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의료진들 한 마음 한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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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의료진들 한 마음 한 뜻으로
  • 병원신문
  • 승인 2022.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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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희 인제대 상계백병원 QI실 대리

의료진들 한 마음 한 뜻으로

2020년 2월 마지막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 처음에는 우한 독감, 우한 폐렴으로 신종감염병을 부르기 시작할 쯤 우리병원 응급실은 선제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선 발열환자를 먼저 분류하고 발생 다발지역 방문력을 문진하는 등 갑자기 응급실 업무는 두 배가 됐다. 그러던 중 응급실 진료를 보았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되어 환자 동선을 조사하고 접촉자를 알아내기 위한 역학조사로 인해 응급실 업무가 거의 마비에 이르렀다.

환자를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 인근에 있던 환자들을 일일이 확인해 이를 감염관리실로 보고하던 중 보건당국에서 병원 감염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응급실을 폐쇄하고 전체 방역을 실시하도록 권고사항이 전달됐다.

‘응급실 폐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개원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날 나는 오후 근무였고, 선임간호사로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응급실 방역 조치를 시작해야 했다.

‘난 어쩌지? 뭐부터 해야 하지? 지금 있는 환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야말로 공황상태였다. ‘일단 위에서 어떤 지시가 있겠지’하고 기다리는 동안 응급의학과 교수님들과 환자 상태를 긴밀히 상의하면서 하나하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이 되니 교수님들과 우리는 하나가 됐다.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안정시키면서 의사의 치료 계획에 따라 입원과 퇴원을 진행했다. 간호사로서 마지막 환자를 입원시킬 때는 뿌듯함 마저 밀려왔다. 의료진을 믿고 기다려준 환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환자가 없는 텅 빈 응급실, 이제는 방역을 위해 응급실 물품을 정리해야 했다. 응급실에는 장비가 엄청 많고, 아주 민감한 장비라 작은 실수가 큰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단 1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의료기계와 전산장비 전문 부서 선생님들과 상의해 모든 기기의 전원을 끄고 비닐로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마치 전쟁통에 피난을 가기 위해 짐을 싸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전화로 물어보고 상의를 한 것뿐인데 모두가 달려와 도와줬다. 의료정보실과 의공실 전체 인력이 동참해 준 것이다. 위기상황에 강한 상계백병원이었지만 이렇게 한마음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내가 이렇게 멋진 조직의 일원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

방역 소독기 가동을 위해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하고 방역 요원을 뒤따라 다니며 장비가 잘 감싸졌는지, 소독액이 골고루 뿌려지고 있는지 살폈다. 처음 맡아본 약품 냄새는 독했고, 고글도 소용없어 눈까지 매워지기 시작했다. 방역 소독기가 지나간 곳부터 응급실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15년 동안 365일 24시간 응급실 불이 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나의 일터인 응급실 전등을 내 손으로 끄고 다녔다.

방역이 완료되고 다시 응급실 문을 여는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다. 아픈 환자들이 찾아오는 응급실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나는 환자안전을 담당하는 행정부서로 이동이 됐다. 금방 끝날 것만 같았던 코로나19는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전쟁터와 같은 응급실에 근무하는 선·후배 간호사들과 감염전담병동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다.

2022년 새해에는 사랑하는 나의 동료들과 치맥이라도 함께하며 마스크 없이 환하게 웃을 수 있길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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