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입맛과 어류 보유고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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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입맛과 어류 보유고 밀접한 관계
  • 윤종원
  • 승인 2005.10.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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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1880년대까지만 해도 바닷가재를 버리는 음식으로 생각하고 먹지 않았고 고대 로마인들은 생선요리를 매우 좋아해 지중해의 어류가 바닥날 지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환경전문가인 폴 홀름 박사팀은 23일 덴마크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해양생물 개체수의 역사"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급감하고 있는 세계 어류 보유고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80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1850년대 이후 미국 식당 20만 곳의 메뉴판을 훑어본 결과 변덕스러운 인간의 입맛이 어떤 종은 변성하게 하는 반면 어떤 종은 수세기 동안 남획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 황새치, 바닷가재, 전복, 굴, 넙치, 대구, 서대기 등에 대한 입맛과 가격은 미국 식당 메뉴판에서 때론 설명이 잘 안될 정도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메뉴판 연구팀을 이끈 텍사스 A&M대학의 글렌 존스 연구원은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무도 바닷가재를 먹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당시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9㎏에 달하는 대형 바닷가재들이 흔했다고 말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버리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바닷가재 요리는 1880년대에는 약 5달러 정도였지만 진미라는게 알려지고 개체수가 적어지면서 1920년대에는 2005년 수준에 맞먹는 25달러로 급등했다.

1620년대 초기 뉴잉글랜드 정착민들은 너무 가난해서 손님들에게 가시있는 갑각류를 대접하게 된 것을 한탄했으며, 식민지 시절 하인들은 계약조건에 일주일에 바닷가재 요리를 두번 이하로 먹겠다는 협상을 하기도 했다.

또 요즘 샌프란시스코 식당에서 별미로 50∼70달러나 하는 전복요리는 이전에는 메뉴판에 나오지도 않다가 1920년대에 겨우 7달러 짜리로 나와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1997년 이후 상업적 목적의 전복 채취를 금지하고 있어 요즘은 전량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수입된다.

아울러 2000년 전 로마시대에 생선 수프를 만들어 먹기 위해 사용됐던 통의 수나 규모는 21세기에 비하면 훨씬 적었던 당시 인구가 지중해에서 많은 어종을 남획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홀름 박사는 "로마인들은 생선을 엄청나게 먹었다. 중세 유럽에서 어류 과잉 포획 문제는 정복왕 윌리엄 1세 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에 매우 현실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또 북해 연안 중세 쓰레기더미에서 소형 어류의 뼈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당시 대형 어류가 이미 다 잡혀 어류가 고갈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존스 연구원은 "식당에 앉아 메뉴를 보고 선택할 때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좀 더 알면 사려깊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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