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정책심포지엄 열어 ‘통풍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통풍’을 단순 관절질환이 아닌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으로 인신하고 지속적인 전문가의 관리와 환자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류마티스학회는 10월 28일 저녁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2년 대한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국내 최초로 통풍관리 가이드라인(진료지침)과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이날 이지수 통풍연구회 회장(이대목동병원)은 ‘통풍 대유행 시대: 현황 및 개선 방향’을 통해 전문가에 의한 통풍관리와 환자교육 지원체계 확립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통풍환자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통풍 대유행이라고 불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통풍환자수가 2002년 대비 2011년에 3배, 2012년 대비 2021년에는 2배로 늘었는데 특히 30~40대 남성에서 급격한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육류 섭취의 증가와 같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 질환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회장은 “통풍환자수의 급격한 증가는 향후에도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통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의료비용 및 관절 통증에 의한 활동 제한에 따른 사회적 비용 역시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실제로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통풍 치료에 소요된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최근 10년 동안 연간 227억원에서 616억으로 2.7배 상승했다”고 말했다.
특히 통풍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효율적인 통풍관리의 가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전문가에 의한 통풍관리와 환자교육 지원체계 확립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이 회장은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 의한 통풍관리 현황을 확인해 보니 환자의 94.5%에서 요산저하제 처방을 받았고 1달 동안 25일 이상 지속적 요산저하제를 복용했다”면서 “98.4%는 통풍 치료 전략을 잘 인지하고, 91.2%는 통풍이 지속적 치료를 요하는 만성질환임을 인지하는 등 전문가에 의한 통풍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경우 사회적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무상으로 환자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교육만 잘해도 통풍관리가 잘 될 수 있다.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통풍환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경우 치료 순응도가 향상되고 환자의 92%에서 치료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소개했다.
‘약물 복용과 합병증 관리’를 주제로 통풍 치료 방향을 발표한 안중경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도 통풍을 단순 관절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통풍을 단순 관절 질환으로 오인하여 치료를 등한시하였다가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면서 “통풍은 대사 질환과 관절 질환의 교차점에 있는 만성 질병이다”고 정의했다.
이어 “통풍은 관절이 아플 때만 치료하는 급성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예방 가능한 통풍 발작이 자주 재발되고 합병증으로 전신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 결과 통풍환자에서 요산 저하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50% 미만에 불과하고 나아가 치료를 위한 목표 혈중 요산 수치인 6mg/dL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은 3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통풍 환자가 60%가 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통풍환자수의 급격한 증가가 가까운 미래에 큰 의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급성 발작의 관리로는 치료가 충분하지 않고 통증이 없을 때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통풍에 동반된 만성 질환으로 인해 사망률이 3배나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풍환자에서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4.2배, 비만이나 당뇨병, 심근경색은 2.4배, 심부전은 2.7배, 3기 이상 만성신장병은 2.3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동반질환과 신장 기능 악화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평생 동안 필요하다는 것.
안 교수는 “한국인 통풍환자에서 약물 복용 충실도를 조사한 결과 2015년 3차 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치료할 경우 약물 복용 충실도가 71.2%, 2020년에는 16개 3차병원 류마티스내과의 경우 8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통풍에 의한 관절통과 동반된 내과적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통풍 발생과 동반 질환의 증가는 향후 사회경제적 부담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는 현재까지 발표된 학술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통풍 진료지침과 생활수칙이 발표됐다.
2020년부터 2년에 걸쳐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연구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제정된 통풍 진료지침은 통풍의 급성기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지속적인 요산저하제의 사용 권고안으로 구성됐다.
권고안은 △급성발작시 항염증제(NSAID, colchicine, steroid)으 효능은 동등하므로 개별 환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처방 △요산저하제 사용의 적응이 되는 통풍 환자에서 급성발작시 항염증제와 요산저하제의 동시 투여 고려 △요산저하제 시작 시 통풍 발작 예방을 위해 colchicine 병용투여 고려 △통풍환자에서 요산저하제 사용시 혈중 요산 농도를 6mg/dL 미만으로 유지 고려 △통풍환자에서 요산저하제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지속적 투여 고려 △만성 결절성 통풍에서 잔딘 산화효소 억제제와 요산배설촉진제 선택은 각각의 환자에서 유익/위해성을 고려해 결정 △요산저하제는 통풍환자에서 부가적인 신기능 보호 효과가 있으므로 특별한 부작용이나 금기증이 없는 한 모든 통풍환자에서 사용 권고 등이다.
통풍관리 가이드라인을 설명한 전재범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교수는 “최근에는 항염증치료제와 요산저하제를 동시에 투여해 치료해도 좋다”면서 “치료 순응도가 증가하고 통풍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 때 두 가지 모두 처방을 내리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근거수준이 낮아 현재 신기철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가 책임연주가자로 ‘급성통풍관절염 환자의 요산강하지료법 비교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재범 교수는 “진료지침에서 무엇보다 혈중 요산농도를 6mg/dl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관절통이 없을 때도 요산저하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이는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류마티스학회는 이같은 진료지침을 환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생활수칙으로 △통풍은 만성질환으로 평생 관리 △요산저하제 꾸준하게 복용 △혈중 요산농도 6mg/dL 이하로 조절 △4대 성인병(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관리 중요 △생활 습관(음주, 과식, 과당 음료) 조절 필요 등을 함께 발표했다.
이신석 류마티스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은 “이번에 발표된 통풍 진료지침 통해 통풍이 규칙적으로 전문의로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자, 통풍 환자에서 4대 성인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종현 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이사(은평성모병원)는 “젊은 통풍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통풍의 평생 관리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것이 고령화 사회의 의료문제를 대비하는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