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사들이 낙태와 안락사를 금지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이제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선서의 폐기 혹은 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조르조 라네티 로마대학 외과교수는 로마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의사들이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절들이 있다"며 의과대학생들이 졸업식 때 낭독하는 히포크테스 선서를 "폐기하거나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를로 플라미니 볼로냐 대학 산부인과 교수도 1958년 졸업할 때 이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의사들의 서약서다.
선서는 의사가 양심과 위엄을 갖고 환자를 대하고, 국적, 종교, 지위 등을 가리지 말고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 의사가 된 사람들은 "환자가 요구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약을 줘서는 안되고,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낙태 치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1978년 낙태가 합법화됐다. 안락사는 아직 불법이지만 최근 말기 환자의 안락사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일었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이미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은 5년 전 시대에 맞춰 내용을 개정한 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제안했고, 서구 의과대학 중 상당수는 선서 중 일부 내용을 고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원칙의 문제라며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의사들도 있다.
로마대학 외과학장 루이지 프라티는 "원래 선서는 의사들에게 일종의 원칙적인 개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선서는 그들이 오랜 전통을 가진 과학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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