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이상행동증 65%에서 파킨슨병, 치매 발현
잠을 자다가 갑자기 팔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서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 등 잠버릇이 고약한 사람은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심각한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마효일 교수는 이에관해 10월 9일 롯데호텔 월드(잠실) 크리스탈 볼룸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의 임상 전 상태인 렘수면이상행동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뇌간과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혈관성 병변이 있는 환자에서 유병률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환들의 신호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 치매, 미만성루이소체병(diffuse Lewy body disease), 다발성신경계위축증(MSA)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발생하는 것이 보고 되었다.
해외의 한 연구에서는 39명의 다발성신경계위축증 환자 중 69%인 27명이 렘수면이상행동증 병력이 있었고, 그 중 90%의 환자는 수면다원검사에서 렘수면 운동기능장애를 보였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뇌간을 침범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 시작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데, 위 연구에서도 27명 환자 중 44%인 12명은 퇴행성 신경질환 발생 수년 전에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있었다고 한다. 특발성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의 대부분에서 후에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체 파킨슨 환자의 25%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관찰된다고 알려졌으며, 렘수면이상행동증을 가진 환자의 대부분이 후에 파킨슨 증상이나 치매와 동반된 퇴행성 뇌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의 65% 이상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이 확인되고 있다.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들은 뇌기능 장애로 인해 수면 중 전신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지 않음으로써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며, 꿈을 꾸는 동안에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꿈속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자연히 자기 자신이나 아니면 옆자리에서 자는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창문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행동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은 꿈을 꾸었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어떤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으나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주로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흔하며 일부 환자들에선 가족력이 있다. 남자가 더 흔한 이유는 꿈의 내용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대부분 폭력적인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같이 자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다치게 할 정도의 위험이 적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꿈을 조절하는 뇌간이라는 부위가 노화 혹은 뇌의 퇴행성 질환 때문에 조절이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임상적인 소견과 수면다원검사를 종합하여 하게 된다.
치료는 수면시 주위의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시행한다.약물치료에는 클로나제팜이나 도파민 관련 약제를 처방하고 있는데, 일단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의심되면 수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수면 클리닉을 방문하도록 한다.
기억력장애가 있거나 노인의 경우,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의심이 되면 치매검사나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기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경우 현재까지는 조기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필요없는 검사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불필요한 시술을 받지 않고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치매의 경우에도 초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한다면, 치매의 진행을 느리게 하여 환자 자신의 생존기간 동안 현저한 치매의 증상이 발현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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