 허점과 손해율을 커버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으로 공격방향을 잡은 것이다. 마치 의료기관이 보험가입자에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진료비가 증가하여 실손보험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2022년 한 해만 실손보험사는 여러 이슈들을 터뜨렸다.

올해 초 아토피 환자 등에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창상피복재’ 보상 거절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자궁근종 하이푸 시술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여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실손보험의 적자 원인은 가입자, 의료기관 때문이 아니다. 실제 실손보험이 적자가 발생했는지 또한 알 수 없으며,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사업비와 관련하여 국민 모두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 보험사에 물어보고 싶다. 그 방향이 너무나도 잘못됐다. 오로지 보험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험사간 과다 경쟁과 의료쇼핑 이용을 부추긴 부실한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 그리고 과도한 사업비(광고비 등) 지출 등을 주도한 민간보험사에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의료행위 고유의 측면을 무시하고 오로지 경제적 측면에서 민간보험 시장의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민간보험사 및 보험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또한, 보험상품의 설계상의 허점과 수익구조를 잘 알고 있는 보험업계 종사자(보험판매자)들이 브로커가 되어 보험사기를 기획하고 범죄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보험사를 관리·감독하는 정부기관(금융감독원 등)은 지금이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 및 재산권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을 금융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는 불완전한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 손해율 산정 방식 및 반사이익 규모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의 근원적 제도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보험사들이 더 이상 국민들과 의료기관에게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관련 정책 및 법령마련에 힘 써야 할 것이다. 물론 의료계도 자체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보험사기 근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실손보험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소개하며 이만 글을 줄이려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25일, S보험사가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각하 판단을 내렸다.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즉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 진료를 했더라도 보험사가 이미 지급된 보험료를 돌려받기 위해 환자를 대신해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회사의 이익만을 위하여 의료기관을 상대로 진행하는 무조건적인 소송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규제, 인력난, 행정적 어려움 속에서, 오직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이 조성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바이다. 

▲ 이태연 편집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학박사로 정형외과 전문의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대한정형외과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날개병원 대표원장으로 대한병원협회 홍보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해당 기고문은 신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편집자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