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종려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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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종려나무 숲
  • 윤종원
  • 승인 2005.09.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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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봉터미널. 능력있는 변호사 인서(김민종)가 강릉행 버스에 오르고 뒤를 이어 능력있어 보이는 여자 성주(이아현)가 버스를 탄다. 남자는 지방대학교에 특강을 하러가는 길, 여자는 마음에 드는 이 남자를 잡으려고 서둘러 터미널로 달려왔다.

남녀는 어제 맞선을 본 사이. 여자가 적극적으로 보이는 반면 뭔가 사연이 있는듯 보이는 남자는 미적미적한 모습이다. 사실 남자의 마음에는 여자가 들어올 틈이 없다. 수년 전 거제도의 종려나무숲에 자신의 사랑을 놓아둔 채 떠났기 때문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종려나무 숲"에는 요즘 영화 특유의 "쿨"(Cool)함이 담겨있지 않다.

어딘가로 떠나는 남자와 그녀의 기억 속의 여자라는 설정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고 버린 남자와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라는 구도가 남성중심적인 까닭에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매끄러운 연출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구조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도 곁들여져 있다.

전체 이야기는 인서가 성주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는 액자 속과 밖을 넘나들며 남자의 심리와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자는 어디에 누구를 만나러 가는가, 왜 지금의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가가 액자 밖 이야기에서 생기는 궁금증이라면 "이미 그곳에 버렸다"고 말하는 여자 화연(김유미)과 무슨 사연이 있는지, 그리고 화연의 가족사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는 액자 안에서 생기는 호기심이다. 영화는 촘촘하게 잘 얽혀진 씨줄과 날줄의 사건들을 통해 관객들을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2년 전 인서는 거제도의 조선소에 파견 근무를 온다. 그의 직업은 특허권 변호사. 부임 첫날 그는 남자 직원들 틈에서 씩씩하게 족구를 하고 있는 화연을 발견한다. 화연은 기계를 운전하는 현장 기술자. 인수는 억센 거제도 사투리의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쉬운 생각에 1년만 사귀자는 인서의 농담에 화연은 마음을 다치고 이후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지만 두 사람은 어느 새 가까운 사이가 된다. "잠깐의 사랑"에 하연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 섬 외딴 곳에 있는 그녀의 집과 집 주위의 종려나무 숲과 관계가 깊다. 화연은 자신의 엄마와 할머니 세대에 있었던 집안의 비극을 들려준다.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을 만들었던 유상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10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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