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양아치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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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양아치어조
  • 윤종원
  • 승인 2006.06.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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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를 전면에 내세운 양아치어조

양아치"는 사전에도 올라 있는 단어다. ""넝마주이"를 홀하게(조심성이 없이 거칠고 가볍게)" 일컫는 말". 이만하면 대단히 점잖스러운 뜻풀이인데, 요즘에 이 단어는 대략 규칙을 무시하고 살며 사기꾼의 기질이 농후한 사람을 지칭한다. 재미있는 것은 "양아치"는 스스로를 "양아치"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건달"들조차 "양아치는 되지 말자"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런 양아치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영화가 풀어낼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익수와 일찍부터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는 종태, "철가방" 떡팔은 열여덟 동갑내기 친구로 남들이 보기엔 양아치다.

미팅 나가면 20대 청년 행세를 하고, 어디 한판 신나게 놀 곳 없나 두리번거린다. 이들의 삶은 익수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남긴 보험금 1억5천만원으로 "다소" 바뀐다. 근거지였던 강북을 떠나 강남으로 진출을 꾀한 것. 스스로 생각하기에 구질구질한 강북을 벗어나 "럭셔리한" 강남에서 활동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이들이 부딪히는 일상은 여전히 한심하고 심란하다.

새로울 게 없는 이 이야기에 영화계가 주목하는 것은 우선 감독의 이력 때문이다. 조범구 감독은 단편 "장마"와 "어떤 여행의 기록"으로 각종 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렸고, "양아치어조" 역시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파노라마 부문에 상영됐다. 그 다음으로는 양아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청춘의 성장통을 녹여낸 점이 부각됐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생들이지만 그 속에는 그래도 의리와 우정이 있고 미약하나 희망이 느껴지는 것.

감독은 "IMF 때 집이 경매로 넘어가 사채업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2년 넘게 시달렸던 괴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며 "실패를 해도 사람은 성장한다는 점과 상처가 많을수록 실수할 일도 줄어든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시지까지 가는 과정은 여타 밑바닥 인생을 그린 영화들과 다를게 하나없다. 호스트바와 룸살롱 종업원, 사채업자들의 모습은 너무 루틴해 지겨울 정도. 몸집 가볍게 만든 영화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지 2년이 넘어서일까 영화는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양아치어조"는 "양아치들의 말투"라는 뜻. 그런 제목의 영화에서 "국민배우" 안성기가 지극히 점잖고 부드럽게 내레이션을 펼친다는 점이 귀엽다.

24일 필름포럼 단관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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