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코드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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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코드 46
  • 윤종원
  • 승인 2006.04.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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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통제하는 사랑, 코드46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삼는 SF영화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소재가 다양하다는 강점이 있다. "과학의 힘"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수많은 SF물들은 그 동안 영화를 통해 범죄를 통제하고 기억을 지우고 복제인간을 만들어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코드 46"은 사랑을 통제한다.

가까운 미래, 엄격한 통제가 행해지는 도시에는 보험증ㆍ여권ㆍ비자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로 통합한 신분증을 가진 "선택된 사람"들만이 산다. 이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은 도시 주변 사막에서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두 세계로 양분된 지구는 새로운 신분제도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특히 선택된 사람들의 도시에는 "법률 46호(Code 46)"가 존재한다. 유전 형질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25% 이상 일치하는 사람끼리는 관계도, 사랑도 할수 없다는 것이 이 법률의 골자다.

윌리엄 겔드(팀 로빈슨)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보험회사의 조사원. 어느 날 위조 신분증이 나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상하이로 향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바이러스 덕분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차리는 감각을 지닌 윌리엄은 즉시 마리아 곤잘레스(사만다 모턴)란 여자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러나 윌리엄은 그녀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 마리아의 범행사실을 비밀에 부친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며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내와 아들이 있는 시애틀로 돌아온 윌리엄은 상사로부터 상하이에서 행한 실수에 대해 추궁을 받게 되고 다시 사건을 해결하려고 상하이를 찾지만 마리아를 만나지 못한다.

마리아의 행방을 뒤쫓던 윌리엄은 외곽의 한 병원에서 그녀를 만나지만 이미 그와의 기억이 제거된 상태. 의사는 마리아가 "법률 46호"를 어겨 입원했고 강제로 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놓는다.

윌리엄은 마리아가 잠든 사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DNA 검사를 해본 결과 자신과 마리아의 유전자가 50% 이상 일치함을 알게 된다. 마리아는 다름 아닌 오래전에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의 복제인간이었던 것. 그렇지만 두 사람은 "법률 46호" 위반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못한다.

영화 "코드 46"은 외형은 SF물이지만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발달한 미래사회의이기(利器)를 이것저것 섞어놓아 볼거리를 제공하는 다른 SF영화와는 달리, "코드 46"에서의 SF적 요소는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두 가문이 원수지간이라는 설정으로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윌리엄과 마리아의 가슴 아픈 사랑은 "법률 46호" 때문에 설득력을 갖는다.

영화의 결말과 여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이 말해주듯이 감독은 "코드 46"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정신적 고통을 모두 배제한 안락한 삶과 고달프지만 고통까지 껴안는 인간다운 삶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관객의 몫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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